레이저 CEO “인공지능, 게임 산업 전 분야를 완전히 뒤흔들 것”

미국 SXSW 시드니 콘퍼런스에서 발언 중인 민량 탄 Razer CEO
민-량 탄(Min-Liang Tan) 레이저(Razer)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AI)이 게임 산업과 전 세계 36억 명 게이머의 경험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11월 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탄 CEO는 팟캐스트 ‘Beyond the Valley’에 출연해 “AI는 게임 산업의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배급·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은 물론, 이용자의 플레이 방식까지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모바일·콘솔·PC를 합친 글로벌 게임 이용자는 36억 명, 연간 매출은 1,890억 달러(약 254조 원)에 달한다. 탄 CEO는 “창조산업의 핵심 축인 게임 분야가 AI를 통해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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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AI 영상 캡처

AI, 게임 개발·배급·플레이 방식 모두 재편

탄 CEO는 싱가포르 ‘SWITCH’ 콘퍼런스에서도 “개발사는 AI 툴로 제작 공정을 단축하고, 퍼블리셔는 AI 기반 마케팅·배포 전략을 구현할 것이다. 게이머 역시 AI 코치의 도움으로 난이도 높은 퀘스트나 보스를 공략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저는 자사 게이밍 기어(마우스·헤드셋·키보드 등)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 ‘게임 코-AI(Game Co-AI)’를 개발 중이다. 컴퓨터 비전 기술로 플레이 화면을 실시간 분석해 공략 힌트를 제시하며, 공용 API 등 외부 데이터를 결합해 2025년 하반기 베타 공개를 목표로 한다.

e스포츠 현장 적용 두고 ‘뜨거운 논쟁’

e스포츠(프로게임 경기)에 AI를 도입하는 문제는 의견이 갈린다. 탄 CEO는 “공식 경기 중 AI가 직접 구동되는 일은 없겠지만, 훈련 단계에서 AI 코치를 활용하려는 선수들의 수요가 크다”며 “기술적·상업적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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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보증(QA) 비용 30% 절감 가능성

그는 또 “게임 테스트는 지금까지 수십 명이 한 방에 모여 버그를 수작업으로 찾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서, 레이저가 준비 중인 ‘AI QA 컴패니언’을 소개했다. 해당 툴은 버그를 자동 탐지·기록하고, 추후에는 수정 방안까지 제안할 예정이다. 탄 CEO는 “QA 공정은 전체 개발비의 20~30%, 기간의 30%를 차지한다”며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해 테스트 인력을 더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작업에 집중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가 만든 게임’ 현실화될까?

AI 기술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산업 내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그랜드 테프트 오토’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사 테이크투 인터랙티브(Take-Two Interactive)의 스트라우스 젤닉(Strauss Zelnick) CEO는

“AI는 인간 개발자를 대체할 수 없다”

고 지난 10월 28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탄 CEO는 “향후 1년 내 AI로 제작된 신작 중 대형 히트작이 1~2종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규모 인력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던 게임 개발이 소규모 팀도 가능해진다”며, AI가 반복적·수작업 영역을 없애 ‘인간의 창의성’에 집중할 여지를 넓힌다고 평가했다.

게임을 넘어 새로운 산업까지 파급

탄 CEO는 “게임 산업에서 탄생한 기술이 AI 분야에서도 새로운 산업군을 창출할 것”이라며 “과거 IT 혁신 상당수가 게임에서 출발했듯, AI 혁신도 ‘AI 게이밍’에서 싹틀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레이저의 탄생과 성장

레이저는 탄 CEO와 로버트 크래코프(Robert Krakoff)가 2005년 설립했다. 치명적 독사를 뜻하는 ‘붐슬랭(Boomslang)’이라는 이름의 전용 게이밍 마우스로 첫선을 보이며 주목받았다. 탄 CEO는 “게이머에게 마우스는 팔의 연장”이라며 “정밀도가 높을수록 1인칭 슈팅(FPS) 게임에서 ‘프래그(Frag, 상대 제거)’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와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본사를 둔 레이저는 출시 직후 글로벌 시장으로 급속 확장했다. 2017년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가 2022년 비상장사로 전환했다.


용어·배경 설명*

  •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 소프트웨어 간 기능을 연결해 주는 인터페이스. 외부 데이터를 불러오거나 기능을 호출할 때 쓰인다.
  • QA(Quality Assurance) – 출시 전 제품의 품질을 점검·보증하는 과정. 게임 분야에서는 버그 테스트를 의미한다.
  • e스포츠 – 전문 선수들이 상금을 걸고 벌이는 경쟁적 비디오게임 경기.
  • 프래그(Frag) – FPS 등에서 적을 처치해 점수를 올리는 행위.

기자 관전 포인트Opinion

게임 업계는 VR(가상현실)·클라우드 게이밍에 이어 AI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특히 컴퓨터 비전 기반 플레이 분석과 버그 자동 수정은 생산성 향상을 넘어 게임 디자인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다. 다만 AI 코치의 ‘공정성’ 문제, 데이터 저작권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한 상용화 속도에는 변수가 존재한다. 게임 산업은 그동안 그래픽 칩·네트워크 기술 발전을 이끌어 왔다. 같은 맥락에서 AI 시대 ‘게임-퍼스트(Game-first)’ 혁신이 반도체, 클라우드, 교육 훈련 등 인접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