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동이 중국에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을 보다 완만한 속도로 관리할 ‘일시적 완충지대’를 제공했으나, 양국 간 근본적인 균열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2025년 11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대(對)중국 관세를 철회함으로써 최대 중국 GDP 2%p 하락 위험이 제거됐지만, 총체적 경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기존 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수출업체들이 ‘대체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여 왔다며, 이번 관세 인하가 당장 가져올 성장 부양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봤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펜타닐(fentanyl) 관련 품목에 부과하던 20% 관세를 10%로 낮추고, 자국 조선업 보조금 조사를 보류했다고 확인했다. 펜타닐은 강력한 합성 진통제로, 양국 간 마약 확산 책임 공방의 핵심 소재로 꼽혀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에 대한 수출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최첨단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칩은 제외될 것이라고 밝혔다.
“긴장 완화 덕분에 대규모 관세 인상이라는 즉각적 위협이 사라져 단기 전망의 주요 하방 리스크가 제거됐다.” — 줄리언 에번스-프리차드(Julian Evans-Pritchard), 캐피털 이코노믹스 중국 담당 책임자
트럼프가 위협했던 100% 관세 인상안이 철회됨에 따라 중국 GDP 2%p 추가 하락 우려도 잦아들었다는 설명이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자국의 ‘엔티티 리스트(제재 대상 기업 목록)’ 부속 규정을 일시 해제해 제재 대상 중국 기업 수를 대폭 줄였다. 동시에 중국은 미 농산물 수입 확대와 새 수출 통제 1년 유예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의 평균 대(對)중국 관세율은 약 30%로, 트럼프 1기 취임 전 수준의 세 배에 달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인상분 일부를 되돌려도 경제 성장률을 고작 0.1%p 끌어올릴 것이라며, 위안화 절상이 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오는 4월 베이징 방문 시 서명될 ‘더 광범위한 무역 합의’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당초 34%로 복귀 예정이던 관세 기한도 1년 연장돼, 양측이 긴장 관리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에번스-프리차드는 “미·중 관계가 다시 파열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경고하며, 지정학적 변수의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설령 새 합의가 체결돼도, 그는 이를 2020년 ‘1단계(Phase One) 합의’처럼 중국의 미 상품 추가 구매 ↔ 관세 완화라는 거래적 구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경제를 양대 블록으로 갈라놓는 근본 동인을 바꾸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디커플링·엔티티 리스트, 무엇이길래?
‘디커플링’은 긴밀히 얽혀 있던 국가·기업 간 공급망이나 기술 협력 구조를 단계적으로 분리하는 전략을 뜻한다. BIS 엔티티 리스트는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기업·기관과의 거래를 제한할 때 활용하는 제재 장치다. 양국이 이를 완화·강화하며 협상 지렛대로 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칼날을 잠시 거둬들였음에도, 미국은 핵심 광물 공급망 협약 확대 및 국내 조선소 투자 등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초안을 통해 기술 자립과 ‘독립·통제 가능한 금융 시스템’ 구축을 강조하고 있어, 상호의존 축소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 시각
본지 취재진은 이번 관세 완화로 심리적 급한 불은 껐지만, 생산·투자 결정이 장기 지형 변화를 반영해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중 양국 모두 국내 산업 육성과 핵심 기술 국산화를 최우선 과제로 천명한 이상, 글로벌 투자자들은 단기 관세 이벤트보다 정책 방향성과 공급망 재배치 속도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