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기미 없는 초대형 AI 인프라 투자 열풍

글로벌 기술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한 주 동안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을 지배하는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하는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공격적인 자금 조달 및 설비 투자 계획을 잇달아 공개했다.

2025년 10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사상 처음으로 5조 달러라는 시가총액 고지를 넘어섰다. 이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유례없는 기록이다. 아울러 MS와 오픈AI는 신규 계약을 체결해 오픈AI의 자금 조달 능력을 확대했고, 곧바로 기업공개(IPO) 작업에 착수했다. 예상 기업가치는 1조 달러로 거론된다.

클라우드 3대 강자인 아마존은 14,000명의 사무직 감원을 단행한 지 며칠 만에, 클라우드 부문(아마존웹서비스·AWS)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인력 감축을 통한 효율화와 대규모 AI 투자를 병행하는, 일석이조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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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촉발한 ‘슈퍼 투자 사이클’

금주 실적 컨퍼런스 콜과 경영진 인터뷰에서 드러난 공통 키워드는 단연 ‘데이터센터’였다. 전통 제조·산업 기업인 허니웰, 터빈 제조사 GE 버노바, 그리고 중장비 기업 캐터필러까지 100곳이 넘는 비(非)기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언급했다.

특히 캐터필러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1% 급증했다. 조지프 크리드 최고경영자(CEO)는 “프라임 파워(Prime Power) 영역에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웰스인핸스먼트그룹의 아야코 요시오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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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급망은 이제 전력·중공업·냉각 솔루션까지 포괄하는 생태계로 확장됐으며, 투자자들은 더 이상 ‘코어 테크’만 보는 것이 아니다

”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AI 인프라 관련 투자가 2030년까지 3~4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올해만 해도 MS·아마존·메타·알파벳 4개사의 설비투자(CapEx)는 총 3,5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자본지출의 약 60%가 해외 IT 장비 수입으로 집행된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대만·한국·베트남에서 생산되는 반도체가 차지한다.


생산성 효과, 서서히 가시화

최근 일주일 사이에 21조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 24곳이 실적 발표 또는 AI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생활용품 대기업 프록터&갬블과 스웨덴 광산업체 볼리덴 등은 AI 도입 초기 단계이지만 “희망했던 생산성 개선이 일부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승강기·에스컬레이터 제조사 쉰들러의 파올로 콤파냐 CEO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연구개발(R&D)과 혁신 프로세스에 AI가 기여할 비중은 앞으로 꾸준히 커질 것”이라며 연간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LSEG(런던증권거래소그룹) 데이터 기준으로 미국 기술 섹터의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15%를 넘어, 타 산업을 크게 앞선다. 애플은 AI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고, 아마존은 2025년 자본지출 1,250억 달러를 제시했다.


과열 우려와 자산 수명 단축 리스크

챗GPT가 2022년 말 공개된 이후 글로벌 주식 가치는 46조 달러(46%) 뛰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AI 관련 기업에서 발생했다고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분석한다.

그러나 AI 칩·서버·가속기 등 하드웨어는 세대 교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UBS 반도체 애널리스트 팀 아커리는 “AI 칩의 유효 수명이 5년 이하로 줄어들고 있어 기업들이 자산을 더 빨리 감가상각하고 조기에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자체 분석 결과, 주요 기술기업의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판매/CapEx)은 하향세다. 현금흐름 중 더 큰 비중이 데이터센터·칩 구매로 흡수되면서 일부 투자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엑스포넌스의 수말리 사니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3년 내에 수익화가 가시화되지 않으면 시장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MS는 직전 분기 CapEx로 35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금액을 지출했으며, 앞으로 더 늘릴 것이라 예고했다. 이에 대해 버니언스타인 애널리스트 마크 머들러가 ‘버블 여부’를 묻자, 에이미 후드 M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요가 공급을 여전히 앞서고 있다”며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일부 기업은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AI 프로젝트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오라클은 지난달 180억 달러 회사채를 찍어냈고, 메타플랫폼스는 300억 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회사채 발행을 예고했다. 메타 주가는 이 소식 이후 하루 만에 11% 급락했다.


‘전력소모=GDP 1% 미만’, 아직 초기 국면

그럼에도 여러 경제학자들은 AI 투자 사이클이 아직 ‘초입’에 불과하다고 본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내 AI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 미만에 머물고 있다고 추산한다. 이는 과거 전기·인터넷(닷컴) 도입 초기의 투자 정점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폴라 캐피털 테크놀로지 트러스트의 닉 에번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

우리는 아직 1회초에 불과하며, AI 혁신 속도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르다

”고 강조했다.


용어 알기

CapEx(설비투자): 기업이 장비·시설·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기 위해 지출하는 장기 투자비용이다. 미래 성장과 직결되지만 현금 유출이 크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IPO(기업공개): 주식을 공개 시장에 처음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절차다.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엄격한 회계·공시 의무가 따른다.

GPU·AI 가속기: 대규모 연산을 병렬로 처리하기 위해 설계된 프로세서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AI 인프라 구축 열기는 전통 제조업부터 금융·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이에 따른 시장 변동성과 재무적 위험 요인도 공존한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AI 시대는 이제 막 막이 올랐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