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상파 방송 업계를 둘러싼 대규모 인수·합병(M&A)이 규제 장벽에 직면했다. 미 법무부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넥스타 미디어 그룹(Nexstar Media Group Inc.)의 테그나(Tegna Inc.) 인수 일정이 다시 한 번 미뤄질 전망이다.
2025년 10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DoJ)는 넥스타가 제안한 $35억4천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 모두가 실질적으로 요구 사항을 충족한 뒤 30일이 지나야 거래를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추가 정보·문서 제출 명령(Second Request)을 발송했다.
“이번 요청은 심층 심사(Second Request)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완전한 자료가 제출되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거래를 마무리할 수 없다.”
테그나는 같은 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서 이렇게 밝혔다. 회사는 추가 심사 기간이 법무부 결정에 따라 조기에 종료될 수도 있고, 양사가 협의해 연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층 심사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은 규제 당국이 시장 지배력 확대 및 광고·송출료 협상력 강화 등 경쟁 제한 우려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비교적 완화된 기업결합 심사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이번 거래는 방송 산업 특수성과 시장 집중도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관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인수가 승인될 경우 넥스타는 미국 최대 지역방송 그룹으로서 기존 200여 개의 TV 채널에 테그나의 64개 채널을 더해 ‘로컬 강자’로 체급을 키우게 된다. 이는 ▲광고주와의 협상 ▲유료방송 사업자(케이블·위성)와의 재송신료 협상에서 막강한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으로 전통 방송 시청률과 구독자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더 큰 규모가 반드시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용어 해설*
① 미 법무부(DoJ)는 미국 연방정부의 사법·법 집행을 총괄하는 부처로,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을 심사한다.
②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방송·통신 정책을 담당하며 방송국 소유 한도를 정한다.
③ Top Four Rule은 동일 지역에서 시청률 상위 4개 방송국 중 2곳을 동시에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앞서 이번 주 브렌던 카(Brendan Carr)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현행 텔레비전 소유 지분 상한(cap)을 완화할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FCC 승인이 없으면 넥스타-테그나 합병은 현실화될 수 없다.
넥스타는 전국 116개 시장에서 200여 개의 방송국을 직접 보유하거나 파트너십 형태로 운영하며, The CW·NewsNation과 같은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테그나는 True Crime Network, Quest 등을 포함해 51개 시장에서 64개 방송국을 운영한다.
이번 거래와 별개로, 최근 미 연방항소법원은 FCC의 Top Four Rule을 위헌이라고 판결하며 폐지시켰다. 해당 규정이 사라질 경우 넥스타·테그나처럼 시청률 상위 방송국 다중 소유가 가능해져 시장 재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테그나와 넥스타는 로이터의 추가 논평 요청에 즉시 응하지 않았다.
전망과 시사점
전문가들은 연방선거가 임박한 2026년 상·하반기를 고려할 때, 지역 방송 광고 시장 회복 여부가 이번 합병 효과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대형 방송 그룹은 선거 기간마다 정치 광고 매출로 실적 개선을 꾀해 왔다. 그러나 스트리밍 플랫폼·소셜미디어에 밀려 정치 광고의 지상파 집중도가 과거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FCC가 소유 한도(cap)를 현행 39%에서 상향 조정할 경우, 넥스타·테그나 외에도 그레이 텔레비전(Gray Television), 해스트 스브라이트미디어(Heart’s Scripps) 등 중견 방송사들의 추가 인수합병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법무부 심사·FCC 규제·법원 판례라는 삼중(三重) 변수 속에서, 넥스타의 빅딜 성사 여부가 미국 지역방송 생태계 재편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