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국제유가 상승세

WTI 12월물RBOB 휘발유 12월물이 31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각각 배럴당 0.41달러(+0.68%), 갤런당 0.0082달러(+0.43%) 상승 마감했다. 이날 휘발유 선물 가격은 1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10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유가 상승은 주로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군사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촉발됐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관세 휴전에 합의했다는 전날 소식이 경기 회복과 에너지 수요 전망을 지지하며 전날의 상승 모멘텀이 이어졌다.

더불어 달러화 강세가 제한적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같은 날 달러 인덱스(DXY)2.75개월 만의 최고치로 올라 석유 가격 상승폭을 다소 제약했다. 그러나 중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0으로 전월 대비 0.8포인트 하락하며 6개월 만에 가장 큰 위축세를 보였다는 점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의 수요 우려를 자극, 유가 상승 폭을 일부 상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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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내 군사 및 관련 시설을 정밀 타격 대상으로 선정했다.”— 마이애미 헤럴드·월스트리트저널 보도

해당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미국의 작전은 마약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글로벌 공급망에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지정학적 충격은 투자 심리를 빠르게 자극해 가격 변동성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러시아산 공급 축소 기대감

미·EU의 에너지 제재도 상승 재료다. 미 나토 대표부는 “우리는 러시아 에너지 부문 제재를 이미 시행 중이며, 이를 강력히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로스네프트·루코일 등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에 추가 제재를 발표했으며, EU 역시 로스네프트·가즈프롬네프트117척의 ‘그림자선단’ 선박, 45개 제재 회피 기관(중국·홍콩 법인 12곳 포함)을 거래 제한 목록에 올렸다.

최근 우크라이나무인기·미사일을 이용해 지난 두 달간 최소 러시아 정유시설 28곳을 공격했다. 이에 따라 10월 상순 러시아의 해상 석유제품 수출은 일 평균 188만 배럴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로 감소해 글로벌 공급 축소 기대가 커졌다.

재고·생산·OPEC+ 동향

시장조사업체 보텍사(Vortexa)는 10월 24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탱커 내 저장 원유가 전주 대비 12% 증가한 8,975만 배럴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월 14일 보고서에서 2026년 하루 400만 배럴의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정학적 변수가 해당 전망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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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OPEC+가 주말 회의에서 12월 13만7,000배럴 증산안을 기본 시나리오로 논의할 것이라 전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와 일치한다. OPEC+는 2024년 초 220만 배럴 감산분을 완전히 되돌리기 위해 총 166만 배럴의 추가 증산을 진행 중이며, 9월 OPEC 회원국 원유 생산량은 2905만 배럴로 2년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EIA·베이커휴스 지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0월 24일 주간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8% 낮았고, 휘발유·중유 재고도 각각 2.7%, 8.4% 밑돌았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은 일 1,365만5,000배럴로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한편, 베이커휴스는 10월 31일 기준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가 전주 대비 6기 감소한 414기로, 8월 초 기록한 4년래 최저치(410기)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 용어 설명
WTI(West Texas Intermediate):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국제 유가 벤치마크 가운데 하나다.
RBOB: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휘발유 첨가물 혼합 전 단계 제품을 의미하며 북미 휘발유 가격 지표로 활용된다.
보텍사(Vortexa): 선박 위치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글로벌 원유·제품 흐름을 실시간 추적하는 시장 정보업체다.

기자 시각

지정학적 충돌 가능성과 공급망 교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제 유가의 변동성은 향후 몇 주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중남미 정치 지형 변화 뿐 아니라 미·중·러 3국 간 에너지 외교에도 파급력이 예상된다. 반면 중국 경기 둔화 신호와 IEA의 중기 공급 과잉 전망이 상존해 하방 압력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OPEC+ 회의 결과와 미국 원유 재고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특정 상품이나 증권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