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통화정책 동향] 달러지수(DXY)는 0.22% 상승하며 2.75개월 만의 최고치를 새로 썼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소속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의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이 달러 강세를 지지했다.
2025년 10월 3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연은)의 제프 슈미드(Jeff Schmid) 총재와 댈러스 연은의 로리 로건(Lorie Logan) 총재은 각각 “노동시장이 대체로 균형을 찾은 만큼,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에 반대한다
”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거나 고용시장이 급격히 식지 않는 한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의 추가 인하는 어렵다
”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2월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foregone conclusion)’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데 이어 달러 매수세를 강화했다. 반면, 뉴욕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수요는 일부 제한됐다.
■ 거시지표: 시카고 PMI·연방정부 셧다운
10월 MNI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3.2p 오른 43.8을 기록, 시장 예상치(42.3)를 상회했다. PMI는 50 이상이 경기 확장, 50 미만이 경기 위축을 뜻한다. 40대 초반이라는 낮은 절대 수준에도 불구하고 예상치를 웃돈 점이 달러 강세 논리를 보강했다.
다만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장기화 가능성은 달러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결과적으로 연준이 금리 인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까닭이다.
■ 연준 금리전망: 시장 베팅
금리선물(스왑) 시장은 12월 9~10일 FOMC에서 25bp(1bp=0.01%포인트) 인하가 62% 확률로 반영되고 있다. 2026년 말까지는 총 82bp 인하(현재 실효연방금리 3.88%→3.06%)가 가격에 녹아 있다.
[주요 통화별 동향]
1) 유로(EUR/USD)
유로/달러 환율은 2.7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0.37% 하락했다. 달러 강세가 주 요인이지만, 유로존 자체 지표는 양호했다. 10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1%로 둔화, 시장 예상과 일치했으며 근원 CPI는 2.4%로 오히려 컨센서스(2.3%)를 웃돌았다. 독일 9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2% 증가(예상 0.2%↑)해 기대를 소폭 상회했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미 금리 인하 싸이클을 마쳤다고 보는 반면, 연준은 추가 인하 여지가 남아 있어 통화정책 디버전스(차별화)가 유로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스왑시장은 12월 18일 ECB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4%로 낮게 보고 있다.
2) 엔화(USD/JPY)
달러/엔 환율은 0.03% 소폭 하락해 전날 기록한 8.5개월 만의 엔저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일본 9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2% 증가(예상 1.5%)하며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고, 10월 도쿄 CPI는 2.8%를 기록해 예상치(2.4%)를 웃돌았다. 이는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정책 유지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어 엔화 강세 재료다. 다만 9월 소매판매가 0.3% 증가(예상 0.8%)에 그친 점은 상승폭을 제한했다.
[원자재·귀금속 시세]
12월물 금 선물(GCZ2)은 0.52%(+20.70달러) 오른 반면, 은 선물(SIZ2)은 0.02%(-0.011달러) 하락했다. 세계금협회(WGC)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중앙은행 금 매입 규모는 220t으로 전분기 대비 28% 급증했다. 이는 금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달러 강세와 주식시장 랠리는 안전자산 수요를 약화시켜 귀금속 상승 폭을 제한했다. 또한 미·중 무역 긴장 완화와 중국 10월 제조업 PMI(49.0·6개월 만에 최저)의 부진은 산업용 수요 둔화 우려로 은 가격에 부담을 줬다.
금·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지난주 기록한 3년·3.25년 최고치 이후 자금 이탈이 나타나며 차익실현(롱 리퀴데이션) 압력이 관측된다.
■ 용어풀이·쉽게 보는 키워드
DXY(달러지수)는 주요 6개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에 대한 달러 가치 가중평균을 나타내는 지표다.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 담당자 50명 이상을 조사해 경기를 선행적으로 가늠하는 지수로, 50을 기준으로 확장·수축을 구분한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0.01%포인트를 의미하며, 금리 변동 폭을 세밀하게 표시할 때 사용된다.
올해 들어 통화정책 디버전스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중앙은행 간 금리 정책 방향이 상이해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을 뜻한다. 예컨대 연준이 인하를 논의하는 동안 ECB가 동결 혹은 재인상을 하면 유로화 강세·달러 약세 같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기자 해설]
연준 인사들의 발언 수위를 감안할 때, 시장이 기대하는 12월 ‘보험성 인하’가 실제로 발생하려면 11월 고용·소비·물가 지표에서 뚜렷한 둔화 신호가 필요하다. 특히 노동시장의 탄력적 공급과 서비스물가 완화가 동시에 확인돼야 연준 내부 매파들의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또한 연방정부 셧다운이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안전자산 심리가 살아나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셧다운 장기화로 성장률이 타격을 받으면 연준의 완화 전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외환시장은 단기 정책 발언과 중기 경제지표 사이에서 ‘진자 운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