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AMZN)이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두 자릿수 급등세를 보이며 월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투자은행과 리서치 기관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클라우드 부문 매출 가속화와 인공지능(AI) 수요를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2025년 10월 31일(현지시간),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3분기에 $1.95의 희석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고, 매출은 $1,802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주당순이익 $1.57, 매출 $1,778억 달러)를 모두 웃돈 수치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이 StreetAccount 예상치인 $324억2,000만 달러를 넘어 $33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2% 성장률을 보인 점이 가장 큰 호재로 작용했다.
사티아 나델라 CEO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MS Azure), 순다 피차이 CEO의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등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가운데, AWS가 다시 두 자릿수 후반 성장세를 회복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앤디 재시(Andy Jassy) 아마존 CEO는 “AWS가 2022년 이후 보지 못했던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견조한 AI 관련 수요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월가, 목표주가 일제히 상향…최고 320달러 제시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장중 13% 넘게 급등했다. 이에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 UBS,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레이즈, JP모건 등 주요 증권사는 모두 ‘매수(Buy) 혹은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15~50달러가량 상향했다.
골드만삭스는 목표가를 $275 → $290으로 올리며 “단기적으로 소비 경기 둔화 여부가 논점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매출 성장과 영업이익률 개선이 동시에 가능하다”라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즈는 “AWS가 AI용 대규모 컴퓨트(연산) 용량을 확보했고 자체 설계한 Trainium 칩 전략이 순조롭다”라며 목표가를 $300으로 제시했다.
BoA는 목표가를 $272 → $303으로 높이며 “Trainium 수요가 강력하고, 11월 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연례 컨퍼런스 re:Invent에서 ‘트레이니엄·노바·신규 파트너’ 관련 진전이 확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 역시 “AWS 성장 둔화 우려가 해소됐고, 3분기 20% 성장률이 향후 2026년까지 ‘AWS 내러티브’를 뒤바꿨다”며 목표가를 $305로 상향 조정했다.
가장 낙관적인 곳은 씨티그룹으로, 목표가 $270 → $320을 제시해 기존 종가 대비 44% 추가 상승 여력을 언급했다. UBS의 스티븐 주 애널리스트는 “AWS 성장률 20% 회복은 ‘감춰져 있던 스프링이 튀어 오른 것’과 같다”며, 아마존 특화 칩셋 Trainium2·3와 엔비디아 차세대 GPU인 Grace Blackwell 지원 계획을 호재로 꼽았다.
AI 특화 칩 Trainium과 전용 서버 전략
Trainium은 AWS가 머신러닝(ML) 학습 전용으로 설계한 애플리케이션 특화 집적회로(ASIC)다. GPU보다 전력 효율이 높으면서도 대규모 매개변수(파라미터)를 처리할 수 있어, 생성형 AI 모델 학습용으로 각광받는다. Anthropic이 자사 대형 언어 모델(LLM) Claude 학습에 올해 말까지 최대 100만 개의 Trainium2 칩을 투입할 계획이라는 사실은, AWS가 ‘AI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또한, 아마존은 NVIDIA의 차세대 Grace Blackwell GPU를 탑재한 ‘Ultraserver’를 도입해 고객 선택지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GPU는 병렬 연산 성능이 뛰어나 딥러닝·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필수적이며, Grace Blackwell은 CPU와 GPU를 통합 설계해 메모리 병목을 최소화한 제품이다.
소비자 부문도 선방…물류·리테일 효율화가 실적 견인
시장 관심이 AWS에 집중됐지만, 전자상거래(리테일) 부문 역시 성장을 지속했다. 씨티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12개월(TTM) 동안 AWS는 전력 인프라를 3.8GW(기가와트) 추가했고, 4분기에 1GW를 추가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레이니어(Project Rainier)’ 1단계가 가동되면서 전자상거래 물류 효율화도 가속화됐다. 특히, 북미 지역 원데이 딜리버리(1일 배송) 네트워크가 확대되며 고객 만족도가 상승하고 있다.
한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의 합의금 및 구조조정 비용을 제외하면, 총 영업이익(OI)은 회사 가이던스 상단을 약 6% 웃돌았다. 이는 리테일 + 클라우드 양대 부문의 비용 효율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평가다.
전문가 시각: ‘속도의 경제’가 불러온 모멘텀
업계 전문가들은 AWS의 성장률 회복을 ‘속도의 경제(Economy of Speed)’로 해석한다. 데이터센터 확장은 전력·용수·네트워크·기업고객 확보라는 4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하는데, 아마존은 조 단위 투자를 통해 ‘캡티브 수요’를 선점했다. 이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후발주자의 단가 인하 전략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자체 설계 칩과 멀티벤더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원가 구조 최적화와 생태계 잠금효과(Lock-in)를 동시에 노린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고객사가 Trainium·Inferentia 등 아마존 칩 생태계에 맞춰 모델·워크로드를 최적화하면, 타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로의 전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용어 풀이
• ASIC: 특정 목적에 최적화한 반도체로, 범용 CPU보다 빠르고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
• GW(기가와트): 전력 용량 단위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증설 규모를 설명할 때 사용된다.
• Ultraserver: 고성능 컴퓨팅(HPC) 및 AI 학습에 최적화된 차세대 서버 아키텍처로, CPU·GPU·고대역 메모리를 단일 보드에서 통합 제공한다.
결국 AWS의 매출 가속은 인공지능 열풍과 맞물려 향후 2~3년간 추가 성장 엔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소비 경기 둔화 및 규제 리스크가 병존하므로 투자자는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