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증시가 다시 한 번 역사를 썼다. 52,000선을 단숨에 돌파한 닛케이225 지수는 2.1% 오른 52,411.34포인트에서 장을 마감하며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10월 한 달 동안만 16.6% 급등해 1994년 1월 이후 30년여 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5년 10월 3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 호실적과 엔화 약세가 동시 작용하며 일본 증시에 강한 순풍이 불었다. 전날 아마존이 3년 만에 가장 빠른 클라우드 성장률을 발표했고, 애플도 연말 성수기 아이폰 판매가 기대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일본 내 반도체·데이터센터 관련주가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같은 날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도 1.4%까지 치솟아 장중 3,348.06포인트의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0.9% 오른 3,331.83포인트에서 거래를 마쳤다. 토픽스가 마감가 기준으로 신기록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빅테크 호재가 일본 기술주로 확산
전일(30일) 아마존닷컴은 클라우드 사업부 AWS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애플 역시 팀 쿡 CEO가 연말 특수로 아이폰 및 전체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 선호 심리를 회복하면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직·간접적으로 편승할 수 있는 일본 기술주로 자금이 유입됐다.
실제로 일본 팹리스(설계전문) 반도체 기업 소시오넥스트(Socionext)는 이날 16.9% 폭등했다. 어드반테스트(Advantest)도 3.9% 상승, 지수 편입 비중이 높아 닛케이 상승 폭을 키웠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수혜주로 꼽히는 히타치 역시 7.2% 뛰었다.
엔화 약세가 대형 수출주에 날개 달아
외환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이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엔/유로 환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는 수출 비중이 큰 일본 기업들의 원화 환산 매출·이익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시가총액 상위 제조업체들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MUFG 에셋매니지먼트 수석 시장경제학자 오시쿠보 나오야는 “52,000포인트 돌파는 단지 중간 경유지에 불과하다“며 “내년 4월까지 추가로 10% 상승 여력이 있다. 버블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새 총리 효과와 정책 기대감
이번 달 출범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공격적 재정 패키지’를 시사했다. 특히 AI 혁신을 국가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하면서 국내 기술기업에 대한 세제·재정 지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글로벌 AI 투자 열풍과 맞물려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 재료로 평가된다.
용어 설명: 닛케이225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프라임) 시가총액·유동성 상위 225종목을 시가 총액 가중으로 산출하는 대표 지수다. 반면 토픽스는 2,000여 개 전 종목을 포함해 시장 전반을 보여준다. 미국 나스닥과 S&P500의 관계와 유사하다.
전망과 리스크 요인
전망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연내 55,000포인트 도달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①글로벌 AI 투자 가속, ②엔화 추가 약세, ③국내 부양책 본격화 등을 세 가지 동력으로 꼽는다.
다만 리스크로는 ①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긴축을 지속할 경우 글로벌 증시가 조정받을 가능성, ②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실물경제로 확산될 위험, ③일본은행이 갑작스럽게 금리 정상화 속도를 높이는 시나리오 등이 지목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글로벌 투자 환경이 급변해도 일본 증시 내 기술주와 수출주는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단기 조정 국면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닛케이 사상 최고치와 30년 만의 최대 월간 상승률은 미국 빅테크 실적 훈풍, 엔화 약세, 정부 정책 기대감이 삼중(三重) 호재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은 2024~2025 회계연도에 본격화될 기업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가 주가 상승세를 지속시킬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