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신중파 우에다 총재의 “매파적 신호”
일본은행(BOJ)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연말(12월) 또는 내년 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정책결정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기준 시나리오(base-line scenario)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이는 과거 BOJ가 인상 직전 사용해 온 표현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사전 통보(pre-guidance)”로 받아들이고 있다.
2025년 10월 31일, 로이터통신 도쿄발 보도에 따르면, 통화정책위원회는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0.50%로 동결했으나,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해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 평가를 재확인했다.
우에다 총재는 “내년 임금협상의 ‘초기 모멘텀(initial momentum)’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모멘텀이란 주로 대형 제조업체가 다음 회계연도 임금 인상안을 확정하기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분위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는 3월 공식 결과를 기다리기보다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세 가지 변수
① 임금 데이터 — 12월 18~19일 열리는 차기 회의 전까지 기업 실적 발표, 12월 15일 발표될 단칸(Tankan)1 조사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미 일본 최대 노총인 렌고(Rengo)는 “2026년에도 5%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② 정책위원회 내 매파 블록 — 9인 정책위원 중 두 명이 이번 회의에서도 금리 0.75% 인상을 재차 제안했다.
HSBC의 프레데릭 노이만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원회 내부에 매파 연합이 공고해졌으며, 미국 재무부 스콧 베센트 장관2의 외부 압박이 힘을 보태고 있다”고 분석했다.
③ 엔화 흐름 — 10월 31일 달러/엔 환율은 총재 발언에도 불구, 약 9개월 만의 최저치(엔화 약세)로 밀렸다. 엔화 추가 약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물가 상승→생활비 부담 확대→물가 목표(2%) 초과라는 경로가 현실화할 수 있어, BOJ가 조기 인상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 전망: 12월 vs 1월
모건스탠리 MUFG 증권의 야마구치 다케시 일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나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없는 한 12월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반면, 전 BOJ 간부 출신 오타니 아키라(골드만삭스 재팬 전무)는 “엔화 급락이 가속화되지 않는 한 1월 인상 시나리오가 우세”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취임 초기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BOJ에 조기 금리 정상화를 용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완화정책 지지자로 알려져 있으나, “가계의 물가 부담 완화”라는 정치적 약속을 지키려면 엔화 약세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작용할 수 있다.
용어 설명 및 배경
1 단칸(短観) 조사는 BOJ가 분기마다 실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로, 대·중소 제조업 및 비제조업체의 사업 환경, 설비투자 계획 등을 종합한다. 일본 기업 심리의 바로미터로 국내외 투자자가 주목한다.
2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달러 강세·엔화 약세가 과도해지면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촉구해 왔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출을 막고 글로벌 불균형 심화를 방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망과 시사점
결과적으로 BOJ가 17년 만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는 임금 상승률, 엔화 환율, 미국 경기라는 세 축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일본 경제가 임금·물가의 선순환에 안착한다면, 제로금리 시대의 종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주택·국채시장 등 국내 자산가격이 장기간 초저금리에 맞춰 형성된 만큼, 정책 정상화 이후 변동성 확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채 금리가 1%만 올라가도 일본 정부의 이자 부담은 연간 약 3조 엔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추정이 제기된다.
엔화 및 일본 주식·채권 투자자는 BOJ의 커뮤니케이션과 정부 재정전략을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변동성 장세에서 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