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 리·에두아르도 밥티스타 기자
경주(로이터)—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10월 31일(현지시간)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제30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단연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취약한 무역 휴전을 확보한 직후, 캐나다와 일본 정상과 잇달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2025년 10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휴전으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가 추가로 확대되는 사태가 일단 중단됐다. 이는 전 세계 공급망을 마비시킬 수 있는 위기를 일시적으로 봉합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올해 APEC 회담은 “공급망 강화”를 핵심 의제로 삼고 있다. 2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 경제협력체는 무역·투자 장벽을 완화하고 협력을 독려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모든 결정이 권고 수준에 그치며 최근 몇 년간은 회원국 간 합의 도출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일본과의 첫 정상회담, ‘보수 색채’ 다카이치 총리와 마주하다
미국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불참하면서 스포트라이트는 시진핑에게 쏠린다. 특히 그는 일본의 새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와 첫 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동북아 정세가 주목된다.
양국 관계는 최근 몇 년 사이 다소 안정됐으나,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다카이치는 강경한 안보 노선과 민족주의적 시각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취임 직후 단행한 조치는 ‘중국의 해양 진출’에 맞서는 자위대 전력 증강 가속화였다. 또한 일본은 해외 주둔 미군 가운데 가장 많은 병력을 수용하고 있다.
회의 의제에는 중국 내 일본인 구금 문제, 중국의 일본산 소·해산물·농산물 수입 제한 조치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 캐나다, ‘관계 재설정’ 모색… 16시 양자 정상회담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는 이날 16시(현지시간·GMT 07:00)에 시진핑과 회담한다. 카니 총리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흔들린 대미(對美) 의존도를 완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중국은 캐나다의 2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전임 총리 저스틴 트뤼도 재임기에는 캐나다 국민이 중국에서 억류·사형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캐나다 정부는 중국이 두 차례 연방선거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4년 시진핑이 트뤼도에게 “언론에 내용을 누설했다”며 공개적으로 질책한 장면도 외교적 파열을 심화시킨 계기로 꼽힌다.
무역 분야에서도 갈등은 이어졌다. 2025년 8월 중국은 캐나다산 카놀라유에 예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예고한 조치의 맞불로 평가된다. 이달 초 양국 고위관료가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대화”
를 가졌지만, 진전은 제한적이었다.
■ 미국은 트럼프 ‘공백’… 재무장관 베센트가 대행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APEC 개회 세션에 참석한다. 그는 이재명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아태 지역 협력 의지 회복’ 토론에 동석할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30일 브리핑에서 “장관회의 공동성명 채택을 위해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정상선언과 함께 11월 2일 회의 종료 시 한·영문 버전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두 회원국 외교관은 “정치적 균열 탓에 실질적 성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APEC은 트럼프 1기 재임 중인 2018·2019년 두 차례 연속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 엔비디아 CEO, 기업인 세션 연설… AI 칩 수출 이슈는 빠져
이번 정상회의와 병행해 열리는 기업인 회의에서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오후 연설자로 나선다. 엔비디아는 지난주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첨단 AI 반도체 수출 규제가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는 신호는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 참고: APEC, 희토류, 반덤핑이란?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은 아시아·태평양 21개국이 가입한 경제 협의체로, 무역·투자 자유화를 목표로 한다. 회원국 간 합의는 구속력이 없어 ‘컨센서스’ 형식의 선언문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희토류(Rare Earths)는 전기차 모터·풍력 발전·스마트폰 등 첨단 산업 필수 소재다.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약 60% 이상을 차지해, 수출 규제는 곧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직결된다.
반덤핑 관세(Anti-Dumping Duties)는 특정 국가가 자국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해 자국 산업을 침해한다고 판단될 때 부과하는 보호무역 조치다.
“우리는 협력을 되살리고, 공급망을 튼튼히 하며,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 이재명 국무총리, APEC 개회 연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