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완화 기대로 유가 상승…러시아 제재·재고 감소도 지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RBOB 가솔린 12월물 가격이 30일(현지시간) 소폭 상승세로 마감했다. WTI는 전일 대비 0.09달러(+0.15%), RBOB 가솔린은 0.0019달러(+0.10%) 올랐다.

2025년 10월 30일, 나스닥닷컴이 전한 바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완화가 글로벌 경기와 에너지 수요 전망을 개선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이 주가·유가 동반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관세 유예 연장·수출 통제 완화·무역 장벽 축소에 합의했다.

WTI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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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29일) 발표된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도 유가에 우호적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24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8% 감소했으며, 가솔린 재고는 11개월 만의 최저치로 평균 대비 2.7% 부족했다. 디스틸레이트 재고도 8.4% 밑돌아, 전반적인 타이트(공급 부족) 상황이 확인됐다.

한편 달러화 강세(DXY 지수 2.75개월 최고치)가 상승폭을 다소 제한했다. 통상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원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워지는 경향이 있다.


러시아 제재·우크라이나 공격 여파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제재 강화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나토(NATO) 대표단은 “우리는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제재를 이미 시행했으며 이를 강력히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22일 로스네프트(PJSC)·루코일(PJSC) 등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에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로스네프트, 가즈프롬네프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선박 117척법인 45곳(중국·홍콩 소재 12곳 포함)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최근 두 달간 러시아 정유시설 최소 28곳을 드론·미사일로 공격하면서 러시아의 해상 석유제품 수출은 일평균 188만 배럴로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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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급 지표·전망

유로존 3분기 GDP는 전기 대비 0.2%, 전년 대비 1.3% 성장해 시장 기대를 상회했다”

유럽 경기 개선 신호는 에너지 수요에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일본은행(BOJ)도 2025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0.6%→0.7%로 상향했다.

다만 중기적으로는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에 1일 400만 배럴 규모의 역대 최대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14일 경고했다. 시장조사업체 Vortexa는 24일 기준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12% 증가한 8,975만 배럴이라고 발표했다.

달러 인덱스 차트

OPEC+는 이번 주말 정례회의에서 12월 137,000배럴 추가 증산이라는 ‘베이스 시나리오’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2024년 초 220만 배럴 감산을 전면 되돌리는 과정의 일환으로, OPEC 9월 생산량은 2년 반 만의 최고치인 2,905만 배럴로 늘었다.


미국 내 생산·시추 동향

EIA 주간 보고에 따르면 미국 원유 생산량은 사상 최고치인 1,365.5만 배럴(주간 기준)을 기록하며 전주 대비 0.1% 증가했다. 참고: 미국 셰일업계의 생산성 향상과 파이프라인 확충이 배경

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스는 10월 24일 주간 가동 유정(리그) 수가 2개 늘어난 420개라고 밝혔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 만의 최저치(410개)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지만, 2022년 12월 627개 대비로는 여전히 크게 줄어든 상태다.


용어 설명 코너

RBOB 가솔린은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산화제 혼합 전 단계의 개솔린 원료를 뜻한다. 주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며 미국 동부·중부 지역 가격 지표로 활용된다.

Vortexa는 위성·AIS(자동식별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원유·정제유 수송 상황을 실시간 추적하는 영국 에너지 분석업체다. 이 회사의 ‘떠 있는 재고’ 통계는 해상 물동량 변화를 통해 실제 공급 여력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은 제재 대상 국가의 원유를 운송하기 위해 선적서류 위조·AIS 신호 차단 등으로 추적을 회피하는 선박 집단을 말한다. 최근 러시아·이란산 원유 제재가 강화되면서 규모가 확대됐다.


시장 전망 및 전문가 의견

시장 참여자들은 미·중 무역 협상 진전러시아 제재 강화를 ‘위쪽 압력(상승 요인)’으로, OPEC+ 증산IEA 공급 과잉 전망을 ‘아래쪽 압력(하락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원유·정제유 스프레드, 옵션 전략 등 차별화된 상품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저자인 리치 애스플런드는 해당 기사에서 언급된 어떠한 증권에도 직접·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조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