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은행권 일일 지급준비율 완화…대출 활성화 유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Central Bank of the Argentine Republic‧BCRA)이 상업은행이 매일 충족해야 하는 지급준비율(reserve requirement) 규정을 다소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위축된 국내 신용 공급을 회복하고 유동성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2025년 10월 30일, 인베스팅닷컴 Bloomberg 인용 보도에 따르면,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같은 날 회의를 열고 현재 100%인 일일 지급준비 충족 의무를 9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및 승인했다. 즉, 은행들은 매 영업일마다 총 의무준비금의 5%를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예금 종류와 금융상품별로 이미 설정된 근본적 지급준비 비율 자체는 변동이 없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일일 모니터링’ 수준의 규제를 완화해 추가 유동성을 허용하는 점진적 조치로 해석된다.

주목

지급준비금이란 무엇인가?

상업은행은 고객 예금을 전부 대출로 돌리지 못하고 일부를 중앙은행 계정이나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를 ‘지급준비금’이라 하며, 예금주가 동시에 자금을 인출하더라도 은행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설계된 금융안전망이다. 통상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정책수단으로 활용해 통화량과 유동성을 조절한다.

아르헨티나는 수년간 고인플레이션(연 140% 안팎)과 페소화 급락에 시달려 왔다. 이에 정부와 중앙은행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그副作用으로 민간 대출이 급감하고 기업·가계의 자금조달 창구가 위축됐다는 지적이 지속됐다.

“이번 완화 조치는 대출을 촉진하고 금융시스템 내 유동성을 확대해 경기 회복을 지원하려는 점진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중앙은행 관계자가 밝혔다.

실제로 95% 규정이 도입되면, 상업은행들은 매일 평균적으로 약 5%p 수준의 자금을 추가 운용할 수 있다.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은행권의 총 예금 규모는 2025년 9월 말 기준 약 45조 페소로 추산된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하루 최대 2.25조 페소(약 24억 달러)가 신규 대출이나 채권 매입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본 지급준비율이 변하지 않는 한, 은행권의 구조적 건전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추가 유동성 공급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주목

시장 반응 및 전망

국내 증시의 은행주(주요 상업은행 지주사)는 보도 직후 장중 평균 1.3% 상승했다. 채권시장에서 1년물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18bp 하락해 유동성 기대감을 반영했다.

한편,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44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IMF 실사단은 11월 중순 현지에 파견돼 재정·통화정책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어서, 이번 완화 조치가 협상 테이블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경제학자 라울 카스타노(Raul Castano)부에노스아이레스대 경제학부는 “95% 요건 도입은 단기적으론 은행 간 콜금리를 낮추고 기업 대출 금리를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 구조개혁—재정 적자 축소, 통화신뢰 회복—없이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추가적인 지급준비완화 혹은 기준금리 조정 여부는 경제 데이터인플레이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118%다.


전문가 시각으로 볼 때, 이번 조치는 시장 심리 회복에 긍정적이지만 자본 유출입이 극심한 신흥국 특성상, 환율 안정 및 재정 건전성이 동반되지 않으면 기대 효과가 일정 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급준비 규제 완화가 향후 단계적 금리 인하 or 대규모 국채 발행과 결합될지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