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3사의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투자 재원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달하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2025년 10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는 모두 내년 설비투자(Capex)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 회사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특히 AI 전용 칩)와 데이터 센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알파벳 주가는 5% 넘게 상승한 반면, 메타는 11% 이상 급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 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AI 투자 규모 자체보다 이를 감내할 수 있는 현금창출력을 더욱 면밀히 따진 것으로 풀이된다.
■ 현금흐름 대비 투자 비중이 관건
데이브 헤거 에드워드존스 수석 주식 애널리스트는 “설비투자가 매출이나 영업현금흐름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수록 투자자에게 안도감을 준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알파벳의 3분기 설비투자액 239억5,000만 달러는 영업현금흐름의 49%에 그쳤다. 반면 메타는 64.6%, 마이크로소프트는 77.5%를 각각 기록했다.
“알파벳은 막대한 투자를 단순히 감당하는 수준을 넘어, 내부 현금으로 완전히 충당하고 있다. 이는 동종 경쟁사 대비 뚜렷한 차별점이다.” — eToro 시장 분석가 조시 길버트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은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 자본적 지출을 뺀 잔액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배당, 자사주 매입, 추가 투자 등을 가능하게 하는 ‘실탄’이다. FCF가 견조하면 신규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해도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
■ AI ‘과투자’ 경계감…원형 투자구조도 부담
시장에서는 “AI 투자가 과열 양상”이라는 경고음도 들린다. 다만 빅테크 경영진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투자를 미루는 선택지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최악의 경우 AI 인프라를 과잉 건설해 일부 손실이나 감가상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려는 AI 생태계 전반에 걸친 ‘순환 투자(circular investment)’다. 예컨대 빅테크가 AI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동시에 해당 스타트업의 솔루션을 사용‧재판매하는 식이다. 투자자들은 회계상 매출과 투자가 서로 얽혀 실제 수익성을 흐릴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 현금 보유력이 투자를 결정짓는다
시노버스 트러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댄 모건은 “현금흐름이 강한 기업일수록 AI 인프라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있다”며 “단기 수익률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장기 성장성을 선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알파벳의 구조적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검색·광고 사업이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고, 유튜브·클라우드 부문 성장이 맞물리면서 AI 투자 선순환을 이룬다는 평가다.
■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투자자들은 아마존이 발표할 3분기 실적도 주시하고 있다. 클라우드 분야 ‘빅3’ 중 한 축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투자 규모와 수익성이 공개되면, 빅테크의 “투자 대비 실익”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향후 메타·마이크로소프트가 프로덕트 출시 속도를 앞세워 주가 하락 압력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혹은 알파벳이 현금흐름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AI 투자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본 기사에 사용된 달러화 수치는 로이터 원문 기준이며, 별도 환산표시는 생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