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이탈리아)—유럽중앙은행(ECB)이 2%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시장에서 이미 폭넓게 예측된 ‘well-telegraphed decision’*1으로 평가된다.
2025년 10월 3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ECB는 금리를 1년 동안 절반으로 인하한 이후 지난 6월부터 동결 기조를 유지해 왔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에 근접하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우리는 좋은 위치(good place)에 있다“고 평가했다.
ECB는 이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중기 목표치 2%에 근접해 있으며, 경제는 글로벌 환경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향후 지표에 기반해 결정하며 사전 약속(pre-commitment)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 최근 경제 지표와 시장 반응
ECB가 자체 전망을 유지한 배경에는 기업 심리 개선과 독일 제조업 지표 반등이 있다. 독일은 유로존 최대 경제국으로서 그 동향이 전체 블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미국·중국 간 관세 충돌이 완화 기미를 보이자 투자 여력을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제조업 수출 부문은 여전히 회복이 더디다. 특히 미국 수출 감소가 뚜렷하며, 중국이 대(對)미 수출 감소분을 유럽 시장에 ‘덤핑(dumping)’*2하고 있다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견조한 노동시장, 민간 부문의 건전한 재무 구조, 그리고 과거의 금리 인하가 유로존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무역 분쟁 및 지정학적 긴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 ECB 성명
■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
일부 정책위원들은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이유로 추가 완화 필요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금융시장에서는 2026년 여름 전 마지막 추가 0.25%p 인하 가능성을 40%~50% 수준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반면, 정책 매파(policy hawks)*3는 독일 정부가 국방· 인프라 지출을 확대하면 재정투입만으로도 성장과 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추가 완화 없이도 중기적으로 물가 압력이 재차 고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 이후 일정
투자자들의 이목은 2025년 10월 30일 13시 45분(영국시간)에 예정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기자회견으로 쏠려 있다. 그는 이번 회견에서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향후 전망과 위험 요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 용어 설명
*1 Well-telegraphed decision: 중앙은행이 정책 변화를 사전에 충분히 시장과 소통해 투자자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결정을 뜻한다.
*2 Dumping: 특정 국가 기업이 다른 시장에서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대량 판매해 자국 내 초과 공급을 해소하고, 경쟁 상대 시장을 잠식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3 Policy hawk: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에 두고 통화긴축에 적극적인 통화정책 결정권자를 일컫는 표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