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앙은행, 금리 동결 속 미 관세 영향 경고…성장 전망은 상향

대만 중앙은행(中央銀行, CBC)이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2.0%에 동결했다고 10월 30일 회의록을 통해 밝혔다. 은행은 반도체·인공지능(AI) 수요 호조에 힘입어 수출 경기가 견조하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미국 관세 정책 변화가 향후 통화정책을 수정할 수 있을 만큼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10월 30일, 로이터통신 타이베이발 보도에 따르면, CBC 이사회는 지난 9월 정례회의에서 할인율(benchmark discount rate)을 3분기 연속 2%에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이는 2024년 3월 이후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

Taiwan Central Bank
동결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 그러나 같은 회의록에서 미국의 ‘섹션(Section) 232’ 관세가 대만 수출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가 언급돼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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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232가 무엇인가?

섹션 232는 미국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of 1962) 232조를 의미한다. 국방 안보를 명분으로 특정 국가·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다. 전(前)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에 25%·10% 관세를 부과하며 국제무역 갈등을 촉발한 바 있다.

CBC 이사의 발언 중 한 명은 “올해 하반기에도 미국이 섹션 232 관세를 조정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는 대만 제조업·수출업체의 이익률과 투자계획에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이사는 “대만달러 강세나 국제 유가 하락이 계속된다면 물가상승률은 추가로 둔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외식비·임대료 상승, 태풍 등 기상이변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 동향 및 비교

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9월 1.25%로, 최근 4년 반 사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3%대를 기록한 미국, 4%대를 나타낸 유로존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CBC가 기준금리를 2%에 머물게 할 수 있는 배경도 상대적으로 완만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Taiwan Exports

현재 CBC 금융통화위원회는 총 1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차기 회의는 12월 개최될 예정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관세·원자재 가격·환율 흐름이 4분기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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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각 및 전망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은 대만 경제의 ‘투트랙’ 구조—반도체·AI 관련 고성장과 내수 둔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한편 대만 중앙은행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배경으로는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TSMC) 등 핵심 반도체 업체의 고성능 AI 칩 수출이 꼽힌다.

그러나 북미·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의 통상 압박이 맞물릴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 CBC가 중립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관세 변수에 따라 예상보다 이른 긴축 또는 완화 전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만 기업들은 주문 다변화, 공급망 재배치 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며, 투자자들은 환헤지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용어 풀이

할인율(Discount Rate) –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단기대출을 제공할 때 적용하는 정책금리. 한국의 기준금리와 유사한 개념이다.
Sticky Prices – 외식비, 임대료처럼 단기적으로 가격이 잘 내려가지 않는 고정비용 성격의 물가 항목.
AI 칩 – 인공지능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 서버,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등에 필수적이다.

이번 회의록은 대만 경기 회복세와 동시에 대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특히 미 관세 재조정 여부가 연말 통화정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