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지수 급등 배경]
달러지수(DXY00)는 29일(현지 시각) 2주 만의 최고치로 뛰어오르며 전일 대비 0.62% 상승 마감했다. 글로벌 교역 긴장이 완화되면서 경제 성장 기대가 살아난 점이 달러 매수세를 자극했다. 미국과 한국은 이날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해운 투자를 포함한 새 양자 통상합의를 최종 타결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 상한선을 15%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펜타닐 위기 해소를 위해 “중국산 상품 관세 인하를 기대한다”고 밝혀 무역 리스크 완화에 힘을 보탰다.
2025년 10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예정대로 기준금리를 25bp(0.25%p) 내리고 양적긴축(QT)을 12월 1일부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달러 강세가 심화된 것은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의 매파적(hawkish) 발언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2월 추가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며 시장 기대를 제어했다.
“A further reduction in the policy rate at the December FOMC meeting is not a foregone conclusion, far from it.”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미국 정치·경제 변수]
달러는 여전히 미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라는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미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연준이 추가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게 된다. 실제로 9월 미국 잠정 주택판매 지표는 전월 대비 변동이 없어(0%) 시장 기대치(+1.2%)를 밑돌았다.
이번 FOMC 결정으로 연방기금금리 목표 구간은 4.00%~4.25%에서 3.75%~4.00%로 낮아졌다. 성명서는 “최근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으며, 인플레이션은 올해 초보다 상승해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12월 9~10일 FOMC에서 25bp 추가 인하 가능성을 69%로, 2026년 말까지 누적 72bp 인하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주요 통화 동향]
같은 날 EUR/USD는 0.60%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인하 사이클을 종료했다는 인식이 유로 약세를 제한했지만, 파월 의장 발언 이후 달러가 더 강세를 보이며 유로/달러를 끌어내렸다. 시장은 10월 30일 ECB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1% 미만으로 본다.
엔화 역시 약세였다. USD/JPY는 0.56% 상승하며 엔/달러 환율이 일주일 만의 엔화 고점에서 되돌려졌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스탠스에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엔화 매도세가 강화됐다. 앞서 재무장관 제닝스 베센트는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BOJ)에 정책 여지를 허용해야 인플레이션 기대를 고정하고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해 엔 강세를 자극했으나, 결국 달러 강세 앞에 힘을 잃었다.
일본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35.8로 시장 예상치(35.5)를 웃돌며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엔화에 일시적 지지를 제공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번 주 BOJ 회의에서 기준금리(0.50%)가 동결될 확률을 86%, 25bp 인상 확률을 14%로 본다.
[귀금속 시장]
12월물 금 선물(GCZ2)은 17.60달러(0.44%) 상승, 은 선물(SIZ2)은 0.589달러(1.24%) 상승 마감하며 주초 급락분을 일부 만회했다. 그러나 장 마감 후 파월 의장 발언이 전해지자 금값은 온스당 40달러 이상 급락해 3주 최저치를 재차 테스트했다. 금과 은은 셧다운, 관세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중앙은행 매입,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등의 안전자산 수요로 하단을 방어하고 있다.
다만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투자 심리가 개선된 점, 미·중 예비 무역합의 발표로 위험회피 수요가 둔화된 점이 금·은 가격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금 ETF 보유량은 지난주 3년래 최고치에서 감소세로 전환됐고, 은 ETF 역시 3.25년 고점에서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업데이트]
달러는 월요일부터 이어진 안전자산 수요 감소 영향도 일부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회동에서 미·중 협상단은 선적 비용, 펜타닐 통제, 희토류 수출 제한 자제, 미국산 대두 구매 확대 등에서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양국 정상은 이번 주 목요일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APAC 정상회의 계기 트럼프–시진핑 양자회담에서 협정문을 최종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장관 베센트는 “11월 1일부로 예고된 100% 대중 관세는 사실상 철회됐다”고 밝혔다.
TikTok 접근성 유지 문제도 논의 중이며, 중국은 최소 1년간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전문가 시각 및 용어 해설]
베이시스포인트(bp)는 0.01%p를 의미하는 단위로,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조정 폭을 묘사할 때 주로 사용된다. 양적긴축(QT, Quantitative Tightening)은 중앙은행이 채권 보유량을 축소해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정책이다. QT를 중단한다는 것은 시장에 자금을 더 풀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복귀하겠다는 의미다.
시장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명시적 지침을 피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강한 달러-완만한 금리 인하’라는 시그널을 줬다고 평가한다. 달러 초강세가 장기화될 경우, 신흥국 통화·원자재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미국 내 인플레이션 억제에는 우호적일 전망이다.
[향후 일정 및 체크포인트]
시장 참여자들은 10월 30일 ECB 회의, 11월 1일 대중 관세 기한, 12월 9~10일 FOMC, 이번 주 BOJ 회의 결과를 차례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12월 연준 회의가 또 한 번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달러 방향성과 금·은 가격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위험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 본 기사에 언급된 종목·자산에 대해 필자는 직접적인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