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2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축소’ 발언 이후 장중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보합권(0.00%)에 머물렀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16% 하락해 숨 고르기를 나타냈다. 반면 기술주 중심 나스닥100 지수는 +0.41% 올라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선물시장에서도 12월물 E-미니 S&P500 선물(ESZ25)은 -0.06% 내렸고, 12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NQZ25)은 +0.37% 상승했다.
2025년 10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지수는 개장 직후 미중 통상 긴장 완화 기대에 힘입어 동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미 국채(티노트) 금리가 급등하며 위험자산이 다시 압박받았다.
■ 미·중 무역 완화 기대감이 선 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펜타닐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중국산 일부 제품에 부과 중인 20% 관세를 최저 10%까지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구체(Precursor) 화학물질 수출 제재에 중국 쪽 협조를 얻기 위해 관세 인하 카드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한·미 간 ‘1500억 달러 규모 조선 투자·관세 상한 15%’를 골자로 한 최종 무역 합의도 발표돼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 반도체주 랠리 — 엔비디아 ‘블랙웰’ 중국 공급 검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엔비디아 블랙웰(B100) AI 프로세서의 중국 수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반도체 업종 전반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Nvidia는 +2% 넘게 상승했고, Broadcom·Lam Research·Applied Materials가 +3%대 급등했다. Micron, AMD, KLA도 일제히 +2% 이상 올랐다.
■ 거시 지표 — 모기지 신청·주택 지표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10월 24일로 끝난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7.1% 증가했다. 이는 구매용이 +4.5%, 재융자가 +9.3% 각각 확대된 덕분이다. 30년 고정금리 평균은 6.37%에서 6.30%로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9월 미결 주택매매(Pending Home Sales)는 전월 대비 0.0%로 집계돼 시장 예상(+1.2%)을 하회했다.
■ 연준 — 25bp 인하·QT 조기 종료, 그러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예상대로 정책금리(연방기금금리 목표구간)를 3.75~4.00%로 25bp 내리고, 오는 12월 1일부로 양적긴축(QT)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성명서는 “최근 고용의 하방 위험이 증가했고, 물가가 연초 대비 상승해 여전히 다소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2월 회의에서 추가 인하는 당연시할 수 없다(far from it)”며 시장 기대를 냉각시켰다. 이에 10년물 미국채 금리는 장중 8bp 급등해 4.074%(2.5주래 최고)까지 치솟았고, 채권 가격은 2.5주 저점으로 밀렸다.
“12월 추가 인하가 기정사실은 아니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은 12월 FOMC에서 추가 25bp 인하 가능성 67%를 반영하고 있다. 2026년 말까지 총 74bp 인하를 내다보며 최종 금리를 3.38%로 예측한다.
■ 대형 IT 실적 시즌 — ‘매그니피션트 7’ 5곳 발표
이번 주는 S&P500 전체의 34%에 해당하는 173개 기업이 실적을 내놓는다. 특히 Alphabet, Meta, Microsoft가 이날 장 마감 뒤, Apple과 Amazon이 다음 날 발표해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 기준, 지금까지 보고한 기업의 84%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해 2021년 이후 최고의 어닝 서프라이즈율을 기록 중이다. 다만 올해 3분기 EPS 증가율은 +7.2% (2년 만의 최저), 매출 성장률은 +5.9%(2분기 +6.4%)로 둔화가 예상된다.
■ 캐나다·중국·희토류 — 통상 변수 산적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의 반관세 광고에 대한 대응으로 10% 상계 관세를 추가 부과했다. 미 대법원은 11월 5일 ‘대통령 관세 부과 권한’ 합헌성 심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급심은 이미 ‘비상권 남용’이라며 위법 판단을 내린 바 있어, 최종 판결(2025~2026년 예상)에 따라 상계 관세 환급·대통령 관세 권한 제한 등의 파급 가능성이 거론된다.
■ 미국 정부 셧다운 5주차
연방정부 셧다운이 5주 차로 접어들면서 640,000명의 공무원이 임시 해고(furlough) 상태에 빠졌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추정했다. 이에 따른 실업수당 청구 증가와 실업률 4.7% 상승 가능성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 해외 증시 — 유럽·아시아 동반 최고치
유럽 EuroStoxx50 지수는 장중·종가 기준 모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0.0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년 만에 최고(+0.70%)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는 +2.17% 급등해 연고점을 넘어섰다.
■ 국채·금리 동향
12월물 10년 만기 미 국채선물(ZNZ5)은 18틱 하락했고, 금리는 4.056%로 8bp 뛰었다. ‘베이시스 포인트(bp)’란 1bp=0.01%p를 의미하는데, 이날 금리는 0.08%p 상승한 셈이다. 유럽 쪽에서는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가 -0.2bp, 영국 길트 금리가 -0.8bp 내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 개별 종목 — 테러다인·시게이트 20% 급등
테러다인(TER)은 3분기 매출 7억6,920만 달러로 컨센서스(7억4,510만 달러)를 넘기고,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9억2,000만~10억 달러로 제시해 주가가 +20% 급등했다.
시게이트(STX)는 1분기 조정 EPS 2.61달러(예상 2.37달러)를 발표하고, 2분기 EPS 가이던스를 2.55~2.95달러로 시장(2.67달러)을 웃돌면서 +19% 올랐다. Bloom Energy(BE)는 서프라이즈 실적으로 +16%, 헬스케어 업체 Centene(CNC)은 예상 밖 흑자로 +12% 상승했다.
반면 결제 서비스사 Fiserv(FI)는 연간 EPS 전망을 8.50~8.60달러로 낮춰 -44% 급락했고, Avantor(AVTR)도 실적 부진으로 -23% 하락했다. Boeing(BA)은 3분기 주당 -7.47달러의 적자를 내 실망을 안기며 -4% 빠졌다.
■ 용어·배경 설명
• 양적긴축(QT) — 중앙은행이 보유 자산(주로 국채·MBS)을 매각하거나 만기 상환분을 재투자하지 않아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이다. 반대로 양적완화(QE)는 자산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 티노트(T-Note) — 만기가 2~10년인 미국 국채를 통칭한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무위험 자산’으로 여겨져 금리 변동은 위험자산 전반의 밸류에이션 지표로 활용된다.
• 매그니피션트 7 — 시가총액 기준 미국 빅테크 7개사(Apple, Microsoft, Alphabet, Amazon, Meta, Tesla, Nvidia)를 지칭하는 용어다. 이들의 실적과 가이던스는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기자 시각 & 전망
파월 의장은 “데이터 의존적” 태도를 재확인했지만, 12월 인하 확률을 즉각 부인함으로써 시장의 ‘연준 풋’ 기대감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다만 물가 둔화와 경기 냉각이 동시에 진전될 경우, 2026년까지 75bp 인하는 현실화될 수 있다. 또 미중 ‘부분적 관세 인하-희토류 수출 보장-펜타닐 단속’ 교환 가능성은 중장기적으로 테크·소재 섹터에 호재다.
실적 시즌이 고점을 통과한 뒤에는 미국 정부 셧다운 장기화와 대법원 관세 판결이 남은 4분기 증시 변동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금리·정책 이벤트의 ‘헤드라인 리스크’에 유의하면서, 펀더멘털 개선이 확인된 업종(반도체·제조 자동화) 위주로 접근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