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완화 기대에 찬물…월가가 주목한 12월 금리 인하 불확실성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이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12월 추가 금리 인하가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최근 증시를 지배해 온 낙관론(‘Bull Rally’)에 급제동을 걸었다.

2025년 10월 2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뉴욕증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상승분을 반납하고 전일 대비 74포인트(0.2%) 하락 마감했다. S&P 500지수는 소폭 조정을 받으며 보합권에 머물렀고, 나스닥 종합지수만이 0.6% 상승해 간신히 강세 흐름을 유지했다.

시장 컨센서스 VS 연준 내부 분열
애초 투자자들은 이날 FOMC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실제로 연준은 예고대로 25bp(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하고, 양적긴축(QT) 중단과 국채 매입 재개 방침을 병행 발표했다.*QT(Quantitative Tightening)는 중앙은행이 보유 자산을 축소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 곧 ‘긴축적 대차대조표 축소’로 불린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12월 추가 인하 여부는 전혀 확정된 바 없으며, 오히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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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격렬한 이견이 노출됐다. 스티븐 미란(Fed 이사)50bp 대폭 인하를 주장했지만, 제프리 슈미드(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동결을 고수했다. 파월 의장은 “위원회 내부에서 12월 정책 경로를 두고 강력한 시각차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12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추가로 내릴지는 결정된 게 전혀 아니다. 오히려 가능성이 멀다고도 할 수 있다(Far from it).” — 제롬 파월


월가 전문가 반응

크리스 자카렐리(노스라이트 자산운용 CIO)는 “금리 인하와 QT 종료·채권 자동 매입 시작이라는 긍정적 뉴스에도 ‘향후 인하 축소’ 언급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고 평가했다.

잭 맥인트라이어(브랜디와인 글로벌 매니저)는 “실물지표 공백 상황에서 노동시장 둔화를 인플레이션 완화보다 우려한 결정”이라며 “동시에 반대 의견 스펙트럼이 넓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프리 로치(LPL 파이낸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 하방 위험이 커 연준은 12월 및 내년 내내 추가 인하를 지속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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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디트릭(카슨그룹 수석전략가) 역시 “노동지표 약화가 물가 고민을 압도해 이번·향후 인하 정당성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피어스(옥스퍼드이코노믹스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지역 연은 총재의 매파적 반대가 등장한 만큼, 연준이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핵심 배경·해설

1) ‘데이터 블랙아웃’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10월 통계가 지연되면서, 연준은 “한쪽 눈을 가린 채 비행하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지표 공백 상태다. 이로 인해 정책 판단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2) 노동시장 둔화 vs 인플레이션 점착성
물가가 목표(연 2%)를 상회하지만 상승세가 완만해진 반면, 신규 고용과 실업률은 빠르게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월 의장은 “후행적 지표(Lagging indicator)인 고용이 꺾이는 속도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 내부 분열의 의미
통상 연준은 만장일치 또는 소수 반대를 기록해왔으나, 이번처럼 ‘과다 인하’(미란) ↔ ‘동결’(슈미드) 양극단이 동시에 표출된 사례는 드물다. 이는 2024년 이후 이어진 공격적 인하 사이클이 막바지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영향 및 전망

단기적으로 국채금리는 파월 발언 직후 혼조세를 보였지만, 2년물 금리가 소폭 상승, 10년물 금리는 하락하며 장단기 금리차 역전(인버전) 폭이 확대됐다. 이는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 우려가 되살아났다는 방증이다.

주식시장은 빅테크(메가캡)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변동성이 제한적이었으나, 금융·산업·에너지 섹터는 상대적으로 크게 밀렸다. 전문가들은 “12월 인하 불확실성이 남은 두 달간 리스크 온·오프 스위치를 수시로 자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소폭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매파적 서프라이즈’로 인한 안전통화 선호 현상으로 풀이된다.


기자가 보는 관전 포인트

첫째, 11월 중 발표될 정부 통계가 연준 인하 속도를 좌우할 변수다. 특히 고용보고서·소비자물가지수(CPI)가 노동 둔화,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 완화’를 보여줄 경우, 슈미드 총재 등 매파를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

둘째, 내년 미 대선을 앞둔 정치적 압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선거년도의 통화정책은 ‘경기 부양 선호’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파월 의장이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해 왔지만 시장·백악관·의회로부터의 시그널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셋째, 양적완화(QE)로의 회귀 여부다. 연준이 ‘자동적 채권 매입(Autopilot buying)’을 천명함에 따라, 시장은 사실상 신형 QE 사이클의 포문이 열렸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주식·부동산 등 위험자산 가격을 재차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으나, 장기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내포한다.


용어 풀이

• 양적긴축(QT) – 중앙은행이 대차대조표에 보유한 채권을 만기에 맞춰 줄이거나 매각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통화정책. 2008년 금융위기 후 도입된 양적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 매파(Hawk)·비둘기파(Dove) – 매파는 물가 안정을 중시해 금리 인상 또는 긴축에 무게를 두는 정책 성향, 비둘기파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성향을 일컫는다.

• bp(Basis Point) – 금리 단위를 나타내는 0.01%포인트. 25bp는 0.25%포인트를 의미한다.


결론

파월 의장은 10월 금리 인하로 즉각적 경기 부양 신호를 줬지만, 동시에 12월 추가 인하를 불투명하게 만들어 ‘불확실성의 파도’를 키웠다. 데이터 공백·내부 분열·노동시장 둔화라는 삼중 변수가 교차하는 향후 두 달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투자자들은 각종 공식 통계 재개 시점과 개별 연은 총재들의 발언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