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AMZN.O)이 한국의 클라우드·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50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이로써 미국 빅테크 기업의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5년 10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 매트 가먼과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에서 진행한 면담 직후 청와대가 발표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이번 50억 달러는 2031년까지 AI 특화 데이터센터 및 디지털 인프라 건설에 사용될 예정”이라며 “국내 데이터 처리 용량과 차세대 AI 생태계 확대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갖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
이번 투자는 지난 6월 발표된 40억 달러 규모의 울산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 공동 구축 계획에 덧붙여진 것이다. 당시 AWS와 SK그룹은 첨단 냉각·전력 효율 기술이 적용된 하이퍼스케일(초대형) 센터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AWS 측은 “이번 한국 추가 자본 배치는 2028년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14개국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될 광역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란 무엇인가
데이터센터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장비를 한곳에 모아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디지털 기반 시설이다. 최근 생성형 AI(Generative AI)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고성능 GPU, 대용량 전력, 저지연 네트워크를 갖춘 센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는 수백 메가와트(MW) 규모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을 선호하며, 한국 역시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안정적 전력망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이번 결정을 통해 반도체, 전력, 냉각(HVAC),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한다. 특히 친환경 전력인증서(REC) 수요가 늘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경제 및 산업계 파급효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 수준으로, 연평균 성장률(CAGR) 15%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투자 확정분까지 합산하면, 아마존의 한국 내 누적 투자액은 90억 달러를 넘어선다. 이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가운데 ICT 부문 역대 최대 규모다.
학계에서는 지역 균형발전 측면도 주목한다. 신규 센터가 서울·수도권 외 지역에 건설되면 지방의 고급 IT 인력 유입과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학·연’ 협력 모델을 통해 AI 연구개발(R&D)·클라우드 운영 인력을 연 2,000명씩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과제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아틀라스 리서치는 “AI 워크로드는 전통적 워크로드 대비 평균 5배 이상 전력을 소모한다”며 “전력 확보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확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유틸리티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연료전지, 해상풍력 등 대안 에너지원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필자 역시 데이터센터 산업이 ‘디지털 시대의 공장’ 역할을 하며 고부가가치 일자리와 서비스 혁신을 동시 창출할 것으로 본다. 다만 대규모 전력 수요가 몰리는 만큼, 지역 주민 수용성 확보 및 전력망 확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사이버 보안과 데이터 주권을 위한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한편 AWS는 올해 들어만 싱가포르, 일본, 인도네시아에서 유사한 클라우드 리전 확장을 진행했으며, 향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이번 50억 달러 투자는 한국이 지닌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인력, 친기업 규제 환경에 대한 글로벌 신뢰를 재차 입증한 사례다. 동시에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AI+경제’ 국가전략의 핵심 퍼즐로서, 관련 산업 전반의 고도화를 촉진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