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통계청(AB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 분기 대비 1.3% 상승해 시장 예상치(1.1%)를 웃돌았다. 이는 2023년 이후 가장 큰 분기 상승 폭으로,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3.2%로 뛰어올라 중앙은행 목표 범위(2~3%)의 상단을 넘어섰다.
2025년 10월 2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물가 지표는 호주준비은행(RBA)이 단기간 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발표 직전 40%에 달했던 11월 통화정책회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확률은 8%로 급감했으며, 호주 달러는 미 달러당 0.66달러로 0.2% 상승했다. 3년물 국채선물 가격은 11틱 내린 96.43으로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핵심 물가지표 ‘트림드 평균’의 급등
물가지표 가운데서도 RBA가 가장 주목하는 근원 인플레이션(Trimmed Mean)은 분기 기준 1.0% 올라 시장 컨센서스(0.8%)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중앙은행 내부 전망치인 0.6%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연율로는 2분기의 2.7%에서 3.0%로 첫 반등을 나타냈으며, 2022년 말 6.8%의 정점 이후 처음으로 상승 반전을 기록했다.
RBA 미셸 불록 총재는 이틀 전 연설에서 “근원 물가가 0.9%만 넘어도 정책 전망에는 상당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1.0% 수치는 정책 기조 전환을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다.
전기요금·지방세가 물가 상승 주도
세부 항목을 보면 전기요금이 3분기 중 9.0% 폭등했으며, 부동산 소유주가 납부하는 지방정부 부담금(local government charges)이 6.3% 상승해 2014년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서비스 가격도 꾸준히 압력을 가해 연간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3.5%로 확대됐다. 특히 주거용 임대료와 의료 서비스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기록했다.
용어 해설: ‘트림드 평균(Trimmed Mean)’이란?
트림드 평균은 전체 물가 구성 품목 중 상·하위 15%씩을 제외하고 중간 70%의 변동률을 평균내는 방식이다. 일시적 변동이 큰 품목을 걸러내어 ‘실제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어 호주뿐 아니라 캐나다·스웨덴 등이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식품 비중이 낮아 체감 물가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용어 해설: ‘국채선물(Bond Futures)’의 의미
국채선물은 만기 3년·10년 등 특정 기간 동안의 국채를 미래 시점에 약정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률(금리)은 상승한다. 이번 발표 직후 3년물 국채선물 가격이 11틱 떨어졌다는 것은, 시장이 RBA의 긴축 지속 가능성을 반영해 단기 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베팅했다는 뜻이다.
시장·정책 전망
1) 투자은행과 매크로 전략가들은 11월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95%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불록 총재가 강조해 온 “물가의 지속적 둔화 확인 전까지 신중 모드” 원칙이 다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2) 단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상한제 확대, 주택 임대료 규제 등이 물가 압력을 제어할 수 있으나 에너지 전환 비용·보건 지출 증가 등 구조적 상방 요인이 만만치 않다.
3) 향후 RBA가 첫 금리 인하에 착수하더라도 시점은 2026년 2분기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 시각
멜버른대 경제연구소의 앨리슨 존슨 박사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3%대 중반으로 되돌아온 것은 고용시장 압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증거”라며 “임금협상 시즌이 본격화하는 4분기엔 추가 상방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드니 소재 헤지펀드 매니저 제임스 리는 “채권시장은 내년 1분기 금리 인하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며 “수익률 곡선이 단기 구간에서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자 참고: CPI와 생활물가의 차이
공식 CPI는 평균 가계가 소비하는 87개 대분류 품목을 바탕으로 계산되지만, 실제 가계는 소득·지역·연령에 따라 다른 지출 패턴을 보인다. 따라서 가구별 체감물가가 통계 물가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컨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전기차 보유 가구는 이번 분기 상승폭을 더욱 크게 체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맺음말
요약하자면, 3분기 호주 물가 데이터는 근원 인플레이션의 재가속이라는 형태로 통화정책 지형을 뒤흔들었다. 금융시장은 RBA의 ‘조기 완화’ 시나리오를 급격히 후퇴시켰으며, 중앙은행 또한 금리 동결에서 긴축 재개 여부까지 다시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향후 발표될 고용·임금·소비 지표가 기준금리 경로를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