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미국 교통부(DOT)가 멕시코 항공사들에 대한 대대적 제재에 착수했다. 이번 조치는 경쟁 저해 및 상호주의 원칙 위반을 이유로, 멕시코 측이 미국 항공사 운항을 3년 동안 일방적으로 제한해 온 데 따른 맞대응 성격이다.
2025년 10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숀 더피(Sean Duffy) 미 교통부 장관은 동일 날짜에 서명한 명령서를 통해 멕시코 주요 항공사인 아에로멕시코(Aeromexico), 볼라리스(Volaris), 비바 아에로부스(Viva Aerobus)의 현재 및 계획 중인 미취항 13개 노선 승인을 전면 취소했다. 또한 멕시코의 신공항인 펠리페 안헬레스 국제공항(Felipe Angeles International Airport, AIFA)에서 미국으로 운항하는 모든 여객·화물 복합(Belly Cargo) 항공편을 잠정적으로 무효 처리했다.
DOT 명령에 따라 멕시코 항공사는 멕시코시티 구도심에 위치한 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Benito Juarez International Airport, MEX)—이른바 ‘멕시코시티 공항’—을 통한 여객·화물 증편도 동결당했다. 그 결과, 양국 간 노선 개설·증편 협상은 사실상 중단되며, 이미 승인된 일부 노선마저 운항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Belly Cargo’란 무엇인가
‘Belly Cargo’는 여객기 하부 화물칸에 실는 수하물·화물을 뜻한다. 대형 항공사는 여객기 탑승률을 높이면서도 추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동 노선을 이용해 소형 화물과 전자상거래 물품을 함께 운송한다. 이번 결정으로 멕시코 항공사는 ‘벨리 카고’ 매출원까지 차단되는 셈이다.
더피 장관은 “멕시코 정부가 미국 항공사 운항을 3년간 불법적으로 취소·동결했음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면서 “상호주의 원칙을 회복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DOT는 추가 성명을 통해 “멕시코의 지속적 불이행은 미국 국민의 여행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탑승객들에게 항공사에 직접 연락해 대체편(re-accommodation)을 확인하라고 권고했다.
배경 및 파장
그간 미국·멕시코 항공 자유화 협정은 양국 항공사에 노선 개설 자율성을 부여해 왔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가 자국 항공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미국 항공사의 일부 노선·증편 신청을 ‘안전·환경’ 등을 이유로 사실상 봉쇄하자, 미국 측은 이를 ‘규제 남용에 의한 경쟁 제한’으로 판단했다.
특히 2022년 개항한 펠리페 안헬레스 국제공항은 멕시코시티 도심에서 약 45km 떨어져 있어, 접근성·운항 인프라 부족 등으로 국제선 유치가 지지부진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 신공항 활성화를 위해 미국 항공사 좌석 공급을 제한하면서 자국 항공사에 유리한 슬롯을 배분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번 DOT 명령은 안헬레스 공항—미국 노선 전면 취소라는 강수를 둠으로써, 멕시코 정부의 ‘신공항 밀어주기’ 전략에 직접 제동을 건 셈이다. 일각에선 향후 양국 항공 협정 재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영향 분석
① 여객 수요—아에로멕시코와 볼라리스는 미주 노선 비중이 각각 약 40%에 달한다. 노선 취소·동결로 겨울 성수기(Thanks-giving·연말) 좌석 공급이 급감해, 멕시코 관광을 계획한 미국 소비자는 티켓 가격 상승과 경유편 증가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② 화물 물류—벨리 카고 제한은 전자상거래·자동차 부품 등 시급화물(Just-in-time) 공급망에 파급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남부 제조업체는 트럭·철도 대체 수단을 모색해야 하며, 운송 시간·비용 증대가 불가피하다.
③ 항공사 재무—멕시코 항공 3사는 미국발 수익 노선 의존도가 높아, 분기 실적 악화는 물론 재무 건전성 지표(EBITDA·순차입금)가 흔들릴 수 있다. 투자자들은 2025년 4분기 실적 가이던스와 다국적 코드셰어 전략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기자 견해 및 전망
미 교통부의 이번 조치는 단순 노선 취소를 넘어 ‘항공 담판용 지렛대’로 해석된다. 멕시코 정부가 자국 항공산업 보호 명분을 앞세워, 사실상 미국 항공사의 시장 접근을 제한해온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명확하다. 향후 시나리오는 세 갈래다. 첫째, 멕시코가 미국 항공사 운항 제한을 해제하며 문제를 조속히 봉합할 가능성. 둘째, 양국이 항공 자유화 협정 개정에 착수해 슬롯·안전 기준을 재조정할 가능성. 셋째, 갈등이 장기화돼 양국 항공 시장 점유율 재편과 소비자 부담 가중을 초래할 가능성이다.
지금으로선 멕시코 국내 관광산업과 국경 간 전자상거래 물류가 단기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소비자·기업 모두 대체 루트 확보와 운송 일정 재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투자자는 멕시코 공항 운영사 GAP·OMA 주가 변동성, 미 항공사 델타·아메리칸의 노선 재편 등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결국 이번 사안은 시장 접근성·경쟁적 중립성을 둘러싼 국제 항공 규제의 본질적 문제를 다시금 드러냈다. 외형상 노선 승인 취소지만, 그 안에는 ‘국가 간 경제외교’와 ‘소비자 권익’이라는 복합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관전 포인트는 양국이 협의 테이블로 복귀할 시점과 정책 유연성이다.
향후 1~2분기 내 양국 당국 간 실무협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결과에 따라 항공·관광·물류업계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우리 기업·투자자·여행객은 최신 발표와 항공권 정책 변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