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코스피: 000660)가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세계적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NVIDIA(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을 공급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끌어올린 효과가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2025년 10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7~9월(3분기) 영업이익이 11조4,000억 원(약 80억2,0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급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의 스마트에스티메이트(SmartEstimate)*1가 집계한 컨센서스(11조4,000억 원)와 정확히 일치하는 수치다. 매출도 같은 기간 24조4,000억 원으로 39% 증가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AI용 고대역폭 메모리와 서버용 DDR5 제품이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AI 학습·추론 과정에서 메모리 대역폭 확보가 병목 현상의 핵심이 된다”며, 엔비디아·AMD·인텔 등이 차세대 GPU에 HBM 채택을 확대함에 따라 SK하이닉스의 공급 물량이 앞으로도 견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가 주력 GPU인 H100·H200 시리즈에 HBM3E를 본격 적용할 예정이어서,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 업계 관계자
환율·가격 효과가 실적에 미친 영향
올해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달러=1,421.48원까지 상승, 같은 기간 달러로 결제되는 수출 대금의 환산 이익도 붙었다. 다만 단순 환율 효과를 제외하고도 두 자릿수 이상의 출하량 증가와 제품 믹스 개선이 동반돼 실질 영업 레버리지(operating leverage)가 강화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집중된다.
아울러 한동안 부진했던 NAND 플래시 가격이 저점을 통과하면서, 모바일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된 점도 매출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238단 4D NAND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클라우드·대형 데이터센터 업체들을 상대로 고용량 SSD 수주를 확대 중이다.
주요 용어 해설
*1 스마트에스티메이트는 LSEG(런던증권거래소그룹) 산하 데이터 플랫폼이 제공하는 예측 시스템이다. 각 산업·종목별로 예측 정확도가 입증된 애널리스트의 전망치만 가중평균해, 전반적인 시장 컨센서스 대비 실제 실적과의 오차율을 최소화한 값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HBM(High Bandwidth Memory)은 기존 DDR DRAM 대비 입·출력(I/O) 핀 수를 대폭 늘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이다. GPU, AI 가속기, 고성능 컴퓨팅(HPC) 등 대량의 데이터 병렬 처리 환경에서 필수적이며,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시장 조사업체들은 2025~2026년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이 연평균 30~40% 범위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고대역폭 메모리를 포함한 특수 DRAM 공급 부족이 최소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가 2025년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면, 연간 영업이익 40조 원 돌파 시나리오도 충분히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메모리 업황은 사이클 변동성이 큰 산업 특성상 중국의 수요 회복,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미 연준(Fed)의 통화정책 기조 등 거시 변수에 따라 실적 변동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상시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은 AI 생태계 확장과 고단가 메모리 수요가 동반된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그러나 향후 주가 흐름은 공급망 안정성·환율 방향성·경쟁사(특히 삼성전자·마이크론)의 생산 증설 속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