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4일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 켜진 빨간 신호등. 사진=Celal Gunes/Anadolu/Getty Images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의 수전 일스턴(Susan Illston) 판사는 28일(화)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셧다운 기간 중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려던 계획에 대해 해고 금지(고용 유지) 가처분을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2025년 10월 2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예비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 형태로 내려졌으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재가동(reopen)될 때까지 감원 통보(일명 RIF·Reduction in Force)를 발송하지 못하도록 행정부를 강력히 제약한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10월 15일 ‘임시 금지명령(temporary restraining order, TRO)’을 발효해 단기적으로 해고 절차를 동결했었다. 일스턴 판사는 “정부 셧다운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연방 노동자들이 추가적인 불확실성에 시달려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 제출 서류에서 10월 10일 기준 약 4,000건의 RIF 통보를 이미 발송했다고 밝혔다.
러셀 보우트(Russell Vought) 백악관 예산국장은 다음 주 브리핑에서 “최종 감원 규모는 1만 명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부 셧다운—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셧다운—을 가리켜 ‘민주당 기관(Democrat Agencies)’을 축소할 수 있는 기회(opportunity)
라고 공개 발언한 바 있다.
용어 해설
● RIF(Reduction in Force) : 미국 공무원 인사 규정에 따라 예산 삭감·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강제 감원을 시행할 때 사용되는 공식 용어다. 통상 해고 대상자는 사전에 서면 통보를 받고, 이의제기 절차를 거칠 수 있다.
● 예비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과 임시 금지명령(TRO) : 둘 다 상대방의 행위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법원 명령이지만, TRO는 긴급·단기 처분이며, 예비 금지명령은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비교적 장기간 효력을 유지한다.
사건 경과
10월 15일, 공무원 노조와 시민단체는 “셧다운을 이유로 대량 해고를 단행하는 것은 직원 보호 관련 연방법 및 헌법적 절차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담아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스턴 판사는 같은 날 즉시 TRO를 발령해 해고 절차를 초기 단계에서 멈췄다.
이번 예비 금지명령으로 행정부는 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켜 정부를 재개봉할 때까지 어떠한 추가 감원 통보도 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은 또, 이미 발송된 RIF가 효력을 갖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새로운 판단이 있을 때까지 효력 정지’를 명령했다.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행정·경제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연방 기관의 상당수가 폐쇄되고,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 상당수가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공공 서비스 지연, 지역 경제 소비 위축,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연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예산·이민법 협상에서 양보할 생각이 없다”며 강경 노선을 유지 중이다. 민주당 측은 해고 위협이 “노동자를 볼모로 삼은 정치적 압박”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전망
법무부 대리인은 이날 공판에서 “행정부 고유 권한을 법원이 침해하고 있다”며 항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공무원 노조 측은 “법원이 사법적 견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추가 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예산 협상이 타결돼 셧다운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RIF 실행이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한다. 만약 행정부가 항소하더라도 상급심 결정이 나오기 전 정부가 정상화되면, 이번 예비 금지명령의 실효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동법 전문가 제니퍼 리(Jennifer Lee)労働法학회 부회장는 “정치적 셧다운을 감원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를 사법부가 일단은 제동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판결은 셧다운 장기화 속에서 공무원 생계 안정과 행정부 재량권 사이의 치열한 힘겨루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