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SAP SE가 미국 회계 소프트웨어 회사 블랙라인(BlackLine Inc.)에 대한 약 45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지난 6월 공식적으로 제시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과 로이터가 입수한 제안서에 따르면, SAP는 여전히 해당 거래를 재추진할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2025년 10월 27일, 로이터통신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SAP는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JPMorgan)와 손잡고 6월 18일 블랙라인에 주당 66달러의 비공개 인수 제안을 전달했다. 이는 블랙라인 주가의 60일 평균치(50.50달러) 대비 31% 프리미엄이었으며, 총 거래 가액은 약 45억 달러(약 6조 1,500억 원) 규모다.
제안서에는 “본 거래를 위해 외부 차입 없이 자체 자금으로 거래를 종결할 수 있다”는 SAP 측의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럼에도 블랙라인 경영진은 해당 제안을 반려했으며, 이에 따라 협상은 일단 무산됐다.
사모펀드 클리어레이크 캐피털(Clearlake Capital)이 블랙라인 지분 약 9%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알려져 있다. 또 뱅가드(Vanguard Group)과 블랙록(BlackRock)도 각종 펀드를 통해 상위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향후 매각 논의에서 이들 기관투자가의 의중이 관건으로 꼽힌다.
현재 SAP는 공식적인 재제안은 발송하지 않았지만, 협상 재개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며, 구체적 일정이나 조건도 확정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논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SAP와 JP모건은 “논평을 거부한다”고 입장을 밝혔고, 블랙라인, 모건스탠리 및 클리어레이크 캐피털 역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용어·배경 설명
SAP SE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발도르프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규모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비롯해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 솔루션 등을 주력으로 한다.
블랙라인은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클라우드 기반 재무·회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주로 재무 결산·조정, 계정 조정 및 자동화, 인터컴퍼니(계열사 간) 거래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2016년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을 통해 반복적인 구독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프리미엄(premium)은 인수 제안 가격이 대상 기업의 시장 주가 대비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인수·합병(M&A)에서 프리미엄이 클수록 주주 설득력은 높아지지만, 인수 기업의 재무 부담 또한 커질 수 있다.
클리어레이크 캐피털은 기술·산업·소비재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미국계 사모펀드(Private Equity)이자, 이번 거래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SAP가 클라우드 전환과 정기구독형 매출 확대 전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블랙라인의 회계 자동화 솔루션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SAP의 기존 ERP 고객사를 대상으로 블랙라인 제품을 크로스셀(cross-sell)할 수 있다는 점이 잠재적 인수 명분으로 꼽힌다.
다만 블랙라인 측이 1차 제안을 거절한 배경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는 “매각 가격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독립경영 전략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 클라우드 SaaS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금리 인상기에도 비교적 견조하다는 점을 들어, 주가 상승을 통한 추가 가치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SAP가 인수 재추진에 나설 경우, 높아진 인수 프리미엄과 규제 당국 승인 절차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최근 ‘빅테크’ M&A에 대해 감시 수위를 높이고 있어, 거래 성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JP모건이 재무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은 SAP의 자금력과 구조조정 계획 수립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하지만, 클리어레이크와 같은 주요 주주들과의 가격·조건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거래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
SAP는 글로벌 SaaS 시장 내 입지 강화와 고객 기반 확장을 위해 블랙라인 인수를 재검토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2차 제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는 양사 간 시너지를 고려할 때 협상장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향후 SAP의 전략적 판단과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행보가 거래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