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발 주요 경제 소식에서 미국의 대(對)세계 관세 인상 정책이 영국 경제 성장률과 물가 흐름에 미칠 파급효과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2025년 10월 23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영란은행(BoE)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 스와티 딩그라(Swati Dhingra)는 아일랜드 중앙은행이 주최한 연구 콘퍼런스에서 미국발 무역 장벽이 영국 내수와 인플레이션에 끼칠 영향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했다.
그는 “2025년 이후 미국의 높은 수입관세는 세계 교역을 위축시키고, 그 결과 영국에서는 수요가 약화될 것“이라며 “약화된 수요가 중기적으로는 물가 압력을 낮추는 채널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관세의 1차 충격 ― 글로벌 성장 둔화
미국이 수입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는 영국 기업의 대미(對美)∙대세계 수출 물량을 직접적으로 줄인다.
“관세는 전 세계 기업의 생산과 투자를 억제하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성장률을 낮추는 ‘역(逆)성장 세금’의 성격을 띤다” ― 딩그라 위원
이와 같은 무역 둔화는 영국의 총수요를 끌어내리기 때문에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 2차 효과 ― 물가 하방 압력
영국 소비자가격지수(CPI)는 지난 1년간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전 세계 수요가 약화될 경우 수입물가와 국내 생산자 물가 모두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관세가 장기적으로는 일부 품목의 가격을 올리지만, 수요 둔화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경우 종합 물가 수준은 오히려 누그러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금리정책과 투자 사이의 딜레마
딩그라 위원은 MPC 내에서 상대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가속화’를 주장해온 대표적 비둘기파다. 그는 “과도하게 높은 금리가 자본투자(capex)를 제한하고 생산성 향상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며, 고금리가 오히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투자 부진이 이어질 경우 공급 측 병목이 심화돼 미래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통화정책이 수요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통화정책의 ‘쌍방향 효과’를 부각한 대목이다.
■ 브렉시트 3년차 ― 실증적 손실 추계
딩그라 위원은 지난 10월 중 영국 경제학회지에 발표된 연구를 인용하며 브렉시트(Brexit)의 장기 비용을 재확인했다. 서비스업 가운데 EU 무역장벽에 가장 민감한 부문은 EU 수출이 16% 감소했으며, 다른 시장으로의 전환도 제한적이었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각종 연구가 제시한 손실 규모는 다음과 같다:① 국내총생산(GDP) 6~8% 감소, ② 총투자 12~18% 감소, ③ 고용 및 생산성 3~4% 감소. 영국 예산책임처(OBR) 역시 “EU 잔류 대비 영국의 장기 생산성은 4% 낮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 ‘정책 불확실성’의 부식 효과
그는 “브렉시트는 정책 불확실성(policy uncertainty)이 무역・투자・생산성을 얼마나 잠식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책 불확실성이란, 기업이 미래의 규제·관세·제도 변화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얻지 못해 투자 결정을 연기하거나 축소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편,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에서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 영란은행 총재도 “브렉시트가 세계경제에 주는 교훈은 ‘장벽의 비용’“이라며 영국 경제에 지속적인 타격을 주고 있음을 거듭 확인했다.
■ 용어 풀이
- 관세(Tariff): 국가가 수입품이나 수출품에 부과하는 조세로, 보호무역·재정 확보·교역조건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다.
- 정책 불확실성(Policy Uncertainty): 기업이나 투자자가 향후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투자·고용 결정을 미루는 상황을 의미한다.
- 자본투자(Capex): 기업이 장비·공장·R&D 등 생산 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지출하는 자금이다.
■ 기자 해설
이번 연설은 미국발 보호무역 기조가 영국 경제에 간접적으로 미치는 ‘수요 위축 → 물가 완화 → 금리 인하 여지’의 연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동시에 고금리 장기화가 투자 위축과 생산성 저하를 유발해 ‘공급 측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가능성도 제기, 통화정책이 마주한 양면적 리스크를 부각했다. 투자자와 기업은 보복관세, 공급망 재편 등 추가 변수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