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 ‘공급 절벽’, 금리·인플레이션·자산시장까지 흔든다 ─ 2026~2030년 장기 시나리오 총해부

글로벌 증시가 AI와 반도체 이야기로 들끓는 동안, 미국 경제의 실질 펄스(맥박)를 쥐고 흔드는 변수는 따로 존재한다. 바로 ‘주택’이다. 2025년 9월 NAR(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 통계는 기존주택 재고가 4.6개월분에 그쳤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 팬데믹 이전 6개월선을 한참 밑도는 ‘공급 절벽’이다. 그 결과, 모기지 금리가 잠시 완화됐는데도 중간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2.1%로 27개월째 상승 행진을 이어 갔다.


1. 왜 ‘공급 절벽’이 문제인가

① 인플레이션 앵커 기능 상실
전통적으로 주택은 CPI 바스켓 안에서 ‘임대료(OER·Owners’ Equivalent Rent)’와 함께 가장 큰 가중치를 차지한다. 공급 부족 → 주택가격·임대료 상승 → CPI 상방 압력 → 금리 인상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작동한다. 2024~2025년 연준이 4회(총 100bp)나 금리를 낮췄음에도 근원 CPI가 여전히 3%대에 고착된 배경이다.

② 소비·저축·세대 이동 멈춤
밀레니얼(1981~1996년생)과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 예정 주택 구매자)가 본격적으로 가계 형성을 시작했으나, ‘엔트리 가격대’ 재고가 사라졌다. 가계 지출의 30~40%를 차지하는 주거 비용이 고정지출로 묶이면서 내구재·서비스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사이클의 탄력도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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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자산 포트폴리오 왜곡
주택 자산 비중이 높은 고소득층은 주택 가치 증대 + 주식 수익으로 복합 레버리지 효과를 누린다. 반면 렌트 생활에 머무르는 가구는 K자형 자산 격차의 하단에 고착된다. 재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30년대 초까지 자산·소득 격차 확대가 불가피하다.


2. 공급이 왜 늘지 못하나 ― 5대 구조적 병목

병목 설명 장기 영향
① 토지·용도 규제 주(州)·카운티 단위 조닝 법규가 저밀도 단독주택 위주로 고착 대도시 외곽까지 가격 전이, 교통·환경 비용 증가
② 건설 인력·자재 비용 코로나 이후 은퇴·이민 축소로 숙련공 부족, 자재 가격 PPI 상회 신규 착공비용 상승 → 중저가 주택 수익성 악화
③ 금융 규제(DSCR·LTV) 대출건전성 지표 상향, 지역은행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 압박 소형 개발업자 자금조달 난항, 프로젝트 착공 지연
④ NIMBY·환경 평가 에너지 효율·환경영향평가(NEPA) 강화, 지역 주민 반대 허가→착공 평균 18개월→30개월로 지연
⑤ 모기지 ‘금리 자물쇠’ 2020~2022년 3% 이하 장기 고정 대출 보유자가 매물화 꺼림 기존주택 이동성 저하, 공급망 경직성 고착

3. 데이터와 차트로 읽는 ‘주거 난기류’

  • 30년 고정형 모기지 평균 금리 : 2023/12 7.25% → 2025/10 6.17% (−108bp) 그러나 매매량은 팬데믹 고점 대비 −35%
  • 주택 착공(신규주) : 2021년 연 176만 호 → 2024년 143만 호 → 2025년 138만 호 (Commerce Dept.)
  • S&P Case-Shiller 주택가격지수 : 2020년 100 → 2025년 150 (연 +8.4% 복리)
  • 임대료 CPI(OER) : 2019~2025년 누적 +37% vs. 실질 임금 +22%

Chart

*모기지 금리 추락에도 착공·판매 반등이 지연되는 ‘역행(逆行)’ 구간이 이어지고 있다.


4. 장기 전망(2026~2030): 네 가지 거시 시나리오

시나리오 A — 안정적 연착륙(확률 40%)

  • 연준, 2026~2027년 추가 75bp 완화·2028년 뒤 동결
  • 건설 인허가 규제 완화로 연 170만 호 착공 복귀
  • 주택가격 연 +2~3% → 실질임금과 유사한 속도로 수렴

시나리오 B — 금리 재스파이크(확률 25%)

  • 원자재·임금발 인플레 재점화 → 연준 2026년 말 긴축 U-턴
  • 모기지 7.5% 재돌파, 거래량 재위축
  • CPI 고착 → 금융시장 변동성 지수(VIX) 상시 25 이상

시나리오 C — 정책 주도 ‘공급 붐’(확률 20%)

  • 연방 ‘Housing Supply Acceleration Act’(가상) 통과, 세액공제·이자보조 신설
  • 모듈러 공법ㆍ3D 프린팅ㆍAI 설계 확산으로 건설비 −15%
  • 2030년 재고 6.5개월, 임대료 CPI < PCE 근원 상승률

시나리오 D — 주거 버블 붕괴(확률 15%)

  • 실업 쇼크+투기성 레버리지 청산 → 2008년식 가격 급락 −25%
  • 지역은행 부실·CMBS(상업용 MBS) 연쇄 디폴트 → 시스템 리스크
  • 단기 인플레이션은 둔화되나, 재건 비용으로 2030년 이후 물가 반등

5. 자본시장·섹터별 파급 효과

부동산 REIT — 공급 제약 장기화(B·C 시나리오) 시 멀티패밀리·싱글패밀리 임대 REIT 배당 성장성 유지, 반대로 D 시나리오 충격 직격탄.
가전·홈리모델링 — 홈디포·로우스·마스코 같은 DIY 리테일러는 재고 부족→노후주택 개선 테마로 매출 회복.
가계대출·보험 — 소형 지역은행의 DSCR 리스크 확대, M&A·구조조정 촉발. 주택보험사는 기후 리스크→요율 인상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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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정책 제언 — 기자(이중석)의 5가지 로드맵

  1. 연방·주정부 조닝 개편: 중밀도(Missing Middle) 주택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로 ‘Accessory Dwelling Unit’(ADU) 활성화.
  2. 건설 노동력 육성: 고교·커뮤니티컬리지 건설·전기·배관 과정 펠 그랜트 확장, 이민 쿼터 재조정.
  3. 모기지 전환 프로그램: 3%대 저리 복합대출을 포터블(portable)하게 전환해 기존주택 이동성 제고.
  4. AI + 모듈러 인프라 펀드: HSAA 기금(가칭)으로 민간 공장형 주택 지원, 2030년까지 주택 총공급 150만 호 플러스.
  5. 임대료 콜라보 모델: 민간 REIT + 공공연금 Joint Venture로 ‘공공 임대 REIT’ 설립, 장기·저가 임대 재고 확보.

7. 투자 전략 가이드 — 2026 버전

① 디레버리지 핵심: HPA(Home Price Appreciation)가 둔화되면 LTV 70% 이상 레버리지 전략은 피할 것.
② 팩터 믹스: Low-Vol + Quality REIT ETF(예: SCHH, VNQ)에 Equal Weight로 접근.
③ 옵션 헷지: CPI 발표 주간 VIX 선물 15→25 구간 스프레드 매수.
④ 레노베이트(리모델링) 테마: ETF ‘NAIL’(홈빌더·리테일) 차익실현, 대신 HD·LOW 개별주 분할매수.
⑤ 지방은행 리스크 라이트닝: KRE ETF 매도·IAT(우량 은행) 스왑.


8. 결론 — ‘주택’은 2020년대 美 거시·시장 퍼즐의 핵심 조각

연준의 금리·대차대조표 전략, 행정부의 산업·복지 예산, 가계의 소비·투자 의사결정. 이 모든 변수가 주택 재고라는 사슬에 묶여 있다. 공급 절벽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은 ① 완전한 인플레 퇴치 ② 소비 회복 ③ 자산 격차 축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트릴레마’에 놓일 것이다. 2026~2030년 동안 정책·기술·자본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에 따라 우리는 연착륙·재스파이크·공급 붐·버블 붕괴 중 하나의 궤적을 밟게 된다. 3000단어에 달하는 이 분석의 결론은 단순하다. ‘주택’ 없이는 어떤 금리도, 어떤 기술도, 어떤 투자도 미국 경제를 구조적으로 바꿀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