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AI와 반도체 이야기로 들끓는 동안, 미국 경제의 실질 펄스(맥박)를 쥐고 흔드는 변수는 따로 존재한다. 바로 ‘주택’이다. 2025년 9월 NAR(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 통계는 기존주택 재고가 4.6개월분에 그쳤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 팬데믹 이전 6개월선을 한참 밑도는 ‘공급 절벽’이다. 그 결과, 모기지 금리가 잠시 완화됐는데도 중간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2.1%로 27개월째 상승 행진을 이어 갔다.
1. 왜 ‘공급 절벽’이 문제인가
① 인플레이션 앵커 기능 상실
전통적으로 주택은 CPI 바스켓 안에서 ‘임대료(OER·Owners’ Equivalent Rent)’와 함께 가장 큰 가중치를 차지한다. 공급 부족 → 주택가격·임대료 상승 → CPI 상방 압력 → 금리 인상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작동한다. 2024~2025년 연준이 4회(총 100bp)나 금리를 낮췄음에도 근원 CPI가 여전히 3%대에 고착된 배경이다.
② 소비·저축·세대 이동 멈춤
밀레니얼(1981~1996년생)과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 예정 주택 구매자)가 본격적으로 가계 형성을 시작했으나, ‘엔트리 가격대’ 재고가 사라졌다. 가계 지출의 30~40%를 차지하는 주거 비용이 고정지출로 묶이면서 내구재·서비스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사이클의 탄력도 낮아진다.
③ 자산 포트폴리오 왜곡
주택 자산 비중이 높은 고소득층은 주택 가치 증대 + 주식 수익으로 복합 레버리지 효과를 누린다. 반면 렌트 생활에 머무르는 가구는 K자형 자산 격차의 하단에 고착된다. 재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30년대 초까지 자산·소득 격차 확대가 불가피하다.
2. 공급이 왜 늘지 못하나 ― 5대 구조적 병목
| 병목 | 설명 | 장기 영향 | 
|---|---|---|
| ① 토지·용도 규제 | 주(州)·카운티 단위 조닝 법규가 저밀도 단독주택 위주로 고착 | 대도시 외곽까지 가격 전이, 교통·환경 비용 증가 | 
| ② 건설 인력·자재 비용 | 코로나 이후 은퇴·이민 축소로 숙련공 부족, 자재 가격 PPI 상회 | 신규 착공비용 상승 → 중저가 주택 수익성 악화 | 
| ③ 금융 규제(DSCR·LTV) | 대출건전성 지표 상향, 지역은행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 압박 | 소형 개발업자 자금조달 난항, 프로젝트 착공 지연 | 
| ④ NIMBY·환경 평가 | 에너지 효율·환경영향평가(NEPA) 강화, 지역 주민 반대 | 허가→착공 평균 18개월→30개월로 지연 | 
| ⑤ 모기지 ‘금리 자물쇠’ | 2020~2022년 3% 이하 장기 고정 대출 보유자가 매물화 꺼림 | 기존주택 이동성 저하, 공급망 경직성 고착 | 
3. 데이터와 차트로 읽는 ‘주거 난기류’
- 30년 고정형 모기지 평균 금리 : 2023/12 7.25% → 2025/10 6.17% (−108bp) 그러나 매매량은 팬데믹 고점 대비 −35%
- 주택 착공(신규주) : 2021년 연 176만 호 → 2024년 143만 호 → 2025년 138만 호 (Commerce Dept.)
- S&P Case-Shiller 주택가격지수 : 2020년 100 → 2025년 150 (연 +8.4% 복리)
- 임대료 CPI(OER) : 2019~2025년 누적 +37% vs. 실질 임금 +22%
*모기지 금리 추락에도 착공·판매 반등이 지연되는 ‘역행(逆行)’ 구간이 이어지고 있다.
4. 장기 전망(2026~2030): 네 가지 거시 시나리오
시나리오 A — 안정적 연착륙(확률 40%)
- 연준, 2026~2027년 추가 75bp 완화·2028년 뒤 동결
- 건설 인허가 규제 완화로 연 170만 호 착공 복귀
- 주택가격 연 +2~3% → 실질임금과 유사한 속도로 수렴
시나리오 B — 금리 재스파이크(확률 25%)
- 원자재·임금발 인플레 재점화 → 연준 2026년 말 긴축 U-턴
- 모기지 7.5% 재돌파, 거래량 재위축
- CPI 고착 → 금융시장 변동성 지수(VIX) 상시 25 이상
시나리오 C — 정책 주도 ‘공급 붐’(확률 20%)
- 연방 ‘Housing Supply Acceleration Act’(가상) 통과, 세액공제·이자보조 신설
- 모듈러 공법ㆍ3D 프린팅ㆍAI 설계 확산으로 건설비 −15%
- 2030년 재고 6.5개월, 임대료 CPI < PCE 근원 상승률
시나리오 D — 주거 버블 붕괴(확률 15%)
- 실업 쇼크+투기성 레버리지 청산 → 2008년식 가격 급락 −25%
- 지역은행 부실·CMBS(상업용 MBS) 연쇄 디폴트 → 시스템 리스크
- 단기 인플레이션은 둔화되나, 재건 비용으로 2030년 이후 물가 반등
5. 자본시장·섹터별 파급 효과
부동산 REIT — 공급 제약 장기화(B·C 시나리오) 시 멀티패밀리·싱글패밀리 임대 REIT 배당 성장성 유지, 반대로 D 시나리오 충격 직격탄.
가전·홈리모델링 — 홈디포·로우스·마스코 같은 DIY 리테일러는 재고 부족→노후주택 개선 테마로 매출 회복.
가계대출·보험 — 소형 지역은행의 DSCR 리스크 확대, M&A·구조조정 촉발. 주택보험사는 기후 리스크→요율 인상 여지.
6. 정책 제언 — 기자(이중석)의 5가지 로드맵
- 연방·주정부 조닝 개편: 중밀도(Missing Middle) 주택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로 ‘Accessory Dwelling Unit’(ADU) 활성화.
- 건설 노동력 육성: 고교·커뮤니티컬리지 건설·전기·배관 과정 펠 그랜트 확장, 이민 쿼터 재조정.
- 모기지 전환 프로그램: 3%대 저리 복합대출을 포터블(portable)하게 전환해 기존주택 이동성 제고.
- AI + 모듈러 인프라 펀드: HSAA 기금(가칭)으로 민간 공장형 주택 지원, 2030년까지 주택 총공급 150만 호 플러스.
- 임대료 콜라보 모델: 민간 REIT + 공공연금 Joint Venture로 ‘공공 임대 REIT’ 설립, 장기·저가 임대 재고 확보.
7. 투자 전략 가이드 — 2026 버전
① 디레버리지 핵심: HPA(Home Price Appreciation)가 둔화되면 LTV 70% 이상 레버리지 전략은 피할 것.
② 팩터 믹스: Low-Vol + Quality REIT ETF(예: SCHH, VNQ)에 Equal Weight로 접근.
③ 옵션 헷지: CPI 발표 주간 VIX 선물 15→25 구간 스프레드 매수.
④ 레노베이트(리모델링) 테마: ETF ‘NAIL’(홈빌더·리테일) 차익실현, 대신 HD·LOW 개별주 분할매수.
⑤ 지방은행 리스크 라이트닝: KRE ETF 매도·IAT(우량 은행) 스왑.
8. 결론 — ‘주택’은 2020년대 美 거시·시장 퍼즐의 핵심 조각
연준의 금리·대차대조표 전략, 행정부의 산업·복지 예산, 가계의 소비·투자 의사결정. 이 모든 변수가 주택 재고라는 사슬에 묶여 있다. 공급 절벽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은 ① 완전한 인플레 퇴치 ② 소비 회복 ③ 자산 격차 축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트릴레마’에 놓일 것이다. 2026~2030년 동안 정책·기술·자본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에 따라 우리는 연착륙·재스파이크·공급 붐·버블 붕괴 중 하나의 궤적을 밟게 된다. 3000단어에 달하는 이 분석의 결론은 단순하다. ‘주택’ 없이는 어떤 금리도, 어떤 기술도, 어떤 투자도 미국 경제를 구조적으로 바꿀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