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 석유 ‘빅2’ 제재… 국제유가 5% 급등·인도 수입 축소 검토

워싱턴·모스크바발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표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Rosneft)루코일(Lukoil)을 동시 제재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이 조치로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5% 급등했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인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도입 축소를 검토하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025년 10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대러시아 정책을 급선회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부다페스트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평화협상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돌연 회담을 취소하고 경제적 압박 수위를 크게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계획된 회담을 취소했다. 지금은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적절한 시점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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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재 대상 및 핵심 내용

미 재무부는 성명에서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을

“크렘린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핵심 타깃”

이라고 규정했다. 두 기업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 이상을 책임지고 있어, 제재 여파가 글로벌 에너지 지형에 광범위하게 미칠 전망이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푸틴 대통령이 이 무의미한 전쟁4년째를 중단하지 않는 한, 미국은 추가 제재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기업·금융기관·선박회사를 포함한 모든 거래 주체에게 11월 21일까지 기존 계약을 정리하도록猶여(유예기간)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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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는 즉각 “비생산적이고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외교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러시아는 이미 제재 ‘면역체계’를 갖췄다”라고 주장했다. 루코일은 이날 예정됐던 이사회에서 배당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새로운 상황’을 이유로 회의를 취소했다.

우크라이나 전황도 여전히 살벌하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를 두 번째 밤 폭격했고, 우크라이나 측은 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영공에서 우크라이나 무인기 139대를 격추했다”고 전했다.


■ 유럽연합(EU)·우크라이나의 움직임

트럼프의 제재 발표와 동시에, 브뤼셀에서는 EU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나 1,400억 유로(약 1,63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논의했다. 해당 차관은 EU가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삼는 방안이 유력하다. 러시아는 자산이 실제 몰수될 경우 “고통스러운 보복”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새로운 제재는 매우 중요하다”며 추가 압박을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의 즉각적인 휴전을 이끌어내려면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제유가·인도 시장 충격

제재 발표 직후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5% 상승했다. 인도 정유사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세컨더리(2차) 제재 리스크를 피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할인 판매되는 러시아산 배럴을 대량 확보해 왔으나, 미국 금융·보험망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제재 준수가 필수적이다.

세컨더리 제재란? 제3국·제3기업이 제재 대상국과 거래할 경우, 해당 제3자까지 제재가 확산되는 ‘연대책임’ 방식이다. 글로벌 금융결제망(SWIFT)에서 퇴출되거나 달러 결제가 막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시장 참가자들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 트럼프 대외정책의 급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알래스카 회담에서 ‘즉각적 휴전’ 요구를 철회하고 ‘포괄적 평화협상’으로 선회했으나, 이번에는 다시 휴전 우선론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휴전은 우크라이나 재무장에만 도움이 된다’며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날 핵무기 훈련까지 공개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전직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트럼프의 조치는 사실상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 추가 설명: 로스네프트와 루코일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정부가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국영 에너지 공룡으로,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루코일은 민간 최대 석유사로, 러시아 국내 정유설비의 상당 부분을 운영한다. 두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수백억 달러에 달하며, 세계 원유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입국이 제재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면 러시아가 추가 가격 인하(디스카운트)를 제시해야 한다”며 “유가 상승분이 러시아의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한다.


■ 기자의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외교안보 스탠스는 투자자·동맹국·당사국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에너지 시장에서는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라는 ‘이중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국내 투자자라면 원유 ETF나 정유·화학 주식의 변동성을 감안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다만 러시아가 세금 구조상 ‘생산량’에서 주수입을 얻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감산 대신 ‘가격 할인’을 택할 공산이 크다.

향후 11월 21일 유예기간 종료가 임박하면, 뉴욕과 런던 금융시장에서 러시아 원유 운송 보험·결제 서비스 중단 여부가 촉각을 곤두세울 변수다. 실제 결제망 차단까지 이뤄질 경우, 수급 불안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EU가 동결 자산을 담보로 하는 1,400억 유로 차관을 추진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고통스러운 보복’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사이버공격, 가스 공급 축소, 극지방 LNG 프로젝트 지연 등이 잠재적 카드로 거론된다.

결국 이번 제재는 단순한 경제 조치가 아니라 지정학적 파워게임의 일환이다. 미국·EU·우크라이나 삼각축이 얼마나 공조력을 유지할지, 그리고 러시아가 어느 수준까지 버틴 뒤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지가 중장기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