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로이터통신—일본은행(BOJ)이 최근 반년치 금융시스템 보고서를 통해 일본 주식시장의 과열 신호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BOJ는 특히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경우, 주가 급락이 금융기관 건전성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10월 2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BOJ는 “예상치 못한 시장 환경 변화가 발생할 때 헤지펀드의 급격한 포지션 정리와 디레버리징(leverage 축소)이 자산 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BOJ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히트맵(heat map)’이 포함됐다. 이 시각적 지표에서 일본 주가만 ‘빨간색’으로 표시돼 과열 구간임을 시사했고, 나머지 13개 항목은 ‘녹색’으로 안정권에 놓였다.
니케이 225지수는 사나에 다카이치(高市早苗) 중의원 투표 승리 이후 10월 21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확장적 재정정책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지수는 올해 들어 약 24% 상승했다.
BOJ 보고서는 “일본 은행들이 일정 수준의 주식보유 위험(마켓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만큼, 향후 주가 변동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슈퍼롱(20~40년물) 일본국채(JGB) 금리는 4~5월에 급등했다. 이는 대규모 재정 지출 가능성—즉 발행 물량 증가 우려—이 헤지펀드의 공매도(숏 포지션)와 매도세를 자극한 결과다. 이후 금리는 한층 안정됐으나, 다카이치 총리의 대규모 경기부양 패키지 의지가 재차 국채 매도·엔화 약세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BOJ는 글로벌 헤지펀드가 JGB 시장에서 레버리지(차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장 유동성을 높이지만, 유동성 경색 시에는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확대시킬 소지가 있다.
“정부채 시장에서 발생한 변동성 확대는 일본 내 다양한 금융상품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BOJ 금융시스템 보고서
한편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대도시권 상업·주거용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다.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이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BOJ는 “향후 수요 전망이 변하면 부동산 가격도 급격히 조정될 수 있다”며 “은행의 부동산 익스포저가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BOJ는 일본 금융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일본 은행들이 높은 자본비율과 견조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다양한 스트레스 시나리오에도 대응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문 용어 해설
①헤지펀드(hedge fund):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며 파생상품, 공매도, 레버리지 전략 등을 적극 활용하는 사모펀드를 말한다. 전통적 펀드보다 규제가 느슨해 유연한 운용이 가능하다.
②JGB(Japanese Government Bond):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다. 만기 구조가 짧게는 1년, 길게는 40년까지 다양하다. 슈퍼롱 JGB는 만기 20년 이상 초장기물을 지칭한다.
③디레버리징(deleveraging): 차입금을 줄여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는 과정. 급격한 디레버리징은 자산 매도로 이어져 가격 급락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및 평가
필자는 BOJ의 이번 경고가 ‘예방적 통화정책 스탠스’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히트맵에서 주가만 빨간색이라는 점은 일본 주식시장에만 국한된 과열이므로, 정책당국이 금리 추가 인상 카드보다는 미시적 감독 강화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의 관세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일본 수출·무역 구조 전반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 수입물가 상승→가계 실질소득 저하→내수 둔화라는 부정적 루트를 만들 수 있다. 반면 일본 제조업 수출 경쟁력은 강화된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규모 재정 지출이 현실화될 경우, 장기 국채 공급이 늘어나며 금리 상단 압력이 커질 개연성이 있다. BOJ가 수익률곡선제어(YCC)를 과거처럼 재도입할지는 미지수이나, 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 금리 0.5% 상단 유지 여부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 BOJ 정책회의(차기 주 예정)에서의 금리 결정 — 로이터 설문 응답 전문가 다수는 4분기 중 추가 인상을 점쳤지만, 경기 불확실성 고려 시 동결 가능성도 상존한다.
• 다카이치 내각의 경기부양 패키지 세부안 — 재정 투입 규모와 국채 발행 계획이 채권시장 변동성을 가른다.
• 미국 무역정책 — 일본 수출기업 실적·엔화 강세·약세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