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노동조합 렌고, 美 관세 역풍에도 2026년 임금 5% 인상 목표 유지

TOKYO ― 일본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2026년 임금교섭에서 최소 5% 인상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다.

2025년 10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렌고는 4년 연속 두 자릿수대(5% 이상)의 임금 인상을 노리며 일본은행(BoJ)의 물가 목표 달성과 소비 주도 경기 회복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렌고는 2025년 교섭에서도 동일한 5% 인상안을 제시해 평균 5.25%의 인상률을 이끌어 냈다. 이는 1989년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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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질임금지속적인 인플레이션 탓에 여전히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렌고는 “물가를 능가하는 임금 인상”을 목표로 내걸며 더 폭넓고 장기적인 임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닛케이 등 현지 경제 전문 매체들은 “임금 상승이 소비 회복과 이자율 정상화의 열쇠”라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은행은 물가 대비 실질임금이 반등해야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번 5% 목표 가운데 기본급 인상분 3% 이상이 포함된다. 기본급 인상은 보너스, 퇴직금, 연금 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노사 교섭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표다.

중소기업 소속 조합원에 대해선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최소 6% 인상을 별도로 요구한다는 방침도 함께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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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압력(Tariff Squeeze)

미·일 무역 갈등으로 인한 미국발 관세가 대형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위협하면서 내년 임금 교섭 환경이 올해보다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형 수출기업들은 관세 비용을 흡수하기 위해 수출가격을 인하해 왔다. 이로 인해 마진이 감소했고,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수출 물량이 줄어들어 생산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 사카이 사이스케, 미쓰호리서치앤테크놀로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카이는 “자동차 같은 대표 수출업체들이 내년 임금 협상에서 보수적으로 돌아설 공산이 높다”며, 평균 인상률을 4.5~4.7% 수준으로 예측했다.

반면, 구인난(심각한 노동력 부족)이 기업들로 하여금 인상 기조를 유지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본 경제는 전반적으로 견조하고 물가 또한 높은 수준을 이어 가고 있다. 노동력 부족 역시 해소되지 않은 만큼 임금 인상률이 낮아질 요인은 제한적이다.” ― 다이와연구소 타무라 무네히사 이코노미스트


용어 해설

렌고(Rengo)는 일본 내 7백만 명 이상의 조합원을 거느린 전국 최대 노동조합 총연합체다. 민간‧공공 부문을 아우르며 매년 3월 춘투(춘계 임금 교섭)를 주도해 임금·근로조건 개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춘투195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일본 특유의 임금교섭 관행으로, 주로 3~4월 사이에 대기업 노사가 집중적으로 임금·보너스 인상률을 협상한다. 대기업의 결정이 중소기업에 파급돼 전국 임금 기준을 사실상 정한다.

관세(tariff)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보호무역 정책의 일환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잃거나 마진이 줄어드는 이중고에 직면한다.


기자 해설 및 전망

일본 경제의 구조적 과제인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선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필수다. 렌고의 5% 인상 요구는 이러한 정책 목표와 궤를 같이하지만, 미국 관세로 인한 수출 감소글로벌 성장 둔화라는 외부 변수는 무시할 수 없다.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구인난이 구조화되어 있어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통해 인재를 붙잡으려는 수요 견인도 강력하다. 따라서 4% 중후반에서 5%대에 근접한 인상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국 내년도 임금 결정은 미국 관세 정책의 방향성, 엔화 환율, 그리고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 시점이라는 세 변수를 중심으로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