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로우 프라이스, 첫 다중 가상자산 ETF 출시 위해 SEC에 신청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디지털 자산 ETF 시장에 전격 진출

미국 10대 자산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T.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가 다양한 가상자산(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능동형(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1조 7,700억 달러(약 2,360조 원) 규모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이 회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최대 15개 코인에 동시에 투자하는 새로운 ETF를 기획했다. 이번 신청은 2024년 초 SEC가 현물 비트코인 ETF를 처음 승인한 지 약 2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T. 로우 프라이스 입장에서는 비교적 ‘늦은 출사표’다.

가상자산 ETF 구성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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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모닝스타(Morningstar)의 ETF 분석가 브라이언 아머(Bryan Armour)는 “다른 운용사들이 이미 단일 코인 ETF를 쏟아 내는 상황에서, 다중 코인·능동형 전략은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머는 특히 “일반적으로 패시브형(passive)이 대세인 가상자산 ETF 시장에서 액티브 전략은 아직 드물다”고 설명했다.


ETF 주요 구조와 전략

공개된 예비 투자설명서(프러스펙터스)에 따르면, 해당 ETF는 총 5~15개 디지털 자산을 편입하며, 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도지코인·시바이누 등이 1차 후보군에 포함됐다. 운용팀은 FTSE Crypto US Listed Index 대비 초과수익(알파) 창출을 목표로 세 가지 요인—기초 펀더멘털, 밸류에이션, 모멘텀—을 분석해 종목 편입 및 비중을 결정한다.

“우리는 이미 내부적으로 디지털 자산 거래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초과수익을 추구할 것” — T. 로우 프라이스 대변인

운용사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암호화폐 예치·보관(커스터디) 솔루션을 별도로 도입하고, 시장 미시구조 분석을 통해 유동성 확보 및 슬리피지 최소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적 뮤추얼펀드 자금 이탈·사업 다각화 배경

T. 로우 프라이스는 최근 몇 년간 전통 뮤추얼펀드에서의 자금 유출 압박을 겪어 왔다. 이에 따라 회사는 ETF·사모시장·디지털 자산 등 신규 사업 부문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24개의 전통 ETF 상품을 출시했으며, 2025년 9월에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소매 투자자를 위한 사모시장 상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최대 10억 달러 규모, 즉 T. 로우 프라이스 지분 3.5%까지를 순차적으로 매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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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로우 프라이스와 골드만삭스 제휴


SEC 승인 대기열과 미연방정부 셧다운 변수

현재 수십 개의 가상자산 ETF가 SEC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으로 인해 SEC 인력이 최소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심사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EC가 최근 가상자산 ETF 상장 규정을 일부 완화했음에도, 실제 효력 발휘는 셧다운 종료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토드 로젠블러스(Todd Rosenbluth), VettaFi 연구총괄 “주식·채권 중심이었던 T. 로우의 ETF 라인업이 이제 디지털 자산으로 확장되는 모습은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승인 지연이 단기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겠지만, 다중 코인·능동형 구조의 ETF가 시장에 상장될 경우 개인투자자 포트폴리오 분산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한다.


용어 풀이 및 투자자 유의사항

ETF(Exchange-Traded Fund)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실시간 매매할 수 있는 펀드로, 보통 특정 지수나 자산군의 수익률을 추종한다. 패시브 ETF는 지수를 그대로 복제하지만, 액티브 ETF는 운용사가 자산 편입·비중을 수시로 조정해 초과수익을 노린다.

현물 비트코인 ETF는 실제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반면, 다중 코인 ETF는 여러 암호화폐를 동시에 편입해 분산투자를 구현한다. 다만 가상자산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므로, 투자 전 손실 위험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필자는 두 가지 포인트에 주목한다. 첫째, T. 로우 프라이스처럼 보수적이던 전통 자산운용사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는 사실은 제도권의 수용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액티브 전략 적용은 통계·퀀트·온체인 데이터 분석 등 고도화된 운용 역량을 요구하므로, 경쟁사 대비 성과 격차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SEC가 2026년 상반기 내에 다중 코인 ETF 승인 절차를 마무리한다면, 미국 리테일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될 수 있다. 이는 코인 시세뿐 아니라, 블록체인 인프라·커스터디·마켓메이킹 비즈니스 전반에 연쇄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규제 공백·셧다운 장기화·시장에서의 테더(USDT) 등 스테이블코인 리스크가 변수로 남아 있어, 시장 성숙도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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