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에 기관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최대 규모 중 하나인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이 150억 달러(약 15조 원) 가치로 마무리한 5억 달러 규모 시리즈 자금조달에 HSG(舊 세쿼이아 캐피털 차이나), 글로벌 유동성 공급사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 사모펀드 운용사 Apollo Global Management, 중견 증권사 오펜하이머(Oppenheimer & Co.) 등이 새롭게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통신(Reuters)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자 라운드는 지난달 포춘(Fortune)이 단독으로 ‘종결’을 전했으나, 구체적인 투자자 명단이 외부에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기관은 전통 금융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플레이어들로, 블록체인 산업과 디지털 자산을 향한 월가의 전략적 행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 참여 투자자 및 거래 규모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소식통은 “*해당 라운드에는 총 7곳 이상의 전략·재무적 투자자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Qube Research & Technologies(퀀트 헤지펀드), 크라켄 공동CEO 아르준 세티(Arjun Sethi) 및 그가 공동 설립한 벤처캐피털 트라이브 캐피털(Tribe Capital)도 지분을 늘렸다. 이번 5억 달러 유입으로 크라켄의 포스트 머니 밸류에이션은 150억 달러까지 뛰었다.
“이번 투자는 향후 수개월 내 단행될 기업공개(IPO) 절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
— 소식통 A
■ IPO 일정 및 변수
하나의 소식통에 따르면 크라켄은 올해 말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Confidential) 상장 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식 상장 시점은 2026년 1분기가 유력하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SEC 인력 및 심사 일정을 지연시킬 경우, 일정은 유동적”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 적극적 인수·합병(M&A) 전략
크라켄은 올해 5월 소매용 선물거래 플랫폼 닌자트레이더(NinjaTrader)를 15억 달러에, 10월에는 영국 IG 그룹으로부터 스몰익스체인지(Small Exchange)를 1억 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해당 거래는 모두 미국 기반 파생상품 비즈니스 창출을 겨냥한 선제적 포석이다.
닌자트레이더는 개인 투자자가 선물·옵션을 직접 매매하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회사다. 스몰익스체인지는 소규모 계약 단위의 파생상품을 제공해 ‘개인 친화적’ 거래소라는 점이 특징이다. 크라켄이 양사를 흡수함으로써 ▲라이선스 확보 ▲상품 다양화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를 동시에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 비트코인 가격·시장 환경
기관 및 기업 수요 확대는 가상자산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BTC) 가격은 20% 이상 상승했으며, 10월 초에는 사상 최고가인 126,000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암호화폐’ 규제 기조가 정책·세제 리스크를 완화하면서, ‘월스트리트 머니’가 디지털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양새다.
*참고 용어 해설
HSG : 2023년 세쿼이아 캐피털이 중국·인도·미국 펀드를 분사하며 탄생한 투자사. HSG는 ‘HongShan Global’의 약자로, 구 세쿼이아 캐피털 차이나 조직을 승계했다.
제인스트리트 :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유동성 공급·트레이딩 하우스로, ETF·국채·암호화폐 등 각종 자산에서 시장조성 역할을 수행한다.
Qube Research & Technologies : 런던에 기반을 둔 퀀트 헤지펀드로, 고빈도 매매(HFT) 알고리즘으로 유명하다.
■ 기자 관점: ‘월가의 귀환’
전통 금융(TradFi) 자본이 2017년·2021년 두 차례의 ‘암호화폐 불마켓’에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투자는 향후 2~3년 사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경우, 크라켄 및 경쟁 거래소들의 기관 고객 기반이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다만, 규제 불확실성·거시경제 변수는 여전히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