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약세·미·중 갈등 재점화에 뉴욕증시 일제 하락

S&P 500 지수(SPY)는 23일(현지시간) -0.53% 밀려 4,230.08에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IA)는 -0.71% 내린 33,482.72, 나스닥 100(QQQ)은 -0.99% 하락한 14,535.48로 거래를 끝냈다. 같은 날 12월물 E-미니 S&P 500 선물(ESZ25)은 -0.52%, 12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NQZ25)은 -0.96% 떨어졌다.

2025년 10월 2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장 전반에 걸쳐 매도세가 우위를 점했다. 특히 반도체주가 크게 밀린 가운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TXN)가 4분기 매출 전망을 시장 예상치보다 낮게 제시한 것이 결정적인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넷플릭스(Netflix·NFLX)가 3분기 EPS 쇼크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9% 넘게 빠져 투자심리를 추가로 얼어붙게 했다.

장중 낙폭은 오후 들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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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미 행정부가 ‘희토류 수출 규제’에 대응해 미국 소프트웨어로 설계·제조된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부상한 미·중 갈등은 기술주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차익실현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기업 실적 측면에서는 일부 호재도 있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ISRG)은 다빈치 로봇 수술 건수 증가 전망치를 상향하며 +13% 급등했다. 캐피털 원 파이낸셜(Capital One Financial·COF) 역시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조정 EPS를 발표하며 +1% 상승했다.


미·중 정상회담 전 ‘관세 카드’ 재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11월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추가 인상하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주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회담이 예정돼 있다.

부진한 주택 지표·정부 셧다운 장기화

미국 MBA(모기지은행협회)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10월 17일 주간 기준 -0.3% 감소했다. 구입(주택 구매) 지수는 -5.2% 줄었으나, 리파이낸싱(대환) 지수는 +4.0% 증가했다. 평균 30년 고정금리는 6.42%에서 6.37%%로 5bp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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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MBA 주택지수는 주택 구매 수요와 대환 수요를 주간 단위로 집계해 부동산·소비 동향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다.

한편 연방정부 셧다운은 4주 차에 접어들며 고용·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약 64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강제 휴직에 들어가면서 실업률이 최대 4.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3분기 실적 시즌: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높지만 성장 둔화 뚜렷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의 85%가 시장 추정치를 상회해 2021년 이후 최고의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을 기록 중이다. 다만 3분기 순이익 증가율7.2% 전년 대비 증가에 그쳐 2년 만의 최저치로 예상된다. 매출 증가율 역시 2분기 6.4%에서 5.9%로 둔화될 전망이다.

전문가 해설: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이 높더라도 절대적인 성장률이 둔화된다는 점은 주가 리레이팅(re-rating)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특히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재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채권 시장 동향

시장 참가자들은 10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97% 반영하고 있다.

12월 만기 미국 10년물 국채선물(ZNZ5)은 +1.5틱 올라 수익률이 1.4bp 떨어진 3.949%를 기록했다. 이날 재무부 20년물 국채 130억 달러 입찰에서 비드-투-커버(bid-to-cover) 비율이 2.73으로 최근 10차 평균(2.63)을 상회하며 양호한 수요가 확인됐다.

용어 설명: 비드-투-커버 비율은 ‘응찰 총액/낙찰 물량’으로 산출되며, 숫자가 높을수록 투자자 수요가 강하다는 의미다.

유럽 금리도 혼조세였다.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는 2.563%로 1.1bp 상승했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4.417%로 6bp 내리며 6개월 반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8% 전년 대비로 전월과 동일했으나 시장 예상(4.0%)을 하회했다. 근원 CPI는 3.5%로 예상을 밑돌아 영란은행(BOE)의 추가 긴축 부담을 덜어주었다.


섹터·종목별 움직임

반도체: TXN -5%, ON Semiconductor -5% 이상, 마이크로칩 -4% 이상, AMD·마벨·인텔 각각 -3% 이상. 아날로그디바이스·KLA·ARM·글로벌파운드리스·램리서치·마이크론·NXP도 2% 넘게 하락했다.

암호화폐 관련주: 비트코인 가격이 2% 이상 하락하며 Coinbase·Galaxy Digital·Marathon·Riot·MicroStrategy 모두 -4% 이상 급락했다.

대형 낙폭주: 넷플릭스 -10% 이상, 레녹스 인터내셔널(LII) -10% 이상, AST SpaceMobile -10% 이상, Manhattan Associates -4% 이상, Mattel·Commercial Metals -3% 이상.

상승주: 인튜이티브 서지컬 +13% 이상, Avery Dennison +9% 이상, 에너지주(할리버튼 +4%, 마라톤페트롤리엄 +3% 등) WTI 유가 반등 수혜. 암페놀 +3% 이상, 힐튼 월드와이드 +3% 이상, 아바델 파마슈티컬스 +3% 이상, 캐피털 원 +1% 이상.


이벤트 캘린더‧향후 실적 발표

10월 23일(현지 시각)에는 Alaska Air, American Airlines, 포드(Ford) 등 50여 개 기업이 3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특히 인텔(Intel)·블랙스톤(Blackstone)·뉴몬트(Newmont) 등 대형주 실적이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는 “미·중 기술갈등이 재점화된 상황에서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맞물리며 기술주 랠리가 가파르게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며 “향후 트럼프–시진핑 회담 결과와 FOMC 인하 여부가 위험자산 전반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율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 기대가 주가 하방을 방어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실적 모멘텀 없이는 조정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