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포럼 발족] 스페인 정부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새로운 국제 협의체 ‘세비야 부채 포럼(Seville Forum on Debt)’이 공식 출범했다. 해당 포럼은 채권국·채무국, 국제금융기관, 학계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아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심화되는 부채 문제에 대한 종합적 해법을 도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포럼은 스페인 세비야에서 지난 6월 개최된 10년 주기 개발재원조달 국제회의(Conference on Financing for Development)의 후속 조치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6차 UNCTAD 총회 기간 중 공식 발표됐다.
포럼 설립 배경과 목적
세비야 부채 포럼은 부채 관리, 공공재정 지속가능성, 채무 구조조정 프로세스 등 다양한 현안을 다룰 예정이며, 글로벌 공공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실질적 정책 권고와 실행 방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채무 서비스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어서는 국가들이 다수다. 이는 공교육·보건·미래 투자를 희생시키라는 뜻과 같다.” – 카를로스 쿠에르포 스페인 경제부 장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차입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것이어야지, 그들을 짓누르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빠르고 공정한 부채 해법”을 촉구하고, 세비야 포럼의 설립 취지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글로벌 부채 현황
UNCTAD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공공 부채는 $102조(약 1경 4,000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개발도상국의 부채는 $31조이며, 이들이 이자 상환에만 쏟아붓는 비용이 $921억에 달한다.
사회·복지 예산 압박
UNCTAD는 세계 인구의 40%가 넘는 34억 명이 ‘보건·교육보다 부채 상환에 더 많은 예산을 쓰는 국가’에 거주한다고 지적했다. 개발도상국의 연간 부채 상환액은 $1.4조로, 61개국이 지난해 국내 세입의 10% 이상을 이자 지급에 사용했다.
“국가는 국민을 돌보느냐, 부채를 갚느냐 사이에서 결코 선택을 강요받아선 안 된다.”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개발 예산 ‘잠식’
레베카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은 “2022년 이후 대규모 국가 디폴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보건·교육·인프라 예산이 조금씩 잘려나가는 개발의 침식(slow erosion)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녀는 “지금 우리는 ‘영구적 위기 관리’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왜 세비야 포럼이 필요한가?
기존에도 글로벌 국채 라운드테이블(Global Sovereign Debt Roundtable) 등 협의체가 있었지만, 가나·잠비아·에티오피아 등 다수 국가가 장기 채무 불이행(디폴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실질적 성과가 제한적이었다. 세비야 포럼은 보고서 발간에 그치지 않고 현장 기술 지원·채권자와의 중재까지 포괄해 ‘실행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부채 문제의 지 geopolitics
전문가들은 미·유럽 등 선진국이 국방비 증액을 이유로 원조 및 개발재원 삭감에 나서면서, 가장 가난한 국가들의 재정 여건이 더욱 악화된다고 경고한다. G20 의장국인 남아공은 올해 내내 ‘개도국 부채’를 의제 최우선에 두겠다고 밝혔으나, 몇 주 뒤 미국으로 의장국이 교체될 예정이어서 정책 연속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UNCTAD·G20이란?
UNCTAD(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는 무역·투자를 통한 개발 전략을 논의·지원하는 유엔 산하 기구다. G20(Group of Twenty)는 전 세계 GDP의 80%를 차지하는 20개 주요 경제국 모임으로, 매년 의장국이 주요 글로벌 경제 어젠다를 주도한다. 두 기구 모두 개발도상국 부채 문제를 정례 의제로 다루지만, 구속력 있는 규제보다는 가이드라인·권고 수준에 머문다는 한계가 있다.
전망과 과제
세비야 포럼은 향후 채무 구조조정 가이드라인, 지속가능 부채관리 지표, 다자개발은행(MDB) 협조 메커니즘 등을 순차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채권자 다수가 민간 투자자이거나, 중국·민간 채권단·다자기관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실질 협상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있다.
기자 시각
성공 여부는 ‘실행력’과 ‘정치적 의지’라는 두 축에 달려 있다. G20, IMF, 세계은행 등 국제 거버넌스 체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포럼 권고안은 선언적 문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실질적 채무 경감이 이행된다면, 고금리·강달러 시기에 흔들리는 개도국 재정을 방어하는 새로운 국제 공조 모델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