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재정정책의 분수령
브라질 정부가 만료된 대통령령의 내용을 살리기 위해 두 개의 별도 재정 법안을 22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페르난두 하다드 재무장관은 GloboNew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법안들이 기업의 세액공제 한도를 제한하고, 온라인 베팅 업체와 핀테크 기업에 대한 과세를 확대해 2026년 0.25%에 달하는 경상흑자(Primary Surplus)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10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첫 번째 법안에는 지출 억제 장치와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세액공제( Tax Credit ) 상한이 포함되며, 이를 통해 2,000억 헤알(약 37억 달러) 이상의 재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법안은 온라인 스포츠 베팅 플랫폼과 핀테크에 대한 세율 인상을 골자로 한다. 하다드 장관은 “투자를 유도하고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원(稅源)을 넓히는 방안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만료된 대통령령과 새로운 입법 전략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이달 초 의회가 주요 대통령령을 기한 내 표결하지 않아 ‘재정 공백(fiscal gap)’에 직면했다. 해당 대통령령은 투자 과세 개편, 핀테크·온라인 베팅 업체 과세 강화, 기업 세액공제 상한 설정, 사회복지 수혜 요건 강화 등을 담고 있었으며, 올해 148억 헤알, 2026년에는 362억 헤알(약 67억 달러)의 재정효과가 기대됐다.
그러나 다수 의원들이 추가 증세에 반대하면서 대통령령은 상임위원회에 회부조차 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예산 명세서(Budget Bill) 표결 기한 연기를 요청했고, 통상 7월에 통과되는 내년도 예산도 처리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높은 금리’에 대한 하다드 장관의 경고
하다드 장관은 브라질 기준금리인 셀릭( Selic ) 금리가 현재 15%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10%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과도하게 제한적(too restrictive)“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비자물가가 3% 물가안정목표 상단(4.5%)에 근접하며 안정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완화적 결정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 실질금리( Real Interest Rate )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금리로, 투자·소비에 미치는 체감 부담을 가늠하는 지표다.
미‧브라질 정상회담을 둘러싼 관세 변수
향후 예정된 룰라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대면 회담 전망도 경제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하다드 장관은 양국 정상의 이달 초 전화 통화에서 “어떤 의제든 논의할 수 있다”는 룰라 대통령의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브라질산 철강·알루미늄 등에 부과된 50% 관세가 철회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전화 통화의 분위기가 대면 회담에도 이어진다면 긍정적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관점: 재정·통화정책의 기로
“세입 확충과 지출 구조조정이 병행되지 않으면 0.25% 경상흑자 목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특히 실질금리가 두 자릿수를 유지할 경우, GDP 대비 이자지급 부담이 확대돼 재정 건전성에 역풍이 될 수 있다.” ─ 브라질리아 소재 민간 싱크탱크 관계자
기자는 브라질 의회의 정치적 교착과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충돌 지점에 서 있다고 판단한다. 고금리 장기화는 외국인 투자 수요를 당분간 견인할 수 있지만, 내수 회복과 고용 창출에는 제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조세 기반을 넓히려는 정부의 시도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안정성을 담보하는 필수 전제라는 점에서 통화·재정 정책 조율이 시급하다.
특히 온라인 베팅과 핀테크는 디지털 경제 성장의 상징이지만 세원으로 제대로 편입되지 못해 ‘세수 사각지대’로 지목돼 왔다. 향후 의회 논의 과정에서 세율 수준과 과세 방식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며, 기업들은 규제 리스크에 대비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용어 해설
① 경상흑자(Primary Surplus) : 정부가 벌어들이는 세입에서 이자비용을 제외한 지출을 뺀 흑자를 말한다. 재정 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② 세액공제(Tax Credit) : 기업이나 개인이 납부해야 할 세액에서 일정 금액을 직접 차감할 수 있는 제도다. 투자·R&D 장려를 목적에 두지만, 남용 시 세수 결손을 초래할 수 있다.
③ 셀릭 금리(Selic Rate) : 브라질 중앙은행이 설정하는 기준금리로, 국채 거래(브라질 국채 ‘Selic’ 시장)를 통해 형성된다. 국내 대출 및 예금 금리의 기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