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텐, 신용카드 자회사 미국 상장 검토…소프트뱅크 페이페이 선례 의식

[단독] 일본 전자상거래 및 핀테크 대기업 라쿠텐(楽天)이 자사의 핵심 계열사인 라쿠텐카드를 미국 증시에 상장(IPO)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두 명의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밝혔다.

2025년 10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라쿠텐은 지난달부터 일본 최대 규모의 신용카드 사업 가운데 하나인 라쿠텐카드의 미국 직상장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소식통 중 한 명은 “검토 작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전략적 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대안도 함께 테이블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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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 상장 검토의 직접적인 계기는 경쟁사 소프트뱅크그룹이 간편결제 자회사 페이페이(PayPay)를 뉴욕 증시에 상장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라쿠텐의 미국 IPO 검토가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소식통은 비공개 정보를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

라쿠텐 측은 본 건과 관련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지난해 1,650억 엔(약 11억 달러)을 투입해 라쿠텐카드 지분 15%를 인수했으며, 당시 기업 가치를 1조 엔(7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했다. 두 회사는 공동 브랜드 신용카드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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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페이페이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은 기본 기업 가치를 2조 엔으로 보고 있으나, 이르면 12월 단행될 IPO에서 3조 엔을 웃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카드 사업은 라쿠텐 생태계의 ‘허브’


창업자 겸 CEO인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이 이끄는 라쿠텐은 간편한 카드 신청 절차폭넓은 고객층을 앞세워 일본 금융 시장의 판을 뒤흔들었다.

라쿠텐카드는 온라인 쇼핑·은행·여행 등 그룹 전반에 걸친 서비스 결제 수단으로 기능하며, 이용 고객은 결제 때마다 ‘라쿠텐 포인트’를 적립해 다시 소비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 출범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던 라쿠텐은 자금 확보를 위해 2년 전 라쿠텐은행을 도쿄 증시에 상장시킨 바 있다.

이어 그룹 증권 자회사인 라쿠텐증권도 상장 계획을 발표했으나, 미즈호가 증권·카드 양사에 지분 투자를 단행해 자금 수혈이 이뤄졌다.

라쿠텐카드는 일본 내에서 3,000만 장 이상의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작년 Non-GAAP*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620억 엔을 기록했으나, 올해 4~6월에는 비용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코이치 나카무라 CEO는 지난 3월 “중기적으로 영업이익 1,000억 엔 달성기업 고객(Corporate) 대상 사업 확대”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라쿠텐의 이번 검토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하며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 시장 상장을 선호하는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시장조사기관 디얼로직(Dealogi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IPO 시장은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활기를 띠었으며, 신규 상장을 통해 240억 달러가 조달됐다.

현재 환율 기준으로 1달러는 152.09엔이다.


◆ 용어 해설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기업이 주식을 처음으로 공개 시장에 상장해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Non-GAAP은 각국 회계 기준(GAAP)에 따르지 않는 조정 수치를 말하며, 일회성 비용·수익을 제외해 기업의 실질 영업력을 보여주기 위한 지표로 활용된다.

전문가 시각
라쿠텐이 실제로 미국 상장을 단행할 경우, 일본 내 소비 기반에 집중돼 있던 카드 사업이 글로벌 자본시장에 노출돼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모회사 라쿠텐그룹의 연속 적자와 치열한 핀테크 경쟁을 고려할 때, 투자자 설득을 위한 성장 로드맵 제시가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