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0.24%),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0.36%), 나스닥 100(-0.32%) 등 미국 주요 3대 지수가 9일(현지 시각) 동반 하락했다. 선물시장에서도 12월물 E-미니 S&P 500 선물(-0.26%)과 E-미니 나스닥 선물(-0.30%)이 약세를 이어가며 현물 지수의 하락세를 예고했다.
2025년 10월 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T-노트) 금리가 전일 대비 2bp 상승한 4.14%를 기록한 것이 주식 시장을 압박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금리 상승은 자본 집약 산업인 반도체 업종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롱 리퀴데이션)을 촉발했다.
반면 항공·소비 섹터의 일부 종목은 선전했다. 델타 에어라인스는 올해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6달러 안팎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5% 이상 급등했다. 코스트코 홀세일 역시 9월 동일점포 매출이 5.7% 증가해 시장 예상치(4.6%)를 웃돌면서 2% 넘게 상승했다.
■ 금리·정책 환경
“경제가 예상대로 전개돼 물가상승률이 3% 부근, 실업률이 4.3%를 넘어선다면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지지할 용의가 있다.” —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윌리엄스 총재의 완화적 발언은 채권·주식 양 시장에 한때 안도감을 줬으나, 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와 맞물려 방향성을 제한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은 2주차에 접어들며 노동시장·무역·고용 지표 발표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셧다운으로 최대 64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휴가에 들어가 실업률이 4.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장기화될 경우 10월 15일 예정된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도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셧다운, 추가 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 프랑스·일본의 정치 불확실성 등을 배경으로 안전자산인 금·비트코인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금 선물 가격은 4,000달러/온스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 기업 실적·가이던스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성장 기대와 미국 경제의 견조함이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으나, 이날은 기업 개별 재료가 상승·하락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S&P 500 편입 기업의 22%가 3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지만, 전체 이익 증가율은 7.2%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3분기 매출 증가율도 5.9%로 2분기(6.4%)보다 둔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금리 불안에도 불구하고 FedWatch는 10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5%로 반영하고 있다.
■ 국채·글로벌 금리
12월물 T-노트 선물은 4틱 하락했다. 한편 10년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율(시장 기대 인플레이션)은 1주일 만에 2.374%까지 올라 물가상승 기대가 금리 상승을 이끌었다. 미 재무부는 이번 주 1,190억 달러 규모 채권·국채 입찰의 마지막 일정으로 이날 300억 달러 규모 30년 국채를 발행했다.
유럽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2.705%(+2.6bp),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4.746%(+3.6bp)로 올라섰다. 이에 앞서 발표된 독일 8월 수출은 전월 대비 0.5% 감소해 시장 예상치(+0.2%)를 하회했다.
유럽중앙은행(ECB) 9월 회의록은 “상방 인플레이션 위험이 실현될 경우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 다소 매파적(긴축적)으로 해석됐다. 스왑시장은 10월 30일 ECB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1% 수준으로 평가했다.
■ 주요 종목 동향
반도체주가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글로벌파운드리(-2% 이상)를 비롯해 퀄컴,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NXP, KLA, 마이크론, 마벨, 온세미컨덕터,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이 1% 넘게 밀렸다.
부동산 경기 민감주인 PulteGroup(-4% 이상)과 Toll Brothers(-3% 이상)는 CFRA가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도’로 내리며 급락했고, 동종업체 DR Horton·Lennar도 1%대 하락했다.
헬렌 오브 트로이는 2분기 총마진이 44.2%로 시장 전망(46.6%)에 못 미치며 22% 넘게 폭락했다. 기술주 테슬라는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관련 교통법규 위반 조사 소식으로 1% 이상 하락했다.
반면 희토류 관련주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 소식에 급등했다. Critical Metals(+29%), Ramaco Resources(+13%), MP Materials(+9%) 등이다.
거래 로봇 업체 Serve Robotics는 도어대시와의 파트너십 체결로 19% 올랐고, Akero Therapeutics는 노보 노디스크의 47억 달러 인수 제안(주당 54달러)으로 17% 뛰었다.
알버말은 TD 코웬이 목표주가를 70달러에서 85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7% 이상 급등, S&P 500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또 엔비디아는 칸토 피츠제럴드의 목표가 상향(240→300달러) 덕분에 나스닥과 다우 지수 내 최대 상승 종목이 됐다.
■ 용어 풀이 및 시사점
T-노트는 만기 2~10년 사이의 미 국채를 통칭하며, 여기서는 10년물 금리를 지칭한다.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은 물가연동국채(TIPS)와 일반 국채 수익률 차이로 계산되는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다.
금리 상승은 할인율을 높여 성장주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주며, 특히 설비투자 규모가 큰 반도체주는 실적 가시성이 낮아질 때 타격이 크다. 다만 AI·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수요가 견조하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업종 펀더멘털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미 의회 셧다운이 3주 이상 지속될 경우 4분기 GDP 성장률이 0.3~0.4%p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연준의 조기 완화적 정책 전환 논리를 강화해 중기적으론 주식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 향후 일정
10일(금) 발표 예정인 미시간대 10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54.0으로 전월 대비 1.1p 하락이 예상된다. 또 10월 9일 장 마감 후 델타 에어라인스·펩시코 등 주요 기업들이 3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한편 시장은 관세·무역 협상과 연방정부 셧다운 타결 움직임, 연준 인사들의 추가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