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유로·엔 약세 틈타 1.75개월 최고치…정치 불확실성·미 연준 회의록이 촉매

[환율·귀금속 시황] 8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DXY)가 전일 대비 0.32% 상승하며 1.7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와 일본의 정치 불확실성이 각각 유로화와 엔화의 매도 압력을 높인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회의록이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2025년 10월 8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발표된 9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대다수 위원이 연내 추가 완화가 적절하다”면서도 “다수 참가자가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을 강조했다”고 명시했다. 증시 강세가 안전자산 수요를 일부 잠식했음에도 달러는 매파적 문구에 힘입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은 이미 2주째 지속되고 있어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당장은 유럽·아시아 환율 불안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셧다운이 장기화될수록 미국 경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경계심은 여전히 상존한다.

주목

1. 달러·정책 기대감

시장에서는 10월 28~29일 FOMC에서 93% 확률로 25bp(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결국 완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정책 기대감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매파적 표현에도 “올해 안에 추가 완화”라는 문구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2. 유로화: 프랑스 정국 혼란·독일 지표 부진

유로/달러(EUR/USD)는 0.29% 하락해 6주 만의 저점을 찍었다. 독일 8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4.3% 급감하며 약 3년 반 만의 최대 폭 감소를 나타냈고, 프랑스에선 가브리엘 르코르뉴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의 개각 직후 사임해 정치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에 대해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회 위원 마데이스 무엘러는 “유로존 경기는 서서히 회복 중이며 인플레이션은 2% 목표와 부합한다”고 밝혔지만, 스와프 시장은 10월 30일 ECB 회의에서 1% 미만의 금리 인하 가능성만을 반영하고 있다.

3. 엔화: 임금 지표 약세·정권 교체 변수

달러/엔(USD/JPY)은 0.55% 상승, 엔화는 7.75개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일본 8월 현금임금이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2.7%)를 크게 하회하면서 일본은행(BOJ)의 완화 지속 기조가 재확인됐다. 9월 일본 국채 금리(10년물)가 상승한 것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목

정치적으로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선출이 BOJ 긴축 일정 연기 우려를 키웠다. 재정 지출 확대를 지지하는 그녀의 노선은 국채 공급 증가와 엔화 약세 기대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에코워처스 설문이라 불리는 9월 서비스업 경기전망 지수는 48.5로 9개월 만의 최고를 기록했으나, 50선을 밑돌아 여전히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에코워처스(eco watchers) 지수: 일본 내 소매·서비스 종사자를 대상으로 체감경기를 조사하는 지표


4. 귀금속: 사상 최고 랠리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4,049.2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달 은 선물도 14년 만의 최고가를 찍었다. 미국 정부 셧다운과 프랑스·일본 정치 리스크가 안전자산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중국인민은행(PBOC)이 9월에만 4만 온스를 추가 매입하며 11개월 연속 금 보유고를 늘린 점도 가격을 지지했다. ETF(상장지수펀드)로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 역시 금·은 가격 랠리에 불을 지폈다. 최근 금 ETF 보유량은 3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 시각: 달러 강세와 금 가격 동반 상승은 통상적 역관계가 잠시 무력화된 사례다. 이는 정치·정책 불확실성이 통화 가치보다 안전 투자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5. 용어 설명 & 의미

달러 인덱스(DXY)는 달러화를 6개 주요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 대비 가중평균한 지수다. 지수가 오르면 달러 가치가 강세임을 뜻한다.

FOMC 회의록은 연준 위원들의 의견 분포를 보여주는 자료로, 표현 수위에 따라 시장에서는 ‘비둘기파(완화 선호)’와 ‘매파(긴축 선호)’를 가늠한다. 이번 회의록은 추가 완화 언급과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을 동시에 담아 복합 신호를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ETF 보유량은 기관·개인의 간접 투자를 통해 실제 금·은이 얼마나 창고에 쌓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가격 추세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6. 전망

단기적으로는 정치 이벤트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 달러·귀금속의 동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10월 말 FOMC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25bp 금리 인하는 달러 상승 피로감을 누적시킬 변수로 꼽힌다. 한편, 유로존은 산업지표 반등과 프랑스 내각 안정화 여부가, 일본은 임금·소비 지표 개선이 통화 반등의 관건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