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지속, 유로·엔 동반 하락…안전자산 선호로 금·은 사상 최고

[환율·귀금속 시장 동향] 미국 달러가 유로화엔화를 상대로 강세를 이어가며 1주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유럽과 일본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두 통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2025년 10월 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달러를 대표하는 DXY 달러 인덱스가 전 거래일 대비 0.39% 상승해 1주일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프랑스 총리 세바스티앙 르코르뉘의 전격 사임으로 유로화가 급락한 데다, 다카이치 사나에 중의원의 자민당 총재 선출로 엔화가 급락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달러 인덱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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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미국 국채(미 재무부 발행 10년물) 금리 상승이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자산의 수익률 매력도가 높아져 다른 통화 대비 달러가치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반면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2주 차에 접어들면서 미국 경제 성장률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셧다운 장기화가 달러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화는 이날 0.26% 하락해 1주일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 프랑스가 유로존 2위 경제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르코르뉘 총리 사임이 시장에 정치적 리스크로 받아들여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같은 날 발표된 10월 유로존 Sentix 투자자심리지수가 -5.4로 전월 대비 3.8포인트 개선되면서 낙폭이 일부 제한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2% 목표에 근접해 있으며 2026년부터 경기 회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엔화는 달러 대비 1.89% 급락하며 2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완화적 재정·통화정책을 지지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가 깜짝 승리를 거두면서,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이 이달 중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약화됐다. 동시에 추가 재정지출 가능성이 커져 국채 공급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엔/달러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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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기금선물(FF) 스와프시장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10월 28~29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가능성을 95%로 반영하고 있다. 낮아진 정책금리 기대는 금·은 등 귀금속 가격에 호재로 작용했다.


■ 귀금속, ‘안전자산’ 수요 속 사상 최고치 경신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67.40달러(1.72%) 급등하며 종가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 현·선물가를 합산한 근월물(V25) 가격은 3,959.4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 선물 역시 0.483달러(1.01%) 올라 14년 만의 최고치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프랑스 정치 불안, 미국 정부 셧다운, 일본의 통화 완화 기조 등 복합적 리스크에 대응해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은 매수에 나서고 있다. 또한 ETFs(상장지수펀드)의 귀금속 보유량이 지난주 3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것도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금 선물 가격

미국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공격과 같은 정치적 변수도 금값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시도로 알려지면서 중앙은행 정책의 예측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됐다는 설명이다.

“정부 셧다운과 프랑스·일본의 정치적 변동성은 투자자들에게 안전 자산을 찾아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 뉴욕 소재 금속 전문 애널리스트


■ 용어 풀이

DXY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를 대상으로 한 달러 가치를 가늠하는 지표다. 수치가 오르면 달러가 강세라는 의미다.

Sentix 투자자심리지수는 독일 민간조사기관 Sentix가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으로, 0 이상이면 낙관, 0 이하면 비관으로 해석된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로, 기준금리 인상·인하를 표결한다.

안전자산은 시장 변동성 확대 시 가치를 보존한다고 간주되는 자산(금, 미국 국채 등)을 뜻한다.


■ 전망과 시사점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달러 강세가 제한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편 유로·엔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경우, 아시아·유럽 시장의 수출 기업 및 관광 산업에는 긍정적이지만, 에너지·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귀금속 시장은 ‘사상 최고치’ 경신 후 조정 위험이 있으나, 정치·통화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한 변동성 확대 국면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자들은 금·은 ETF 수급,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경로, 정치 이벤트 일정을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