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셧다운 장기화에 달러 가치 하락…안전자산 금·은 가격 급등

뉴욕 외환·상품시장 동향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셧다운 3일째에 접어들면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DXY)가 전장 대비 0.12% 하락했다.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이는 통화가치 약세로 직결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5년 10월 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9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지수가 시장 예상치(51.7)를 밑돈 50.0으로 집계돼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경기 둔화 신호는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겼다. 다만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오스턴 굴스비 총재와 댈러스 연은의 로리 로건 총재가 ‘성급한 금리 인하 자제’ 필요성을 강조한 점이 달러 낙폭을 일부 제한했다.

굴스비 총재는 “최근 물가가 다시 꿈틀대는 가운데 고용 지표가 동반 둔화하고 있어 연준이 목표로 삼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 두 가지가 동시에 흔들리는 난관(sticky spot)에 직면했다”라고 진단했다. 로건 총재도 “현재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2%)에서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추가적인 과도한 완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0월 28~29일 열리는 FOMC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7%로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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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유로 강세

달러 약세에 힘입어 EUR/USD 환율은 0.22%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피에르 빔슈가 “현재 통화정책 조합이 중기적으로 2% 물가목표를 달성하기에 적절하다”고 발언해 유로화에 추가 상승 동력을 제공했다. 유로존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3%(전년 대비 –0.6%)로, 예상치(–0.1%, –0.4%)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미·유럽 간 통화정책 디퍼런스(차별화)에 주목했다. 즉, ECB는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했고, 연준은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는 점이 유로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금리(스왑)는 10월 30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1% 수준으로 반영하며 사실상 동결을 전망했다.


엔화 약세·일본 경제 지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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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D/JPY 환율은 0.15% 상승(엔화 약세) 마감했다. 일본 8월 실업률이 2.6%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완화적 금융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해 금리 인상 기대를 낮췄다. 다만 10년 만기 일본국채(JGB) 수익률이 17년 만에 1.675%까지 뛰면서 엔화 낙폭은 일부 제한됐다. 토요일(10월 7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포지션 정리에 따른 단기 숏커버도 나타났다.


안전자산 금·은 가격 사상 최고치 경신

12월물 금 선물(GCZ2)은 온스당 40.80달러(1.05%) 오른 3,891.9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Gold chart 12월물 은 선물(SIZ2)도 3.45% 급등하며 최근월물 기준 14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 셧다운 장기화, 미·중 무역갈등, 지정학적 불확실성, 그리고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공격 등 복합적 리스크가 안전자산 수요를 급증시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 캔디스 쿡 해임을 시도하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소속 스티븐 미란이 연준 이사직을 겸직하려는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자산운용사들의 금·은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가 이어졌다. 실제로 글로벌 금 ETF 보유량은 목요일 기준 3년 만에 최고치를, 은 ETF 보유량 역시 수요일 3년 만에 최대치를 각각 경신했다.


경제 지표·용어 해설

달러 인덱스(DXY):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ISM 서비스업 지수: 미국 공급관리협회가 비제조업(서비스업) 경기동향을 조사해 발표하는 지수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위축을 의미한다.
PPI(Producer Price Index): 생산 단계에서의 물가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로, 향후 소비자물가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bp(basis point): 금리 변동 폭을 표시하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다.


기자 전문적 시각

현재 시장은 ‘연준→ECB→BOJ’로 이어지는 선진국 중앙은행 완화 레이스가 한층 가속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 셧다운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10월 FOMC에서의 금리 인하는 사실상 기정사실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달러 약세·원자재 강세·안전자산 선호라는 ‘위험회피 3종 세트’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다만 연준 고위 인사들이 ‘앞으로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언급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리스크 대비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10년 JGB 금리가 1.6%대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자금이 ‘일본 국채 → 미 국채’로 이동할 수 있는 잠재적 촉매로 해석된다. 만약 일본은행이 10월 말 회의에서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엔·달러 환율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이는 곧 글로벌 외환시장의 추가 혼조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USDJPY chart

전문가들은 “금·은 가격이 이미 역사적 고점 영역에 진입했지만, 극단적 유동성 공급 환경이 지속되는 한 추가 상승 여력도 남아 있다”면서도, “급등 뒤에는 반드시 가격 변동성 확대가 뒤따르므로 단계적 분할 매수·매도를 통해 리스크를 상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