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급 회복 전망에 코코아 선물가 19·20개월 최저…추가 하락 압력 가중

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이 연중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12월물 뉴욕 코코아(종목 코드 CCZ25)는 전 거래일 대비 291달러(-4.49%) 급락하며 최근월물 기준 19개월 만의 최저가를 기록했고, 런던 ICE 12월물 코코아(CAZ25)도 225파운드(-4.99%) 밀려 20개월 최저치로 추락했다.

2025년 10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가격 급락의 직접적 배경에는 코코아 주산국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정부가 농가 매입가를 인상한 조치가 있다. 정부의 인상된 매입가격은 농민들에게 즉각적인 판매 인센티브를 제공해 단기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자극하며 선물가격을 압박했다.

이와 함께 세계 공급 전망의 개선도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나 항만으로 반입된 코코아 원두 물량은 9월 4일까지 4주 동안 50,440톤으로, 전년 동기간 1만1,000톤과 비교해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가나의 조기 출하량 증가를 각인시키며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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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코코아 선물 차트

가격 약세는 단순히 공급 측면만의 문제가 아니다. 높은 코코아 원가와 관세 인상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면서 초콜릿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공포도 7주 연속으로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스위스의 프리미엄 초콜릿 제조사 린트 & 슈프륑리(Lindt & Sprüngli)는 7월에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올해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으며, 세계 최대 B2B 초콜릿 공급업체 베리 칼레보(Barry Callebaut) 또한 3개월 사이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전망을 줄였다.

Barry Callebaut는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해 10년 만의 최대 분기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표는 원두 가격 급등이 최종 수요를 잠식할 수 있음을 시사해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급 회복 신호는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포착된다. Mondelez International은 최근 서아프리카 코코아 포드(열매) 개수 조사 결과가 5년 평균보다 7% 많고 지난해보다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10월부터 시작되는 코트디부아르 주수확(main crop)의 전망을 한층 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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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는 단기 재고 긴축이 가격 하락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ICE가 집계하는 미국 항만 보관 코코아 재고는 10월 3일 기준 1,941,368자루로 5.25개월 만의 최저치로 감소했다. 보관재고 축소는 현물 수급 타이트닝을 의미해 선물가격의 급락 속도를 둔화시키는 지지 요인으로 거론된다.

품질 변수도 남아 있다. Rabobank는 코트디부아르 미드크롭(mid-crop)의 품질 저하가 늦은 우기로 인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 미드크롭: 4~9월 사이 수확되는 두 번째·소규모 작황시장 컨센서스는 올해 미드크롭 생산량을 40만t으로, 작년 대비 9% 감소로 예상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세계 5위 생산국) 역시 생산 감소가 우려된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30만5,000t으로 전년 대비 1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으며, 7월 코코아 수출도 1만3,579t으로 -22% 급감했다고 보고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가나 생산 회복 가능성이 부각된다. 가나 코코아위원회는 2025/26 회계연도 생산량이 65만t으로 전년 대비 8.3%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이는 단기 초과공급 우려와 맞물려 향후 선물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요 지표 악화도 부정적 신호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7월 17일 2분기 유럽 분쇄량(grindings)이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1,762t이라고 발표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는 같은 기간 아시아 분쇄량이 16.3% 줄어 176,644t으로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미의 2분기 분쇄량도 2.8% 줄어든 101,865t으로 집계됐다.

참고로 ‘분쇄량(grindings)’은 코코아 원두를 가공해 코코아매스·버터·파우더 등으로 만드는 공정의 물량을 뜻하며, 초콜릿 최종 수요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년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을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여 년 만의 최대 규모다. ICCO에 따르면 2023/24년 생산량은 4.380백만t으로 13.1% 감소했고, 재고 대비 분쇄 비율(Stocks-to-Grindings)도 46년 만의 최저인 27%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ICCO는 2024/25년도에 14만2,000t의 공급 과잉(흑자) 전환을 예고했다. 생산은 7.8% 증가한 4.84백만t으로 전망됐다. 이는 이번 주 가격 급락이 단기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하락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코코아 선물계약은 보통 3월·5월·7월·9월·12월 등 홀수월에 만기되며, 기사에서 언급된 12월물(티커 CCZ25·CAZ25)은 2025년 12월 인도 물량을 뜻한다. 최근월물 가격이 19~20개월 신저가를 기록했다는 것은 현물가치 하락 기대가 빠르게 반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자의 시각
단기적으로는 ICE 재고 감소와 미드크롭 품질 문제, 나이지리아 생산 감소 등이 일정 부분 가격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나·코트디부아르 정부의 농가 구매 가격 인상으로 출하가 가속화될 경우, 당분간 공급 우위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유럽·아시아 분쇄량 감소가 시사하듯 수요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연내 뉴욕 선물가격은 2,200~2,400달러대 박스권에서 추가 하락을 시도할 개연성이 크다.

※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