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와 증시 랠리 속 국제유가 강보합 마감

[원유·가솔린 선물 동향]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0.40달러(0.66%) 오른 배럴당 61.20달러에, 11월물 RBOB 가솔린 선물은 0.0098달러(0.53%) 상승한 갤런당 1.85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2025년 10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돼 에너지 선물 시장에서 쇼트 커버링이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원유 수요가 단기적으로 탄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2년여 만에 감산 조치를 전면 해제하고 증산에 나설 계획을 밝히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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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급락 배경1으로는 OPEC+가 1.66백만 배럴(bpd) 규모의 추가 감산분을 3개월(11~1월) 동안 월 50만 배럴씩 복원하는 방안을 오는 5일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이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OPEC의 9월 원유 생산량은 전달 대비 40만 bpd 증가한 2,905만 bpd로 2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6년 세계 원유 시장이 하루 333만 bpd에 달하는 사상 최대 공급 과잉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전망치보다 36만 bpd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 공급 이벤트도 투자심리를 누르고 있다.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KRG)는 2년간 중단됐던 터키 제이한(Ceyhan) 수출 파이프라인을 통해 쿠르디스탄 지역산 원유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후셰인 이라크 외무장관은 재개 시 세계 시장에 하루 최대 50만 bpd의 추가 물량이 공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유 수요 측면에서는 아시아 최대 수입국 가운데 하나인 인도의 8월 원유 수입이 전년 대비 2.9% 감소한 1,960만t(약 4.6M bpd)으로 집계돼 수요 둔화 우려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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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비축 물량도 증가세다. 에너지 데이터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9월 26일 기준 최소 7일간 정박해 있던 유조선들의 원유 보관량은 전주 대비 3.7% 증가한 8,195만 배럴로 집계됐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여전히 공급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 시설 가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9월 상반월 러시아 석유제품 수출은 평균 194만 bpd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정부는 G7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인도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은 NATO 영공을 침범하는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1일 발표한 주간 재고 통계에 따르면 9월 26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4.1% 감소해 5년 평균보다 낮았고, 가솔린 재고는 0.2%, 중간유(디젤·등유) 재고는 5.5% 각각 낮았다. 같은 기간 원유 생산량은 주당 1,350.5만 bpd로 역대 최고치(2024년 12월 둘째 주 1,363.1만 bpd)에 근접했다.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스(Baker Hughes)는 10월 3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가 전주 대비 2기 줄어든 422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8월 1일 기록했던 4년 만의 저점(410기)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나, 2022년 12월의 627기에서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용어 설명
• RBOB 가솔린: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청정연료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가솔린 혼합 기초유를 의미한다.
• 쇼트 커버링: 선물·옵션 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해 매수로 되돌리는 행위다.
• OPEC+: 13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세계 원유 공급량 조절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 IEA: 파리 소재 국제에너지기구로, 에너지 시장 동향과 장기 수급 전망을 발표한다.

시장 전망 전문가들은 향후 몇 달간 OPEC+의 증산 속도와 미 연준(Fed)의 통화정책 경로,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이 국제유가의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평가한다.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배럴당 60달러 초반 구간에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을 주시하면서도, 공급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2026년 상반기까지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단기 공급·수요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원유 ETF·선물·옵션 등 다양한 상품을 활용한 위험 관리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통화와 금리 방향성에 민감한 에너지 섹터 특성상, 달러 인덱스와 미 재무부 수익률 곡선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투자판단을 위한 조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