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이 글로벌 공급 증가 전망에 급락했다. 2일(현지시간) ICE 뉴욕 12월 인도분 코코아는 전장 대비 -194달러(-2.91%) 하락한 6,458달러를, ICE 런던 12월물은 -177파운드(-3.77%) 밀린 4,516파운드에 각각 마감하며 뉴욕은 19개월, 런던은 20개월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2025년 10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초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정부가 농가에 지급하는 공정가(cocoa farm-gate price)를 인상하자, 농부들이 매도를 서두를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선물 시장에 매도 압력이 집중됐다.
공정가 인상은 농부들의 수익을 높여주는 대신 수확 후 즉시 판매를 유도해 단기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시장은 이를 단기 공급 쇼크로 해석하며 가격을 압박했다.
● 가나 코코아 인도량, 전년 대비 4.5배 급증
가나는 세계 2위 코코아 생산국이다. 현지 선적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8월 5일부터 9월 4일까지 4주간 가나 항구로 반입된 코코아 원두는 50,440t으로 전년 동기 11,000t 대비 4.5배 증가했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물량이 들어온 것은 전례가 드물다”(트레이더 발언)
이 같은 공급 급증세는 가격 하락 압력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초콜릿 수요 둔화 우려 가중
지난 7주간 코코아 선물은 지속적인 약세를 보였다. 스위스 초콜릿 제조사 린트&슈프륑글리(Lindt & Sprüngli)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같은 달 바리칼레바우(Barry Callebaut)도 3개월 새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춰 연간 판매량 감소를 예고했다. 3~5월 분기 판매량은 -9.5%, 10년 만의 최대 감소다.
업계 전반에 걸친 고가 코코아·관세 부담이 소비를 제한하면서, 수요 측면에서도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
● 코트디부아르 주수확 기대감 확대
코트디부아르의 주수확(main crop)은 10월부터 본격화된다. 몬델리즈(Mondelez)가 최근 실시한 코코아 포드 카운트(열매 개수 조사) 결과, 서아프리카 전역 열매 수가 5년 평균보다 7% 많고, 전년 대비로는 “상당히 높다(materially higher)“고 밝혔다. 현지 농가도 “올해 열매 품질이 좋다”며 풍작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편으로는 중간 수확(mid-crop) 품질 저하가 확인됐다. 라보뱅크(Rabobank)는 “늦은 강우로 열매 성장이 제한돼 코트디부아르의 중간 수확 물량은 40만t(전년 대비 -9%)에 그칠 것”으로 추정한다.
● 재고-그라인딩 비율 46년 만의 최저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재고-그라인딩(가공) 비율이 27.0%로 1979년 이후 최저라고 발표했다. 같은 시즌 공급 부족 규모는 -49만4,000t으로 60년 만의 최대다. 그러나 2024/25 시즌엔 +14만2,000t 흑자 전환을 예상하며, 생산량이 7.8% 늘어난 4.84백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작황 개선과 재고 회복 속도가 가격 약세를 지속시킬지 주시하고 있다.
● 기타 생산국 동향: 나이지리아·가나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의 코코아협회는 2025/26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만5,000t으로 추락할 것이라 예측했다. 7월 수출도 -22%(13,579t) 감소했다. 반면 가나 코코아위원회는 2025/26 생산량이 +8.3%(65만t) 증가할 것으로 봤다.
● ICE 공시 재고 5.25개월 만의 최저
ICE 선물거래소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내 재고는 195만 2,558포대로, 5.2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선물 만기 인도가 다가올수록 공시 재고가 감소하면 가격 지지 요인이 되지만, 이번 주에는 풍작 기대감이 상쇄효과를 발휘했다.
● 용어 설명
코코아 그라인딩(cocoa grindings)은 로스팅 후 코코아닙을 분쇄해 버터·분말을 추출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이는 실제 초콜릿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분기별 지역 협회가 발표한다.
포드 카운트(pod count)는 코코아나무에 달린 열매 개수를 샘플 조사해 생산량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잎·가지 상태와 함께 조기 작황 지표로 활용된다.
●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에서는 ①코트디부아르 주수확 물량이 실제로 예상만큼 늘어날지, ②유럽·아시아의 가공 데이터가 반등할지, ③공정가 인상이 내년 파종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가공 수요 회복 없이 공급만 늘면 가격은 추가 하락할 수 있다. 반대로, 라니냐 등 기후 변수로 작황이 다시 타격을 받으면 가격이 급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