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O PAULO 발—브라질의 대표적 디지털 은행 누뱅크(Nubank)가 미국에서 전국 은행 면허(=national bank charter)를 신청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라틴아메리카에 집중돼 있던 사업을 북미로 확대하기 위한 가장 구체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누뱅크는 이번 결정을 “지역 플랫폼을 세계적 모델로 발전시키려는 의지와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제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필수적인 단계”
라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디지털 렌더(digital lender)란?
지점 없이 모바일 앱과 온라인만으로 예·적금, 대출, 결제 등 전통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을 뜻한다. 누뱅크는 2013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출범해 ‘연회비 0원’ 보라색 신용카드로 젊은층을 사로잡으며 성장했다.
경영진 발언과 세부 계획
누뱅크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벨레스(David Velez)는 “핵심 초점은 여전히 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 등 기존 시장의 성장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신청으로 미국 내 거주 고객을 우선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비슷한 금융 환경에 놓인 글로벌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누뱅크는 미국 사업 법인의 이사회 의장으로 로베르토 캄포스 네투(Roberto Campos Neto) 전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캄포스 네투는 2019~2023년 브라질 통화정책을 총괄하며 금융 혁신에 우호적 규제 환경을 조성한 인물이다.
회사 측은 “새로운 시장 진출을 곧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수개월간 업계에서 돌았던 ‘누뱅크 북미 진출설’을 공식화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국 은행 면허의 의미
미 연방 통화감독청(OCC)이 부여하는 national bank charter는 주(州) 면허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전국 단위 영업권과 예금보험공사(FDIC) 보호 한도를 보장한다. 이에 따라 모바일 전용 플랫폼인 누뱅크도 미국 전역에서 예·적금 수신, 대출, 직불·신용카드 발급 등을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현지 핀테크와 제휴해 우회 진출하던 기존 방식보다 규제 및 비용 측면에서 명확한 이점이 있다.
핀테크 업계 전문가는 “대다수 글로벌 스타트업이 미국 진출 시 ‘특정 주(州)의 특수목적은행 면허’에 의존하는 반면, 누뱅크는 첫발부터 전국 면허를 노린다”며 “자본·준법·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라틴아메리카 시장 성과
현재 누뱅크는 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 세 나라에서 약 9,4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다. 브라질 신용카드 시장 점유율 1위, 예금 잔액 1,200억 헤알(약 240억 달러)을 기록하며 ‘피라냐처럼 빠른 성장’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기존 은행 인프라가 부족한 중남미에서 낮은 수수료·실시간 서비스·고객 친화적 UX로 주목을 받았고, 상장 지주사 ‘Nu Holdings’는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입성했다. 상장 당시 기업가치는 400억 달러를 웃돌았다.
전망·리스크 분석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시장에 이미 챌린저 뱅크(challenger bank)와 네오뱅크(neobank)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누뱅크는 범(凡)라틴 디아스포라 고객을 겨냥, ‘다언어 지원·수수료 없는 해외 송금’ 같은 니치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OCC 심사에서 자본건전성·자금세탁방지(AML)·사이버보안 능력을 증명해야 하며, 연준(Fed)의 은행지주회사(BHC) 승인 절차까지 통과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실제 서비스 개시는 2026년 이후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미국 내부에서는 디지털 은행의 급성장이 ‘전통 은행 시스템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미 상원의 금융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은 “핀테크 규제 공백” 문제를 공론화하며 OCC의 면허 발급 기준 강화를 요구해 왔다.
편집자 코멘트
누뱅크는 초격차 UX·낮은 비용 구조를 앞세워 ‘브라질판 카카오뱅크’로 불린다. 미국 면허 취득은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글로벌 금융 규제 표준을 충족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동일 모델을 유럽·아시아·아프리카로 복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결국 이번 면허 신청은 라틴아메리카발(發) 핀테크 유니콘이 글로벌 금융 허브로 직접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결과는 수년 후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디지털 전환 가속과 규제 혁신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누뱅크의 도전이 남미 스타트업 생태계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