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발(Paris)—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 1위 기업 ASML이 프랑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Mistral AI)에 13억 유로(15억 달러)를 투자함으로써 유럽 기술 생태계 재편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전 재무장관 브뤼노 르메르(Bruno Le Maire)는 ASML의 이번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유럽 기술 협력의 물꼬”로 규정하며, 향후 추가적인 기업 인수·합병(M&A)과 전략적 공동 투자가 잇따를 가능성을 시사했다.
르메르는 지난해 7월 조기 총선 돌발 상황으로 정계를 떠난 뒤, 현재는 ASML의 전략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거래로 ASML이 미스트랄 AI의 최대주주가 된 점을 강조하면서 “
우리의 목표는 분절된 유럽 기술 기업들을 묶어 중국과 미국 기술 진영에 필적하는 힘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SML·미스트랄 AI 협력의 의미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미스트랄 AI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및 생성형 AI 연구로 주목받는 프랑스 스타트업이다. 양사의 결합은 하드웨어(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생성형 AI)를 통합하는 수직적 가치사슬 구축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유럽 AI 야망 — “분절화 극복이 관건”
르메르는 “유럽은 향후 수십 년 안에 AI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산업 기반과 기술 노하우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국가별·기업별 파편화(fragmentation)가 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EU 빅3가 자본시장동맹(Capital Markets Union·CMU)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MU란 EU 역내 산재한 자본을 단일 시장으로 묶어 대규모 펀딩을 가능케 하는 제도로, 현행 은행 중심 금융 구조를 넘어 벤처캐피털·연기금·국부펀드 자금이 스타트업·딥테크에 흘러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확장한다. 르메르는 “27개 회원국 모두가 동의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빅3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美 빅테크 고평가 논란
르메르는 인터뷰에서 “미국 기술기업은 거품이 꼈다”며 수개월 내 버블 붕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수백조 원으로 평가되는 오픈AI(OpenAI)를 예로 들며 “버블이 꺼지면 경제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 산업정책 비판
그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중국·미국의 공격적 보조금 및 기술패권 전략에 “지나치게 수동적”이라고 비판했다. 르메르는 “우리 관료들은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신속·효율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등 특정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졌음을 인정했다.
르메르는 “유럽 시장을 개방할 때는 기술 이전 조건을 명확히 걸어야 한다”면서, 중국 기업이 EU에 진입할 때 ‘상호주의(reciprocity)’ 원칙을 강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방국에서 모방하는 강국으로”
그는 “우리는 한때 모방당하는 강국이었지만, 이제는 필요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흡수·모방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IT, 배터리, AI 전 분야에 걸친 기술 내재화 전략을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향후 전망
기자 해설: ASML의 미스트랄 AI 투자 규모는 유럽 스타트업 대상 단일 투자로는 이례적이다. 그간 미·중 빅테크 플랫폼이 AI 핵심 인재와 데이터, 자본을 선점해 왔으나, 이번 딜은 유럽 내 ‘하이브리드 얼라이언스’ 모델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동시에, 르메르의 ‘미국 버블·침체’ 발언은 다소 급진적인 전망으로 시장의 반응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2nm 이하 공정 미세화를 위한 필수 설비로, ASML 장비 1대 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 EUV 기술력은 TSMC·삼성전자·인텔 등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ASML이 AI 소프트웨어 역량까지 확보할 경우, 칩 설계—제조—응용(AI) 전 밸류체인 통합이라는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
용어·개념 설명
- Capital Markets Union(CMU): EU 역내 자본의 국경 장벽을 낮춰 기업이 어느 국가에서든 동일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도록 만드는 통합 금융 시장 구상.
- Fragmentation(파편화): 산업·정책·규제 환경이 국가별로 달라 역량 결집이 어려운 상황.
- 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EUV): 파장이 13.5nm인 극자외선으로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최첨단 반도체 노광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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