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Quantum, 10억 달러 유치 후 시카고에 양자 컴퓨팅 허브 착공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PsiQuantum이 대규모 자금 조달 직후 시카고에 새로운 연구·제조 거점을 착공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리노이주가 추진 중인 Illinois Quantum and Microelectronics Park(IQMP)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PsiQuantum은 최근 10억 달러(약 1조 3,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한 뒤, 시카고 남부에 위치한 옛 U.S. Steel South Works 부지에서 IQMP의 앵커 테넌트로서 첫 삽을 떴다. 회사 측은 이 부지에 중간 규모 이상의 양자 시험 시스템을 조성해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Quantum Benchmarking Initiative’ 평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시험 시스템은 완공 시 미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성능을 검증하는 첫 번째 포토닉 기반 양자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DARPA의 평가는 양자 연산 정확도, 오류율, 확장성 등을 다각도로 점검하는 절차로, 국가 차원의 전략 기술로 분류되는 양자 컴퓨팅의 상용화를 앞당길 중요한 분수령으로 여겨진다.


포토닉(광자) 접근법의 의미

PsiQuantum은 반도체 제조 공정통신용 광섬유 인프라를 결합해 큐비트(양자 비트)를 빛으로 구현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극저온 초전도체나 이온트랩 방식을 쓰는 경쟁사들이 직면한 냉각·배선·스케일링 한계를 회피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초전도 방식은 0.01K(켈빈) 이하의 극저온 환경 유지가 필수지만, 포토닉 방식은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광학 컴포넌트는 기존 실리콘 포토닉스 공정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이미 깔려 있는 글로벌 통신망과의 호환성을 갖춘다. 이에 따라 양자 네트워킹, 보안 통신,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 빠른 시장 진입이 기대된다.


일리노이주, “양자 혁신 허브” 선언

“오늘 우리는 일리노이를 미국 최대의 양자 혁신 허브로 만드는 역사적 사업의 첫 삽을 떴다. 수십억 달러의 경제 효과와 수천 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 일리노이 주지사 JB 프리츠커

주 정부는 해당 부지를 중심으로 학계·산업계·정부 기관이 협력하는 삼각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리노이대 어배너-섐페인, 시카고대, 국립아르곤연구소 등이 참여해 양자 알고리즘·소재·측정 기술을 공동 연구할 계획이다.

PsiQuantum은 이번 시설에서 100만 큐비트(1M qubit)급 오류 보정 양자 컴퓨터 완성을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 단일 장치 내에서 실용적 양자 우위를 달성하려면 최소 수십만~수백만 큐비트가 필요한데, 현재 상용 기기 대부분은 수백~수천 큐비트 수준에 머물러 있다.


10억 달러 시리즈 E, 블루아울 캐피털이 주도

이번 투자 라운드는 뉴욕 기반 자산운용사 블루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이 주도했으며, 미국 사모펀드 Altimar Acquisition이 참여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발표된 단일 양자 기술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꼽힌다*1.

조달된 자금은 시카고 IQMP뿐 아니라 호주 파트너 시설 확장 및 퀀텀 포토닉 칩 연구에도 투입된다. PsiQuantum은 호주 국립대(ANU)와 협력해 실리콘 기반 광자 칩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해 왔다.


산업·시장적 파급 효과

양자 컴퓨팅 시장은 2030년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다수 시장 조사 기관의 전망이 나온다. 특히 포토닉 방식은 데이터센터·5G/6G 백엔드·자율주행·암호해독 등에서 ‘네트워크 원격 연산’이 가능한 구조적 강점을 지닌다.

감마-3 라디에이션 시뮬레이션, 신약 개발의 양자 화학 계산, AI 모델 최적화 등에 필요한 ‘양자 병렬성’을 제공함으로써 클라우드 업체와 반도체 파운드리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 용어 해설

큐비트(Qubit)는 0과 1의 중첩 상태를 동시에 지닐 수 있는 양자 비트를 뜻한다.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계산 가능 상태가 지수적으로 증가해, 고전적 슈퍼컴퓨터가 수십 년 걸릴 문제를 수 분 내 풀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류 보정(Fault Tolerance)은 양자 시스템이 외부 잡음·간섭에도 안정적으로 계산을 지속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물리적 큐비트 여러 개를 하나의 논리 큐비트로 묶어 오류를 평균화하며, 실용 단계에선 100만 큐비트 수준이 요구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포토닉스(Photonics)는 빛, 즉 광자를 매개로 정보를 처리·전송·저장하는 기술 전반을 말한다. 전자 대신 광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열이 적고, 전자기 간섭에도 강하며, 초고속·장거리 전송이 가능하다.


향후 관전 포인트

PsiQuantum이 목표한 100만 큐비트 달성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회사가 반도체 공정 호환 카드를 앞세워 칩렛(Chiplet) 아키텍처와 결합할 경우 생산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기하급수적 확장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DARPA의 벤치마킹 결과가 양자 기술의 기술준비도(TRL)를 객관적으로 입증해 줄 경우, 국가 안보·금융·에너지·물류 분야에서 조기 상용화 프로젝트가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기관은 알파·베타 헤징 모델에서 양자 알고리즘을 실험 중이며, 엑슨모빌·BP 등 에너지 대기업도 촉매 최적화, 탄소 포집 시뮬레이션에 양자 컴퓨터 도입을 검토 중이다. PsiQuantum의 시카고 시설은 이러한 수요를 집중적으로 흡수할 ‘미드웨스트 양자 클러스터’의 허브가 될 전망이다.

*1: 2024년 기준 PitchBook·CBInsights 데이터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