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9~30일(현지시간) 미 의회가 단기 지출 법안(Continuing Resolution·CR) 처리에 실패하면서 10월 1일 0시부로 연방정부 셧다운(shutdown)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표면상 셧다운은 행정부 일부가 문을 닫는 ‘단기 이벤트’로 보이지만, 이번 사태는 ‘거시 데이터 공백(data blackout)’이라는 전례 없는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다르다. 필자는 향후 최소 1년, 길게는 2년간 미국 주식·경제 지형을 뒤흔들 3단계 구조적 충격을 전망한다.
1. 셧다운의 3중 충격 메커니즘
전례에 비춰보면 셧다운 자체가 2~3주 내 타결될 것이라는 낙관이 우세하다. 그러나 ①행정 공백→②경제 통계 지연→③통화정책·시장 결정 오류라는 ‘돔미노’가 이미 발동한다면 셧다운이 종료돼도 후행 충격은 최소 4~6개월, 정책 피봇은 1년 이상 지속될 공산이 크다.
- 행정 공백 단계(Week 1~3)
SEC·CFTC 등 규제기관 인력의 90%가 무급휴가에 돌입한다. 상장심사·IPO·COT 보고서·사기 조사 등이 ‘올스톱’되면서 정보 비대칭이 심화된다. - 데이터 블라인드 단계(Week 4~12)
노동부·상무부가 집계하는 고용보고서·소비자물가·소매판매·GDP 1차치 등 핵심 지표 발표가 잇달아 연기된다. 이후 발표 일정이 겹쳐도 계절조정·모형 재추정이 지연돼 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 - 정책·시장 오류 단계(Month 3~12)
연준(Fed)은 ‘눈가리개 비행’ 상태에서 11월 FOMC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12월 점도표(SEP)도 오차범위가 커진다. 잘못된 정책 레이더는 단기 금리·달러 방향성, 주식 밸류에이션, 위험 프리미엄에 연쇄 충격을 준다.
2. 장기적 피해가 심화되는 이유—세 가지 데이터 지표
필수 데이터 세 가지는 이번 셧다운에서 ‘블라인드 스폿’이 된다.
| 지표 | 평균 발표 지연 시나리오 | 시장·정책 영향 |
|---|---|---|
| ① 비농업부문 고용(NFP) | 3~4주 지연, 추계 오류 ±30만 | 단기 국채·달러 변동성 확대, 연준 ‘후행성’ 심화 |
| ② CPI·PCE 물가 | 2~3주 지연, 계절조정 불안 | 실질금리 산출 오류→밸류에이션 리프라이싱 |
| ③ GDP 1차 속보치 | 4~6주 지연, 샘플 축소 | 연준·CBO 잠재성장률 추정치 왜곡, 예산·부채한도 협상 난항 |
3. 연준의 ‘데이터 의존성’ 딜레마—정책 시나리오별 증시 로드맵
연준은 데이터를 보고 결정한다
는 원칙을 내세운다. 데이터가 사라지면 두 가지 선택지만 남는다.
- 시나리오 A (보수적): 정책 실수 회피 차원에서 기존 기준금리 5.25~5.50%를 2026년 1분기까지 동결한다. 실질금리가 높아지면서 성장주 할인율 상승→S&P500 PER 15배 재평가 가능.
- 시나리오 B (선제 완화): 데이터 결손을 리스크로 간주, 2025년 12월 FOMC에서 예방적 25bp 인하를 단행한다. 달러 약세가 에너지·원자재·신흥국 주식으로 자금 이동을 촉발한다.
시장 베팅은 초기엔 A로 기울겠지만, 지표 공백이 6주 이상 지속될 경우 B 시나리오 확률이 빠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4. 섹터별 12개월 전략—‘데이터 공백’ 수혜와 피해
① 이익 가시성이 높은 섹터—방어주·인프라
전력·필수소비재·통신은 규제·유틸리티 비용 구조가 명확해 셧다운에도 실적 예측오차가 작다. 배당성향이 높아 리스크오프 시 로 회귀하는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② 고평가 성장주—리스크 프리미엄 확대
AI·클라우드·사이버보안 등 메가캡 성장주는 금리·환율 민감도가 높다. 실질금리 불확실성은 DCF(현금흐름 할인모형) 민감도 1~2%p 확대로 이어져 밸류에이션 재조정 압력이 거세다.
③ 대체 데이터·핀테크—역설적 수혜주
정부 통계 공백은 위성·POS·모바일 결제·물류 센서 기반 대체 데이터를 판매하는 핀테크·데이터 브로커에 기회다. 이미 ‘데이터 다크매터(Data Dark Matter)’ 상장지수펀드(가칭) 논의가 월가에서 시작됐다.
5. 채권·달러·원자재 3대 자산군 전망
5.1 채권
• 2년·10년 스티프닝 : 단기물↓, 장기물→ Fed Put 기대감에 곡선 정상화
• 크레딧 스프레드 : 투자등급(IG) +30bp, 하이일드(HY) +150bp 확대 가능성
5.2 달러
DXY 104선 아래로 일시 하락 후, 유럽·중국 경기둔화 우려 재부각 시 105~106 재반등. 큰 흐름은 1년 속도조정형 약달러 구간.
5.3 원자재
• 금 : 데이터 공백+정책 오판 리스크 헤지 수요로 트로이온스 4,000달러 상향 돌파 시도
• 곡물 : USDA 통계 지연 시 ‘재고 서프라이즈’ 리스크 확대. 헤지펀드 포지셔닝 변동성↑
6. 투자자 행동 파노라마—헤지펀드·연기금·리테일
헤지펀드(CTA) : 변동성 상승을 베팅한 VIX 콜·달러 풋 비중 확대
연기금 : 위험예산 VaR 상향 한계로 ‘커브 플래트너(2s/30s) 스왑’ 선호
리테일 : 소셜 트레이딩 플랫폼에 ‘데이터 셧다운 이해하기’ 콘텐츠 급증,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회전율 +25% 전망
7. 정책·입법 장기전: 2026 회계연도 예산과 대선 변수
2025~2026년은 대선 사이클과 겹친다. 여야가 재정 지출·채무한도·SOC 인프라 패키지를 인질로 잡는 ‘셧다운 시즌 2’ 가능성이 크다. 반복 셧다운은 ‘안정적 달러·AAA 국채’ 신뢰 균열을 초래, 국제 준비통화 다변화(위안·유로·금) 논의를 가속화할 수 있다.
8. 결론 & 전략
단기(1~3개월) : 변동성 확대로 인한 옵션 프리미엄 확대를 활용, S&P500 ATM 콜 매도·OTM 풋 매수의 콜 스프레드 전략 유효.
중기(3~12개월) : 데이터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Real Asset barbell(금·REIT) + 고배당 Quality Stalwarts 포지션 유리.
장기(12~24개월) : 연준 정책 오류 수정 과정에서 나타날 ‘저점 매수 구간’ 노려 AI 인프라·그린테크·인적자본 플랫폼 코어 포트폴리오 재구축 권고.
결국 셧다운은 ‘정치 이벤트’라기보다 “신뢰 자본(social capital)이 금융자본으로 전이되는 과정”이다. 데이터가 사라진 시대, 투자자는 정량 모델을 맹신하기보다 거시 사이클·정책 판도·리스크 프리미엄을 입체적으로 직조해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전망하는 2025~2026년 미국 시장 생존 매뉴얼이다.
칼럼니스트 이중석 (경제 전문 기자·데이터 분석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