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심층 리포트] 글로벌 외환(FX)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인 하루 평균 9조6,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10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이 3년 주기로 실시하는 ‘2025년 4월 기준 전 세계 외환·파생상품 시장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조사에는 52개국 1,100여 개 은행·딜러가 참여해 역대 가장 광범위한 시장 데이터를 제공했다.
헤드라인 수치인 일평균 9조6,000억 달러는 2022년 4월 조사 대비 28% 급증한 규모다.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높은 변동성이 발생했으나, 2025년 4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공세’가 촉매가 돼 변동성이 더욱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1. 달러의 지배력과 변동성
BIS는 “4월 초 미국의 대규모 관세 발표 직후 FX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거래 활동이 급격히 증가했다”라고 분석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세를 나타내자, 미국 달러 자산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들이 손실 제한을 위해 달러 선도계약(Forward)을 적극 매도하며 해당 상품의 거래량이 2022년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용어 설명
FX 선도계약(Forward)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환율로 통화를 교환하는 장외(OTC) 파생상품이다. 주로 환율 변동 위험(환 헤지)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달러 패권 약화’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실제 거래 데이터는 달러 유동성·거래 선호가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준다. 이는 달러 가치가 하락해도 풍부한 거래 상대방과 깊은 시장이 제공하는 안전판 역할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2. 위안화 상승·파운드화 하락
한편, 중국 위안화(CNY)의 시장점유율은 8.5%로 상승해 2022년 7%에서 1.5%p 확대됐다. 반면, 유로화(EUR)는 29% 아래로 내려가며 2%p 가까이 감소했고, 영국 파운드화(GBP)는 10.2%로 추락했다. 파운드화 비중은 최근 세 차례 조사 평균치(13%)를 큰 폭으로 밑돌며 ‘입지 약화’ 논란을 재점화했다.
영국의 높은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안전자산으로서 파운드화의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런던은 여전히 세계 최대 외환 허브로 자리매김하며, 이번 조사에서도 영국·미국·싱가포르·홍콩 네 곳의 데스크가 전체 거래의 7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 금리 파생상품 급증
장외 금리파생상품(IRS·FRN 등) 거래는 일평균 7조9,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대비 59% 폭증한 수치다. 특히 유로화 표시 계약은 거래액 3조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어 글로벌 비중 38%를 차지하며 달러를 제쳤다. 엔화(Yen) 파생상품 역시 684% 급증, 글로벌 점유율 5.2%를 기록했다.
배경 설명
OTC(Over-The-Counter) 시장은 거래소가 아닌 딜러 간 직접 체결되는 시장으로, 맞춤형 계약 설계가 가능하지만 투명성·유동성 측면에서 거래소 대비 위험이 클 수 있다.
일본은행(BOJ)은 2024년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엔화 금리스와프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4.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관전 포인트
기자의 분석으로는, 이번 조사 결과는 정책 리스크가 변동성을 촉발하면 거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의 패권적 위치를 여전히 활용하지만, 정책 변동성이 심화될수록 헤지 수단과 대체 통화의 다변화 전략이 더 적극적으로 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위안화 비중 확대는 중국 시장 개방 속도가 느려도 제도적·거시적 요인에 따라 꾸준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파운드화의 비중 축소는 영국의 재정 건전성 회복 여부에 따라 다시 반등할 여지가 있으니 향후 영국 재무 정책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금리 파생상품 시장에서 유로 및 엔화 계약이 급증한 점은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차별화가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장기적으로는 달러 중심 구조가 유지되겠지만, 파생상품·헤지 수요를 통해 통화 다극화가 서서히 진행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5. 실무자를 위한 요약 체크포인트
① 외환 변동성 확대 = 거래량 급증
② 달러 선도계약 수요 증가 → 환 헤지 전략 재점검 필요
③ 위안화·엔화·유로화 파생상품 확대 추세 주목
④ 런던-뉴욕-싱가포르-홍콩 4대 허브가 여전히 거래량 3/4 차지
⑤ 기업·펀드 운용사는 관세, 금리, 지정학 이슈에 따른 시나리오별 리스크 관리 강화 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