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Lufthansa)가 연금 제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또다시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조종사 노조인 VC(Vereinigung Cockpit)가 30일(현지시간) 조합원 투표 결과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 권한을 확보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표는 노조가 회사 측에 더 관대한 연금안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최종 카드로 꼽힌다. 해당 발표는 항공 그룹이 전날(9월 29일) 개최한 자본시장 설명회(Capital Markets Day)에서 “비용 효율성 제고” 계획을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왔다.
VC는 성명을 통해 “대다수 조합원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구체적인 파업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VC는 루프트한자 조종사 약 5,000여 명을 대표하는 독일 최대의 조종사 노조다.
참고 Vereinigung Cockpit은 독일어로 ‘조종실(코크핏) 협회’를 뜻하며, 1969년 창설된 이후 독일 전역의 상업용 항공기 조종사를 조직하고 있다. 국제조종사연맹(IFALPA) 회원 단체이기도 하다.
루프트한자의 최근 노동 리스크
루프트한자 경영진은 연금 강화를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에 맞서, 저비용 자회사인 디스커버 항공(Discover Airlines)과 시티 항공(City Airlines)으로 인력 및 노선 일부를 이전하겠다는 방안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회사 측은 “고비용 구조가 유지될 경우 주력 브랜드 ‘루프트한자 클래식(Lufthansa Classic)’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루프트한자 클래식의 재무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 미하엘 니게만(Michael Niggemann) 루프트한자 인사·노동이사
“향후 교섭의 목표는 핵심 브랜드인 루프트한자 클래식의 장기적 생존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 니게만 이사
하지만 노조가 파업권을 공식화함에 따라 루프트한자는 더 높은 비용과 운영 차질을 초래할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회사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력 구조조정·노선 합리화 등 수차례 노사 분규에 시달려 왔으며, 이번 파업은 ‘비용 절감 vs. 복지 확대’라는 해묵은 쟁점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루프트한자는 이번 파업 경고가 나오기 하루 전인 29일, 2030년까지 관리직 4,000명 감축과 수익성 지표 상향을 목표로 하는 중기 경영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더 적은 인력, 더 높은 이익률’을 향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신호로, 노조의 반발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진단 및 시장 파급 효과
글로벌 항공업계 애널리스트들은 루프트한자 주가가 이미 원가 상승 우려와 수요 둔화 전망에 눌려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파업 가능성은 항공권 공급 차질과 보상 비용 증가로 이어져 4분기 실적 가이던스에 추가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특히 독일·유럽 내 비즈니스 여행 수요가 회복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대규모 운항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경쟁사인 에어프랑스-KLM, IAG(브리티시항공 모기업) 등이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루프트한자 클래식’은 장거리 및 프리미엄 노선을 담당하는 본사 브랜드로, VC 소속 조종사가 집중돼 있다. 반면 디스커버·시티 항공은 단거리·휴양지 노선 위주로 노선 구조가 단순하며, 임금·복지 수준이 본사 대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원화 전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가입 항공사들 사이에서 채택되는 전형적인 비용 절감 모델이지만, ‘임금 덤핑’이라는 비판과 함께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사 양측은 10월 초 추가 교섭 일정을 조율 중이며, 독일 노동법상 파업 48시간 전 사전 통보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가을 휴가 시즌과 연말 성수기 공급 차질에 대비할 것을 권고받고 있다.
기자 의견으로, 루프트한자의 이번 연금 분쟁은 단순한 복리후생 협상을 넘어 “전통 항공사 모델과 저비용 구조 간 충돌”이라는 업계 보편적 이슈를 압축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유럽 항공산업의 노사 관계 판도와 연금제도 개편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와 여행객은 노사 협상 동향, 스트라이크 예고 여부, 항공편 변경 정책 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특히 장거리 환승 여정의 경우 대체 항공편 확보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미리 계산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