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미국의 민간 경제조사기관 야데니 리서치(Yardeni Research)가 2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정하는 이른바 “중립금리(Neutral Rate)”가 실제로는 현재 정책금리(약 4%) 수준에 이미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2025년 9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야데니 리서치는
“낙원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중립금리가 바로 지금의 정책금리 수준에서 발견됐다”
고 밝히며, 연준 내부 전망치(3%)와 괴리를 지적했다. 연준은 자체 점도표(dot plot)에서 2028년까지 중립금리가 3% 부근에 머물 것으로 제시해 왔다.
‘중립금리’란 경기 과열도 침체도 유발하지 않는 이론상 균형금리를 뜻한다. 쉽게 말해 가속페달도 브레이크도 밟지 않는 속도에 해당한다. 중립금리 추정치는 통화정책의 장·단기 방향성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이지만, 관측 불가 변수가 많아 연구기관마다 의견 차가 크다.
이번 달 초, 연준은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25bp(0.25%p) 인하해 4.00~4.25%로 조정했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첫 금리 인하였다. 회의 직후 공개된 수정 점도표에 따르면, 다수 위원은 2025년에 최소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을 “리스크 관리형 조치”라고 규정하며, “실업률 급등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장일치는 없었다. 새로 임명된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 이사는 50bp 인하를 주장하며 단독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그의 점도(dot)는 2025년 말 기준금리를 2.875%까지 내릴 것을 시사해, 동료들(합의치 3% 중후반)보다 더 완화적이었다. 이는 연준 내부에서도 통화정책 속도와 강도를 둘러싸고 견해차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야데니 리서치의 핵심 주장
야데니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다음 세 가지 논거를 통해 ‘중립금리 4%설’을 제시했다.
①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가 역사적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해 경제활동을 억제하고 있다는 점.
② 재정확장에 따른 국채공급 확대가 장기금리를 상승시켜, 단기 정책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여지를 줄였다는 점.
③ 생산성 둔화·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과거보다 잠재성장률을 낮춰 중립금리를 끌어올렸다는 점.
보고서는 “연준이 표방하는 3% 목표는 과거 저물가·저금리 시대의 잔상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현 물가구조와 재정 여건을 감안할 때 4% 안팎에서 균형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연준의 최신 경제 전망치
연준이 9월 회의에서 제시한 핵심 거시지표 전망은 아래와 같다.
• 2025년 실질 GDP 성장률 1.6%
• 연말 실업률 4.5%
• 근원 PCE 인플레이션 3.1%
• 2% 물가목표 달성 시점 2028년 이후
이는 6월 전망치 대비 성장률·물가 모두 상향 조정된 수치다. 물가 하락이 지연되면서 ‘높은 금리의 장기화’(Higher for Longer) 시나리오가 재부상하고 있다.
기자 해설: 왜 ‘중립금리 논쟁’이 중요한가
중립금리 논의는 단순한 학술적 수치 싸움이 아니다. 만약 야데니 리서치의 주장처럼 중립금리가 이미 4% 수준이라면, 연준이 추가로 두 차례 이상 금리를 내릴 경우 통화정책이 ‘완화’로 기울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후속 파급효과를 낳는다.
첫째, 금융시장은 위험자산 가격 상승을 선반영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책금리가 중립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한 증시는 완전한 리스크 온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
둘째,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2차 물가 상승’ 위험이 재연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점도표 수정, FOMC 의사록, 개별 위원 연설 등은 중립금리 재추정 여부를 가늠할 핵심 단서가 될 전망이다.
용어 풀이
• 중립금리(Neutral Rate): 경기 과열·침체를 유발하지 않는 장기 균형금리. 통상 r*(r-star)로도 불린다.
• 점도표(Dot Plot): FOMC 위원들이 전망하는 향후 기준금리를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 시장 참가자들이 ‘연준의 지도(map)’라고 부르는 지표다.
• 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 25bp는 0.25%p 변화를 뜻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
• 10월 이후 발표될 고용보고서·CPI·PCE 지표가 중립금리 논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미런 이사와 통화완화파 위원들의 발언 수위가 높아질 경우, 12월 FOMC에서 추가적 편차(표결 갈라치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궁극적으로 시장이 주목해야 할 질문은 “연준이 생각하는 중립금리 수준이 바뀔 것인가”다. 파월 의장이 ‘정책은 여전히 긴축적’이라고 재차 강조한 만큼, 연내 통화 완화폭은 제한될 수 있다.
다만 기자는 정책 신뢰도 확보가 연준의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다고 본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흔들릴 경우, 중립금리 추정치는 물론 정책 일관성 자체에 물음표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