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 속 아시아 증시 ‘관망 출발’

시드니 로이터통신=웨인 콜 기자 –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안 합의 불발 가능성이 시장 전반을 짓누르면서 29일 월요일 아시아 증시는 ‘신중 모드’로 출발했다. 잠정 셧다운이 현실화될 경우 9월 비농업 고용지표를 비롯한 각종 핵심 통계 발표가 지연돼 투자자들의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2025년 9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민주당·공화당 의회 지도부와 만나 연방정부 임시 예산 연장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타결 시한은 10월 1일(수)로, 합의에 실패할 경우 바로 셧다운이 개시된다. 같은 날 미국산 대형 트럭·의약품 등에 대한 새로운 관세도 발효돼 기업 실적과 소비 심리가 복합적인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0월 29일 통화정책 회의(FOMC)에서 경제 지표 없이 ‘블라인드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메모에서 “FOMC 전에 셧다운이 해결되지 않으면 연준은 민간 데이터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아주 미세하게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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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정책 전망

파생상품 시장이 반영하는 10월 금리 인하 확률은 90%에 달하며,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도 65% 안팎으로 집계됐다. BofA는 셧다운이 일주일 지속될 때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0.1%포인트 깎아내릴 것으로 추정했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금융시장의 1차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가 재정 압박을 이유로 임시 휴직(furlough) 인력을 영구 해고 형태로 전환할 경우, 고용시장과 소비 심리에는 질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나왔다.

추가로 시장은 30일(화) 버지니아주 콴티코(Quantico) 기지에서 개최되는 미 합참 지휘관 회의에도 주목하고 있다. 회의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주재로 열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콴티코는 해병대 장교 후보생 학교와 FBI 아카데미가 위치해 ‘국방·정보 허브’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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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분기 계절 효과

역사적으로 4분기는 미국 증시에 우호적인 구간으로, S&P500지수는 지난 50년 중 74%의 확률로 상승 마감했다. 이에 월간·분기 리밸런싱 수요가 주가를 떠받칠 것이란 기대가 팽배하다.

실제 미니 선물 시장에서 S&P500·나스닥100 선물은 전장 대비 0.2% 소폭 상승했다. 유럽 대형주 지수인 EUROSTOXX 50 선물도 0.3% 올랐고, 영국 FTSE100·독일 DAX 선물 역시 0.3%씩 동반 강세를 보였다.

아시아 현물 시장에서는 일본 니케이225가 0.7% 하락하며 차익실현 매물을 소화했다. 반면 한국 코스피는 1.2% 반등해 9월 누적 상승률을 6.3%로 끌어올렸다. 일본을 제외한 MSCI 아·태지수는 0.4% 올라 월간 기준 4%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 채권·외환 동향

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17%에서 지지선을 확보했다. 지난주 발표된 일련의 긍정적 경제지표 영향으로 ‘최종금리 하락폭’ 기대가 일부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주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인사 최소 8명이 공개 발언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29일 하루에만 연준 위원 4명, ECB 위원 4명이 연설 스케줄을 잡았다.

달러인덱스는 98.134로 안정적이었다. 유로/달러 환율은 1.1708달러에 거래돼 최근 박스권(1.1646~1.1918) 하단을 맴돌았다. 엔/달러 환율은 149.49엔으로, 지난주 1% 넘게 급등하며 9월 저점(145.50엔)에서 멀어졌다.


◆ 상품(커머더티) 시장

가격은 온스당 3,764달러로 사상 최고치 바로 아래에서 공방을 벌였다. 전통적 안전자산 선호와 달러 강세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방향성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유가의 경우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KRG) 파이프라인이 2년 반 만에 가동을 재개했다는 소식에 공급 증가 기대가 부각됐다. 브렌트유는 0.8% 내린 배럴당 69.57달러,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0.9% 하락한 65.14달러를 기록했다.

로이터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음 주 일요일 회의에서 하루 최소 13만7,000배럴 추가 증산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는 글로벌 수급 균형을 완화해 단기 가격 상단을 낮출 변수로 해석된다.


◆ 용어·배경 설명

셧다운(Shut-down)은 미 의회가 예산안 처리에 실패해 연방정부 기관의 ‘업무 중단’ 상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필수 인력 외 다수가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경제·산업 지표 집계 기관도 문을 닫아 데이터 공백이 생긴다.

Quantico(콴티코)는 버지니아 북동부에 위치한 미 해병대 기지로, FBI 아카데미와 DEA(마약단속국) 훈련 시설이 함께 있어 미국 안보·법집행 인력 양성의 ‘심장부’로 꼽힌다.

OPEC+는 13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회원 산유국이 참여하는 확장형 협의체다. 팬데믹 이후 감산 체제를 유지하며 유가 안정 역할을 해왔다.


◆ 전문적 통찰

“이번 셧다운 리스크는 2018~2019년 35일간 이어졌던 최장 기록과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연준이 정책 결정을 위한 ‘GPS’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데이터 공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기자는 특히 10월 말 FOMC에서 점도표(금리 전망 그래프)가 새로 업데이트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만약 공식 통계가 비어 있다면, 연준 위원들은 민간 기업 설문이나 카드 결제 데이터 등 변동성이 큰 지표를 참고해야 한다. 이 경우 매파·비둘기파 간 의견 차이가 확대될 수 있어 시장 변동성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

또한 4분기 전통적 ‘산타랠리’ 기대가 존재하더라도, 셧다운—관세 충돌—OPEC+ 증산이라는 ‘삼중(三重) 변수’가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일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채권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가거나, 변동성 지수(VIX) 선물 매수로 헤지 포지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